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고환율과 인공지능(AI) 버블 논란으로 변동성이 확대된 시장 환경 속에서 한동안 위축됐던 서학개미(해외주식에 투자하는 개인 투자자)의 미국 주식 투자 심리가 일부 회복되는 모습이다.
20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는 지난 15~18일 미국 주식을 약 4억6천890만달러(약 6천940억원) 순매수 결제했다. 전날(19일) 수치를 제외하더라도 같은 기간 순매수 규모는 지난주(8~12일) 2억2천828만달러의 두 배 수준으로 반등했다.
지난달 말부터 원·달러 환율이 1천470원대를 돌파하며 미국 주식 순매수 규모가 꾸준히 줄어들었던 흐름이 일단 반전된 셈이다. 다만 이 같은 반등이 추세 전환으로 이어질지는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는 신중론도 나온다.
같은 기간 국내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DIREXION DAILY SEMICONDUCTORS BULL 3X SHS ETF'(미국 ICE 반도체 지수를 정방향 3배로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였다. 순매수 결제액은 6억1천907만달러로, 2위인 브로드컴(1억195만달러)을 크게 앞질렀다. 반도체 업종 전반에 대한 반등 기대가 고위험·고수익 상품으로 쏠린 것으로 해석된다.
서학개미의 투자심리는 AI 기술주 고평가 논란과 고환율 부담이 겹치며 위축된 상태였다. 지난달 마지막 주 미국 주식 순매수 결제액은 13억6천996만달러였으나, 이달 첫째 주(1~5일) 10억786만달러로 줄었고 지난주까지 감소세가 이어졌다.
그러나 이번 주 들어 미국 증시가 고용·소비 지표 둔화와 '오라클 쇼크' 여파로 조정을 받자 일부 개인 투자자들이 저가 매수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마이크론 실적 발표가 AI 업황에 대한 우려를 일부 완화했고,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시장 예상치를 밑돌며 금리 인하 기대를 자극한 점도 투자 심리 회복에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황수욱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브로드컴 실적 이후 재부각됐던 AI 버블 우려가 마이크론 실적과 CPI 발표로 일부 진정되며 투자심리가 개선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주목할 점은 이러한 흐름이 원·달러 환율이 장중 1천482원 선을 넘는 등 환율 부담이 여전한 상황에서 나타났다는 점이다. 정부는 개인 투자자의 해외투자 쏠림 현상이 환율 상승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보고 증권사의 해외주식 영업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고 있다. 일부 증권사는 이에 발맞춰 해외투자 신규 마케팅을 중단했다.
시장 일각에서는 환율이 단기간 내 의미 있게 하락하기보다는 현재 수준이 '뉴노멀'로 인식되기 시작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김재승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환율이 내려갈 것으로 기대하기보다는, 가격 조정 시점에 매수하는 심리가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달 들어 국내 증시에서 순매수 기조를 유지하던 외국인은 이번 주 들어 순매도로 전환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외국인은 1~12일 동안 3조3천772억원을 순매수했지만, 15~18일에는 3조576억원을 순매도했다. 지난 16일 하루에만 약 1조4천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 청년일보=조성현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