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산업 전망 - 에너지(中)] "우리 집이 발전소"…'제로 에너지' 건축과 자가 소비의 시대

등록 2026.01.07 08:00:01 수정 2026.01.07 08:00:11
이성중 기자 sjlee@youthdaily.co.kr

건축물 에너지 자립률 20% 의무화에 분양가 상승 논란
관리비 절감 효과 및 탄소 중립 시대 주거 트렌드 분석도

 

2026년 국내 에너지 시장은 더 이상 추상적 정책 담론이 아닌 가계부와 주거 공간을 직접 뒤흔드는 생활 현실로 다가온다. 한국전력과 가스공사의 누적 적자 해소 시한이 도래하면서 전기와 가스요금의 단계적 현실화가 마무리되고, 건축물 에너지 효율 등급 통합 및 제로에너지빌딩 의무화 확대는 주택 가치 산정 기준 자체를 바꾸고 있다. 여기에 인공지능 산업 확장에 따른 전력 수요 폭증은 수도권 전력망을 압박하며 지역별 차등 요금제 논의를 현실화하고 있다. 에너지 전환은 이제 선택이 아닌 일상이며, 그 중심에는 시민 개개인의 영수증과 주거 공간이 놓여 있다.[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상(上)] 공공요금 현실화에 가계 경제 위기…에너지 고물가 시대 도래

[중(中)] "우리 집이 발전소"…'제로 에너지' 건축과 자가 소비의 시대

[하(下)] AI와 전력망의 충돌: 데이터센터 시대, 전기가 위태롭다

 

 

【 청년일보 】 현대 건축의 패러다임이 단순한 거주 공간의 제공을 넘어 에너지를 직접 생산하고 관리하는 ‘능동형 발전소’로 급격히 선회하고 있다.

 

정부가 발표한 제로에너지빌딩(ZEB) 의무화 로드맵에 따라 2024년부터 30세대 이상 민간 공동주택에도 에너지 자립률 20% 이상을 확보해야 하는 5등급 인증이 필수화되면서, 건설 시장과 주거 문화 전반에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이는 기후 위기 대응이라는 당위성을 넘어, 개인의 자산 가치와 실질적인 생활비 구조를 재편하는 경제적 변곡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제로에너지 건축 시대의 가장 뜨거운 화두는 단연 분양가 상승과 유지비 절감 사이의 손익분기점이다. 고성능 단열재, 기밀성이 뛰어난 로이 삼중창, 그리고 고효율 환기 장치 등 패시브(Passive) 기술이 기본 사양으로 채택되면서 초기 건축비 상승은 불가피한 현실이 됐다.

 

국토교통부와 관련 업계의 분석에 따르면, ZEB 5등급 달성을 위해 가구당 약 4%에서 8% 사이의 추가 공사비가 발생하며, 이는 곧 분양가 상승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다.

 

그러나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경제성은 판이하다. 에너지 효율이 극대화된 주택은 일반 아파트 대비 냉난방 에너지를 절반 이하로 줄일 수 있으며, 자가 발전 전력을 통해 공용 전기료를 획기적으로 낮춘다.

 

대한설비공학회 관계자는 "초기 비용 상승에 대한 거부감이 있을 수 있지만, 제로에너지 주택은 30년 이상의 생애주기비용(LCC) 측면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하다. 에너지 가격 변동성에 민감한 시대에 주택 자체가 에너지를 방어하는 ‘보호막’ 역할을 하기 때문"이라며 "정부가 제공하는 용적률 완화와 세제 혜택을 활용하면 실제 수분양자가 체감하는 가격 상승폭은 더욱 낮아질 것" 이라고 말했다.

 

단순히 에너지를 아끼는 단계를 넘어, 건축물의 외벽이 발전소 역할을 하는 BIPV(건물일체형 태양광) 기술의 진화도 눈부시다.

 

과거 옥상에 흉물스럽게 설치되던 태양광 패널은 이제 외벽 자재나 창호와 결합하여 심미성과 기능성을 동시에 확보하고 있다. 아파트 베란다 난간이나 건물 외피 자체가 전력을 생산하는 구조로 변모하면서, 도심 속 고층 빌딩들이 거대한 수직 발전소로 거듭나고 있다.

 

여기에 전기차(EV)를 에너지 저장 장치로 활용하는 V2G(Vehicle to Grid) 기술이 결합되면 주거 단지의 에너지 자립도는 정점에 달하게 된다.

 

낮 동안 BIPV로 생산한 전력을 전기차 배터리에 저장했다가, 전력 수요가 높은 시간대나 심야에 가정용으로 사용하거나 전력망에 되팔아 수익을 창출하는 ‘에너지 프로슈머’의 삶이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기술의 진보는 인공지능(AI)과 만나 더욱 정교해진다. ‘AI 홈 에너지 매니저’는 거주자가 일일이 신경 쓰지 않아도 AI가 기상 예보를 분석해 태양광 발전량을 예측하고, 가전제품의 작동 시간을 전력 사용료가 저렴한 시간대로 자동 분산한다.

 

예컨대 세탁기나 건조기는 발전량이 풍부한 정오에 가동되고, 에어컨은 재실자의 패턴을 학습해 최적의 효율로 실내 온도를 제어한다. 이러한 지능형 관리 시스템은 에너지 낭비를 원천 차단하며, 국가적 차원의 에너지 수요 관리(DR) 서비스와 연동되어 사용자에게 현금성 포인트를 돌려주는 경제적 보상 체계로까지 확장되고 있다.

 

한편, 신축 아파트에 국한되었던 에너지 혁명은 이제 노후 주택을 대상으로 한 '그린 리모델링' 열풍으로 번지고 있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단지 내부 인테리어보다 창호 교체와 외단열 보강 여부가 매물 가치를 결정하는 핵심 지표가 되었다.

 

에너지 효율 등급이 낮은 노후 주택은 매매 시장에서 외면받는 반면, 그린 리모델링을 통해 에너지 성능을 개선한 가구는 높은 자산 가치를 인정받는다. 정부 또한 노후 공공건축물과 민간 주택의 그린 리모델링에 이자 지원과 보조금을 투입하며 탄소 중립 주거로의 전환을 독려하고 있다.

 

결국 ‘우리 집이 발전소’가 되는 시대는 거스를 수 없는 거대한 흐름이다. 제로에너지 건축물은 단순한 친환경 캠페인을 넘어 주거의 질을 높이고 가계 경제를 보호하며, 지속 가능한 도시를 만드는 핵심 동력이 되고 있다.

 

 

【 청년일보=이성중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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