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국내 에너지 시장은 더 이상 추상적 정책 담론이 아닌 가계부와 주거 공간을 직접 뒤흔드는 생활 현실로 다가온다. 한국전력과 가스공사의 누적 적자 해소 시한이 도래하면서 전기와 가스요금의 단계적 현실화가 마무리되고, 건축물 에너지 효율 등급 통합 및 제로에너지빌딩 의무화 확대는 주택 가치 산정 기준 자체를 바꾸고 있다. 여기에 인공지능 산업 확장에 따른 전력 수요 폭증은 수도권 전력망을 압박하며 지역별 차등 요금제 논의를 현실화하고 있다. 에너지 전환은 이제 선택이 아닌 일상이며, 그 중심에는 시민 개개인의 영수증과 주거 공간이 놓여 있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상(上)] 공공요금 현실화에 가계 경제 위기…에너지 고물가 시대 도래
[중(中)] "우리 집이 발전소"…'제로 에너지' 건축과 자가 소비의 시대
[하(下)] AI와 전력망의 충돌: 데이터센터 시대, 전기가 위태롭다
【 청년일보 】 인공지능 산업의 폭발적 확장은 인류에게 유례없는 편리함을 선사하고 있으나 그 이면에는 국가 전력망의 근간을 뒤흔드는 거대한 충돌이 잠재되어 있다. 소위 '전기 먹는 하마'로 불리는 AI 데이터센터는 일반 서버 대비 수십 배에 달하는 전력을 소모하며 대한민국의 에너지 공급 체계를 한계치까지 몰아붙이고 있다.
현재 국내 데이터센터의 대다수가 수도권에 집중되면서 전력 공급의 심각한 불균형이 초래되었고, 이는 곧 송전망 포화와 전력 계통의 불안정성으로 이어지는 양상이다.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소는 주로 해안가에 위치한 반면, 소비처인 데이터센터는 수도권에 밀집한 구조적 모순은 막대한 송전 비용과 사회적 갈등을 야기하고 있다. 정부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지역별로 전기요금을 달리 책정하는 차등 전기요금제 도입이라는 초강수를 두기에 이르렀다.
이는 단순히 요금의 차등을 넘어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전력 수요를 강제적으로 분산시키려는 생존 전략의 일환이다.
이러한 위기 국면 속에서 2024년 6월부터 시행된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은 에너지 자치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며 현장의 풍경을 바꾸고 있다. 과거 대규모 발전소에서 생산된 전기가 초고압 송전탑을 거쳐 수백 킬로미터를 이동하던 방식에서 탈피하여 우리 동네에서 생산한 전기를 우리 동네에서 직접 소비하는 분산형 전력 체계로의 전환이 시작된 것이다.
제주와 강원 등 일부 지자체는 이미 분산에너지 특화지역 지정을 준비하며 지자체 주도의 에너지 수급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이는 장거리 송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전력 손실을 줄이고 중앙 집중형 전력망의 붕괴 위험을 방지하는 핵심 보루가 된다.
이러한 에너지 자치 모델은 지역 경제 활성화와 더불어 외부의 충격으로부터 지역의 전력 품질을 스스로 지켜내는 진정한 의미의 에너지 독립을 의미한다.
기술적 진보는 개인을 전력 시장의 수동적 소비자에서 능동적 공급자로 탈바꿈시키고 있다.
가상발전소(VPP) 기술의 등장은 개인이 소유한 에너지저장장치(ESS)나 전기차 배터리가 국가 전력망의 유연한 보조 자원이 되는 시대를 열었다. 전력 수요가 적은 심야 시간에 저렴하게 충전된 전기차 배터리가 낮 시간대 전력 피크 타임에 전력망으로 에너지를 역송전하는 V2G 시스템은 대형 발전소 한 곳의 가동 중단에 맞먹는 예비 전력을 확보할 수 있게 한다.
시민들은 자신의 자산을 통해 전력 수급 안정에 기여하고 그에 따른 경제적 수익을 창출하며, 이는 국가 전체 전력망의 회복 탄력성을 높이는 지능형 안전장치로 작동한다.
결국 AI시대의 전력 안보는 원자력 발전이라는 안정적인 기저 부하와 신재생에너지의 유연성이 공존하는 한국형 녹색전환, K-GX 전략의 성패에 달려 있다. 탄소중립이라는 국제적 요구와 AI 산업 유치를 위한 고품질 전력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서는 에너지원 간의 정교한 믹스가 필수적이다.
정부는 원전의 경제성을 기반으로 전력 단가를 안정시키고 비약적으로 성장하는 재생에너지를 VPP와 연계하여 출력의 변동성을 제어함으로써 시민들의 전력 사용 안정성을 최우선으로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이는 단순한 산업 진흥을 넘어 무한 경쟁의 데이터 시대에서 대한민국이 에너지 주권을 수호하기 위한 필연적인 선택이다
에경연 관계자는 "AI 데이터센터는 단순한 산업 시설이 아니라 국가 전력망을 통째로 뒤흔드는 블랙홀과 같아서 지금처럼 수도권에 데이터센터가 집중되는 구조를 방치한다면 특정 지역의 전력 과부하가 국가 전체의 블랙아웃으로 번질 위험이 크다“고 말했다.
”따라서 지역별 차등 요금제는 수도권 집중을 막기 위한 고육지책이자, 전력 생산지와 소비지를 일치시켜 계통 손실을 최소화하려는 경제적 합리성의 결과물로 에너지 안보를 위해 기업들의 입지 전략 변화가 절실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 청년일보=이성중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