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정부가 온실가스 감축의 핵심 수단으로 주목받는 '히트펌프'의 국내 보급 활성화를 위해 파격적인 지원책을 내놓았다. 특히, 가정용 전력의 부담 요인으로 꼽히던 누진제를 적용받지 않는 별도의 맞춤형 전기요금제를 이르면 올해 안에 신설할 방침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16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히트펌프 보급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고, 2035년까지 히트펌프 350만 대를 보급해 총 518만 톤의 온실가스를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히트펌프는 에어컨이나 냉장고와 같은 원리로 주변의 열을 흡수하거나 방출하여 냉난방에 사용하는 고효율 에너지 설비다.
화석연료를 태우지 않아 이산화탄소 배출이 전혀 없어 탄소중립 시대를 맞아 전 세계적으로 수요가 급증하고 있으며, 2050년에는 글로벌 시장 규모가 18억 대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국내는 2022년 기준 보급 규모가 36만 대 수준에 머물러 있는데, 이는 주택용 전기요금의 누진제 부담과 높은 초기 설치 비용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맞춤형 요금제 도입...태양광 연계 시 효율 극대화
기후부는 히트펌프 보급 확대를 위한 최대 걸림돌인 전기요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택용 누진제를 적용받지 않는 가정용 히트펌프 전용 요금 체계를 새롭게 마련한다. 이 맞춤형 요금제는 소비자의 전력 사용 패턴, 재생에너지 연계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기존 주택용, 일반용, 계시별 요금제 등에서 선택할 수 있도록 설계된다.
가령 3kW 이상의 태양광 시설이 설치된 주택은 히트펌프 사용 시에도 태양광 전기를 활용하여 냉난방 및 급탕 비용을 대폭 절감할 수 있어 효율이 극대화된다. 권병철 기후부 열산업혁신과장은 "한국전력과 막바지 조율을 거쳐 올 연말이나 늦어도 내년 초에는 맞춤형 요금 체계를 발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설치비 지원 및 금융 확대...취약계층, 농가까지 대상 넓혀
초기 높은 설치 비용도 국고보조를 통해 대폭 낮춘다. 기존 보일러 설치 비용이 평균 100만 원 선인 데 반해 히트펌프는 본체와 급탕조를 합쳐 최대 1천만 원가량이 소요되어 시장 진입 장벽이 높았다. 이에 기후부는 내년도 보급 활성화 지원사업 예산으로 총 583억 원을 편성했다.
주요 지원 대상은 도시가스가 공급되지 않는 제주, 경남, 전남 등의 단독주택으로, 태양광 시설이 설치된 2,580가구를 내년에 지원할 계획이다. 또한 상수원관리지역 마을회관 등 공동시설에는 태양광과 히트펌프 패키지 보급을 2030년까지 500개소로 확대한다. 목욕탕, 숙박업, 수영장 등 열에너지 사용량이 많은 공공시설에도 설치비 보조와 장기 저리 융자가 지원된다. 취약계층 거주 시설과 시설재배 농가 등으로도 지원 범위를 넓혀 히트펌프 활용을 촉진할 방침이다.
더불어 정부는 화석연료 난방 시스템에 대한 보조금을 단계적으로 축소하고 고효율 히트펌프 보급사업으로 전환하는 등 지원 정책의 방향을 바꾼다.
공기열 재생에너지 인정, 공동주택 건설기준 개정
히트펌프의 법적 지원 근거도 강화된다. 현재 지열과 수열만 재생에너지로 인정받고 있으나, 히트펌프의 주된 작동 원리인 '공기열'도 재생에너지로 추가 인정하여 법적 기반을 마련할 계획이다.
아울러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 히트펌프 사용을 권장할 수 있도록 건설기준을 개정한다. 기존에 단지 내 설치 권장 시설인 태양열, 태양광 등에 공기열과 수열 시스템을 추가하는 것이다. 다만, 권 과장은 "기존 공동주택은 설치 공간과 하중에 제한이 있어 이번 설계 기준 개정은 신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적용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히트펌프 산업 생태계 기반 구축을 위해 연구개발(R&D) 및 실증을 추진하고, 가칭 '히트펌프 산업협회'를 신설하여 산업 육성과 수출을 다각적으로 지원할 예정이다.
김성환 기후부 장관은 "건물 부문 탄소중립은 시대적 소명"이라며 "이번 대책이 탈탄소 전환의 출발점이 될 것이며, 산업 경쟁력 강화를 고려한 열에너지 전반의 청사진을 조속히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 청년일보=이성중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