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지난 15일 발생한 천안 패션기업 물류센터 화재는 한국 산업시설이 겨울철에 얼마나 취약해질 수 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아시아 최대 규모로 손꼽히는 이 센터는 블랙프라이데이 직전 주문량이 폭증하던 시점에 운영되고 있었던 만큼, 화재 피해는 단순한 재산 손실을 넘어 유통망 차질, 배송 지연, 브랜드 신뢰도 하락 등으로 파급되고 있다.
불길은 장시간 이어지며 일부 건물 구조물까지 붕괴시켰고, 내부 적재물·시설 손실도 상당했다. 무엇보다 연중 최대 판매 시즌과 겹친 탓에 화재 여파는 기업 단일 사고 수준을 넘어 국내 물류 흐름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양상이다.
관련해 글로벌 재물보험사 FM은 18일 "산업시설이 가진 다층적 리스크를 기업 내부 인력만으로 완벽히 관리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전문가와의 협업을 통한 정기 점검, 과학적 데이터 분석, 계량화된 리스크 평가가 필수적이라"고 조언했다.
일반적으로 겨울은 자연재해 리스크가 낮다고 인식되지만, 한국의 기후는 눈이 내리는 시기 외 상당 기간이 극도로 건조하다. 여기에 난방기 사용 증가로 인한 전기 부하, 정전기 발생, 가연성 적재물 건조화 등이 맞물리면서 화재 위험이 크게 높아진다.
실제 소방청 통계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겨울철 화재는 연평균 약 1만1천건으로 전체 화재의 28%를 차지했다. 이 가운데 공장 및 산업시설 화재의 절반 이상은 전기적·기계적 요인에서 발생했다. 산업시설 특성상 좁은 공간에 고밀도로 배치된 설비와 대량의 적재물, 복잡한 전력·기계 시스템이 '확산 속도가 빠른' 위험 구조를 만드는 셈이다.
물류센터 화재는 단순한 시설 피복 손실을 넘어서 ▲생산·출고 지연 ▲대체 창고 확보 비용 증가 ▲납기 불이행으로 인한 고객 유실 ▲장기적 브랜드 신뢰도 하락 등의 2차 피해를 불러온다.
특히 이번 사고는 블랙프라이데이라는 연말 최대 피크 시즌과 맞물려 더 큰 충격을 줄 수 있다. 단일 인프라의 화재가 전국 소비자 수백만 명의 구매 경험과 국내 물류 생태계 전체에 연쇄 충격을 발생시킨다는 점이 다시 확인된 것이다.
전문가들은 산업시설 화재의 근본 원인이 '사후 대응 중심 체계'에 있다고 지적한다.
전기 설비 과부하, 가연성 적재물 기준 미준수, 분진·덕트 관리 부족, 정전기 축적 등은 시설 특성과 계절 요인이 복합적으로 겹쳐 발생하는데, 기업 내부 점검만으로 이를 완벽히 관리하기 어렵다.
즉 '정기 점검'이나 '일반 안전 점검'만으로는 실제 리스크를 정확히 파악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의미다.
글로벌 재물보험사 FM은 산업시설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과학적 데이터 분석과 계량화된 리스크 엔지니어링을 제시한다.
FM은 미국 로드아일랜드의 FM 리서치 캠퍼스에서 실제 화재·폭발을 재현한 실험을 통해 산업별 위험 데이터를 수집한다.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설비 점검 기준 ▲스프링클러·소방설비 성능 기준 ▲가연물 적재·배치 원칙 ▲전기·기계 위험 통제 솔루션 등을 산업 현장에 바로 적용 가능한 가이드라인으로 제공한다.
FM은 200년 가까운 글로벌 리스크 관리 경험을 바탕으로 **“대부분의 손실은 예방할 수 있다”**는 철학을 강조하며, 기업의 회복탄력성 지수(Resilience Index)와 글로벌 리스크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이번 천안 물류센터 화재는 한국 산업 전반이 여전히 '사고 이후 복구'에 초점을 맞추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대형 물류센터·제조시설과 같은 핵심 인프라는 단 한 번의 사고로도 국가 단위의 경제적 손실을 일으킬 수 있다.
따라서 정부와 기업은 ▲계량화된 리스크 분석 ▲전문가 협업 기반의 정기 점검 ▲엔지니어링 기반 컨설팅 ▲비상 대응력 강화 등을 포함한 종합적 리스크 관리 체계 구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관련해 최종호 FM 아시아 태평양 필드 엔지니어링 그룹 매니저(Assistant Operations Engineering Manager, Asia Pacific)는 "이번 천안 물류센터 화재는 단순한 설비 문제가 아니라 기업의 공급망과 국가 소비 활동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구조적 리스크임을 보여준다"며 "사전에 취약 지점을 찾아 통제하는 리스크 엔지니어링 기반의 예방 체계 없이는 기업이 예측 불가능한 충격에 흔들림 없이 대응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 청년일보=조성현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