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FTA 10년, 흑자 신화는 끝났다"…'서비스·투자'로 돌파구 모색

등록 2025.12.28 09:59:40 수정 2025.12.28 09:59:40
조성현 기자 j7001q0821@youthdaily.co.kr

중국 기술 자립 가속, 對中 무역 변화…상품 중심 FTA 한계 드러나
정부, FTA 2단계 협상 재시동…서비스·투자 개방으로 돌파구 모색

 

【 청년일보 】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 10주년을 맞았지만 성적표는 씁쓸하다. 한때 매년 수백억달러의 대중 무역흑자를 안겨주던 한중 FTA는 최근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며 구조적 전환의 필요성을 드러내고 있다. 정부는 더 이상 상품 교역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다고 보고, 서비스·투자 분야 개방을 중심으로 FTA 고도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28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한중 FTA 발효 첫해인 2015년 2천274억달러였던 양국 교역액은 지난해 2천729억달러로 약 20% 증가했다. 반도체·자동차·바이오·화장품 등으로 수출 품목 다변화가 이뤄졌고, 저렴한 중국산 제품 유입으로 소비자 후생이 개선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그러나 교역 확대의 흐름은 2022년을 기점으로 꺾였다. 양국 교역액은 2022년 3천103억달러로 정점을 찍은 뒤 감소세로 전환됐다. 올해 들어서도 지난달까지 대중 교역액은 2천426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4% 줄었다.

 

무엇보다 충격적인 변화는 무역수지다. 2018년 556억달러에 달했던 대중 무역흑자는 2023년 31년 만에 적자로 돌아섰고, 올해 역시 100억달러 안팎의 적자가 확실시된다. 시장에서는 대중 무역적자가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구조적으로 고착화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를 FTA의 실패라기보다 중국 산업 구조 변화의 결과로 해석한다. 중국은 '중국제조 2025' 전략을 통해 반도체·배터리·디스플레이 등 핵심 산업에서 기술 자립도를 빠르게 끌어올렸다. 미·중 무역 갈등과 미국의 대중 수출 통제는 이러한 흐름을 가속화했다. 한국산 중간재를 수입해 완제품을 생산하던 기존 분업 구조가 흔들리면서 교역의 질 자체가 바뀌고 있다는 분석이다.

 

정부가 서비스·투자 분야로 시선을 돌린 배경이다. 산업부는 답보 상태였던 한중 FTA 2단계 협상(서비스·투자)을 재가동해 교역의 외연을 넓히겠다는 구상이다.

 

이재명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달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11년 만에 정상회담을 갖고 FTA 서비스·투자 협상에 실질적 진전을 이루기로 합의했다. 이후 고위급 교류도 잇따르고 있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이달 중순 베이징을 찾아 왕원타오 중국 상무부장과 FTA 2단계 협상 가속화와 희토류 등 공급망 협력 강화를 논의했다.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도 오는 29~30일 방중해 중국 통상 수장과 후속 협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정부는 내년 베이징에서 제7차 한중 FTA 공동위원회를 열어 이행 상황을 점검하고 협력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서비스 시장 개방이 진전될 경우 문화·관광 분야를 중심으로 이른바 '한한령' 완화에 대한 기대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태도 변화에 주목한다. 조성대 한국무역협회 통상연구실장은 "최근 중국 측이 서비스 시장 개방에 상당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며 "자국 서비스 산업을 키우려는 전략적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FTA 2단계 협상을 희토류 등 핵심 광물 공급망 안정과 지식재산권 보호 강화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 청년일보=조성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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