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산업 '비상'…EU CBAM, 2026년 본격 시행 '초읽기'

등록 2025.12.15 08:00:01 수정 2025.12.15 08:00:11
이성중 기자 sjlee@youthdaily.co.kr

한국 수출기업에 직접적인 탄소 비용 부과, 무역 환경 격변 예고
6대 품목 시작 산업 전반 파고들 EU발 환경 무역 장벽
정부·기업·시민사회, 제각각 입장 차 속 대응 전략 마련 고심

 

【 청년일보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Carbon Border Adjustment Mechanism)가 2026년 1월 1일 본격적인 시행을 앞두고 대(對)EU 수출 기업들이 전례 없는 무역 환경 변화에 직면했다.

 

CBAM은 EU 역내 기업에 부과되는 탄소 비용과 동등한 수준의 가격을 수입품에도 부과하여 '탄소 누출(Carbon Leakage)'을 막겠다는 취지로 도입되었으나, 사실상 수출국 기업에는 직접적인 '환경 관세'로 작용하게 된다.

 

CBAM은 2023년 10월부터 2025년 말까지의 전환 기간을 거쳐 내년부터는 실질적인 CBAM 인증서 구매 및 제출 의무가 발효되는 만큼, 한국 정부와 산업계는 비상한 각오로 대응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CBAM이 우선 적용되는 품목은 탄소 누출 위험이 높은 6개 산업군이다. 여기에는 철강, 알루미늄, 시멘트, 비료, 전력, 수소가 포함된다. 이들 품목은 EU 수출액 기준으로 한국의 주요 수출 품목은 아니지만, 공급망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하며, 향후 유기화학품, 플라스틱 등 다른 산업으로의 확대가 예고되고 있어 국내 산업계는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이들 품목을 EU로 수출하는 기업은 제품 생산 과정에서 발생한 '내재 탄소 배출량'을 철저히 산정하고 검증받아야 하며, 이 배출량에 상응하는 CBAM 인증서를 구매해야 한다.

 

이 인증서의 가격은 EU 역내에서 적용되는 EU-ETS(배출권 거래제) 가격에 연동된다. 만약 수출국에서 이미 탄소 가격을 지불했음을 입증할 경우, 해당 비용만큼은 공제받을 수 있어 이중 과세는 피할 수 있다.

 

한국 기업들의 준비에 가장 큰 어려움을 주는 요인은 EU의 최종 세부 규정 발표 지연이다. 특히, 수입품의 탄소 배출량 산정 및 탄소 가격 산정 방법과 관련된 구체적인 지침이 명확하게 확정되지 않아 기업들의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이다.

 

지난 11일 정부 합동 설명회에서도 이 부분이 집중적으로 다뤄졌으며, 정부는 가능한 최신 정보를 신속하게 파악해 기업에 제공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최종 규정이 구체화 됨에 따라 한국 기업들은 제품별 직접 배출은 물론, 생산에 사용된 전력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간접 배출까지 포함한 정밀한 배출량 측정 및 보고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이는 단순히 보고 의무를 넘어, 생산 공정 자체의 혁신을 요구하는 구조적인 압박으로 작용하고 있다.

 

 

 

CBAM의 본격 시행과 더불어 CBAM 인증서 구매 비용은 곧바로 한국 수출기업의 원가 부담으로 이어지게 된다. 이에 따라 각 이해관계자들의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CBAM은 사실상 EU의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는 조치”이며, “제품 경쟁력 저하와 수출 감소가 불가피하다”는 우려를 나타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특히 배출량 산정을 위한 데이터 확보 및 검증 시스템 구축에 막대한 초기 비용이 들어가며, EU의 복잡한 규정에 대한 맞춤형 정보와 컨설팅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더불어 그는 “국내에서 지불한 탄소 비용의 공제 과정이 복잡할 경우, 이중 부담이 현실화 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며 우려를 표명했다.

 

기업을 대표하는 협회 관계자도 "CBAM은 우리 기업에게 새로운 비용 부담이자 무역 장벽으로 작용할 것입니다. 정부는 EU와 긴밀히 협의하여 국내 기업의 이중 부담을 최소화하고, 특히 중소기업이 대응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을 요청했다.

 

한편, 정부는 CBAM을 일방적인 무역 장벽으로만 규정하기보다는, 국제적인 탄소 중립 흐름에 대한 피할 수 없는 변화로 인식하고 있으며 국내 기업들이 국제 무역 환경 변화에 안정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불어 정부 합동 설명회를 주기적으로 개최, 맞춤형 현장 컨설팅, 기업 담당자 전문 교육 및 지원 시스템 보급, 대응 지침서(가이드라인) 발간 등을 통해 기업의 불확실성을 해소와 함께 탄소 감축설비 지원사업을 지속 추진, 기업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을 유도하겠다는 입장이다.

 

한편, 환경 단체들은 CBAM의 기본 취지인 '기후 변화 대응'과 '탄소 누출 방지'에는 원칙적으로 찬성하면서도, 정부와 기업에 더욱 강력한 국내 탄소 감축 정책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CBAM이 국내 산업의 저탄소 전환을 가속화하는 기회로 활용되어야 하며, 기업들이 단순히 '관세 회피'를 위한 소극적 대응을 넘어, 혁신적인 기술 투자를 통해 친환경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국내 배출권 가격의 인상 및 탄소세 도입 등 국내 탄소 가격 신호 강화를 통해 CBAM 비용 공제 효과를 극대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환경운동연합 관계자에 따르면 "CBAM은 EU발 환경 규제라기보다, 전 세계적인 기후 위기 대응의 새로운 표준입니다. 한국 정부와 기업은 이를 국내 산업의 저탄소 전환을 위한 계기로 삼아야 합니다. 국내 탄소 감축 목표를 상향 조정하고, 실질적인 배출권 가격 현실화를 통해 미래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정부는 2026년에도 CBAM 대응 지원을 위해 △질의응답 상담창구 운영 △맞춤형 기업 현장 진단(컨설팅) △전문교육 및 지원시스템 보급 △대응 지침서 발간·최신화 △탄소 감축설비 지원사업 등을 지속할 계획이다.

 

특히, 중소벤처기업부에서는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맞춤형 지원을 강화할 예정이며, 기후에너지환경부와 산업통상부는 EU와의 검증 상호인정 등에 대한 협의를 계속 추진하여 국내 기업의 행정 부담을 줄이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CBAM의 본격 시행은 한국 기업들에게 '선택'이 아닌 '필수'적인 대응 과제를 안겨주고 있다.

 

수출 시장 유지를 위해 탄소 배출량 데이터의 투명한 확보와 저탄소 생산 시스템으로의 전환이 모든 기업의 생존 전략이 될 전망이다. 이 과정에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국내 탄소 가격 정책의 정교화가 수반되어야만, 한국 수출 산업이 새로운 무역 환경을 기회로 전환할 수 있을 것이다.

 

 

【 청년일보=이성중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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