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등 분산에너지 특구 4곳 지정 "국내최초"...법 제정 주도 울산시 등 탈락지역 "반발"

등록 2025.11.12 08:00:01 수정 2025.11.12 08:00:11
이성중 기자 sjlee@youthdaily.co.kr

제주·전남 등 4곳 최종 확정, 지산지소 목표
탈락 3곳 친환경성 미흡으로 보류...반발 확산

 

【 청년일보 】 기후에너지환경부(이하 기후부)가 에너지위원회를 열고 제주 전역, 전남 전역, 부산 강서구, 경기 의왕시 등 4곳을 국내 최초 분산 에너지 특화 지역으로 최종 지정했다.

 

분산 에너지 특구는 대형 중앙 발전소 의존에서 벗어나 에너지를 생산한 지역에서 직접 소비하는 지산지소(地産地消)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제도로, 특구로 지정된 지역은 발전사업자가 전력시장을 거치지 않고 전기 사용자에게 전력을 직접 판매할 수 있는 등 전기사업법상 규제특례와 정책 지원을 받아 전기요금 인하와 첨단산업 유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번에 선정된 지역들은 재생에너지 활용 및 계통 안정화를 핵심 모델로 제시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제주와 전남은 풍부한 재생에너지 자원을 기반으로 잉여 전력을 활용한 VPP(가상발전소), V2G(전기차-전력망 연계), P2H(전력을 열로 전환) 실증 사업을 추진하며 신산업 활성화에 중점을 둔다.

 

특히 전국에서 태양광 보급률이 가장 높으나 출력 제어가 잦았던 전남은 데이터센터 유치를 통해 생산과 소비를 연계할 계획이다.

 

부산 강서와 경기 의왕은 전력 수요가 높은 산업 및 도심 지역에 대규모 ESS(에너지저장장치)와 마이크로그리드를 구축 안정적인 전력 공급 모델을 실증한다.

 

반면, 최종 후보에 올랐던 울산 미포산단, 충남 서산, 경북 포항 등 3개 지역은 지정이 보류됐다.

 

기후부는 보류 사유로 이들 지역이 제시한 모델의 친환경 재생에너지 사용률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을 지목했다.

 

특히 울산의 경우 LNG/LPG 열병합 발전을 통한 전력 공급 모델을 제시했으나, 정부의 에너지 정책 방향에 따라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은 모델에 우선순위가 부여된 것으로 풀이된다.

 

선정 지역들은 일제히 환영의 뜻을 표명하며 기대감을 높였다. 제주도는 이번 지정을 '제주형 에너지 민주주의 실현'의 성과로 평가했으며 전라남도는 첨단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공장 유치에 속도를 내어 AI 산업의 핵심 허브로 도약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밝혔다.

 

부산시는 강서지역에 대규모 ESS 팜을 조성해 산업단지 전기요금을 절감하고 도시 경쟁력을 높이는 전환점으로 삼겠다고 강조했다.

 

반면, 보류된 지역에서는 즉각적인 강력한 반발과 아쉬움이 터져 나왔다. 분산에너지 특별법 제정을 주도했던 울산시와 지역 상공계는 정부 결정이 산업 현장의 현실을 외면한 오판이자 탁상행정이라고 규탄하며, 법률에 명시된 LNG 열병합 발전을 재생에너지라는 잣대만으로 배제한 것은 정책적 편향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특구 지연으로 인한 AI 데이터센터 등 대규모 투자 유치 차질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며 조속한 재심의를 촉구했다.

 

특구 지정과 관련 재생에너지 협회 관계자는 “지산지소 실현 및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 신산업 육성이라는 정책이 발전사업자와 사용자 간 직접 거래를 통한 지역 기업의 전기요금 인하 혜택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반면, 보류된 지역을 중심으로는 산업 현장의 현실과 괴리된 '친환경 재생에너지' 단일 잣대에 대한 반발이 거세다. 학계와 업계는 정부가 장기적인 재생에너지 확대 목표와 산업단지의 즉각적인 전력 수요 충족이라는 현실적 과제 사이에서 더 유연하고 단계적인 기준을 적용할 것을 촉구했다.

 

이에 대해 기후부 관계자는 “보류된 3개 지역에 대해서는 추가 논의를 거쳐 차기 위원회에서 조속히 재심의를 한다”는 계획을 밝히면서 재심 지역에 대해서는 재생에너지 연계 및 친환경성을 보완할 것을 함께 주문했다.

 

이번 분산에너지 특구 선정은 에너지 전환과 지역 경제 활성화라는 긍정적인 기대와 함께, 재생에너지 비중을 둘러싼 지역 산업과의 괴리라는 부정적 의견 및 갈등을 동시에 드러내며 향후 에너지 정책의 중요한 과제를 남겼다.

 

 

【 청년일보=이성중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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