【 청년일보 】 오늘날 글로벌 기술 경쟁이 날로 첨예해지고 있는 가운데, 국가 간 우수 '인재 모시기'에 사활을 걸고 있다. 첨단기술 패권 전쟁에서 살아남으려면 초격차 기술 경쟁력을 확보해야 하고, 결국 인적 자본이 뒷받침돼야 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고급 두뇌 인재'가 한국 미래 성장동력으로 떠오르지만 정작 현실은 해외시장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는 실정이다.
앞서 지난 3일 한국은행(이하 한은)이 발표한 '이공계 인재 해외 유출 결정요인과 정책적 대응 방향' 보고서를 살펴보면 국내 석·박사급 이공계 인력 40%가 해외로 떠날 의향이 있거나 실제로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서 문제는 젊은 인력일수록 국내를 떠나려는 비중이 훨씬 컸다는 점이다. 연령별로 의사를 보면 20대·30대 인력이 각각 무려 72.4%, 61.1%에 달했다.
다시 말해, 대규모 젊은 인재들 사이에서 '해외 엑소더스(Exodus·대탈출)'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기류를 방증하는 셈이며, 이에 따라 미래를 이끌어갈 인재가 고갈되면 국가 경쟁력 쇠퇴 등 적잖은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외국으로의 이직을 원하는 결정적 이유로 상대적으로 턱없이 부족한 금전적 보상체계(66.7%)를 꼽았다. 여기에 연구생태계(61.1%)나 기회 보장(48.8%) 등 비금전적 요인도 적잖게 나타났다.
특히 금전 요인의 경우 해외 체류 이공계 인력과 국내 체류자의 연봉 격차를 살펴보면 이해할 수 있다. 한은에 따르면 해외 체류자는 13년 차에 고점 연봉인 36만6천달러를 받는 반면, 국내 체류자는 19년 차에 최고점(12만7천달러)을 찍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중국이 한국과학기술원(KAIST·카이스트) 교수진과 '천인계획(千人計劃)'을 앞세워 국내 과학기술 분야 정부출연연구기관 연구원을 대상으로 무차별적 영입을 시도하는 이른바 '블랙홀' 전략을 시도한 것으로 알려져 우려가 크다. '천인계획'은 중국 정부가 해외 과학기술인을 유치하기 위해 각종 인센티브와 특혜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최수진 의원이 KAIST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초 KAIST 소속 교수 149명이 '중국의 글로벌 우수 과학자 초청 사업'이라는 제목의 동일한 이메일을 받았다.
이메일에는 "중국 정부의 지원으로 해외 우수 인재를 초청한다"면서 "연간 200만 위안(한화 약 4억원)의 급여와 주택·자녀 학자금 지원을 제공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한 최 의원이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와 산하 출연연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초 출연연 연구자 수백 명이 '천인계획' 관련 메일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고액 연봉 등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해 고급 인재를 유치하려는 중국의 이같은 포섭 전략이 자칫 기술 안보 위협으로 직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선 안정적 연구 환경 조성과 기존 연공서열 중심의 보상 체계라는 보수적 틀에서 벗어나 능력에 걸맞은 보상 등 최소한 우수 인재들의 유출을 막을 만한 처우개선이 우선시돼야 한다.
【 청년일보=이창현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