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미국 해군이 추진 중인 381척 규모 함대 건조 계획이 자국 조선 산업의 역량 부족이라는 현실적 한계에 부딪혔다. 충분한 예산에도 조선 관련 인력과 시설이 부족한 데 따른 것이다. 이에 미국은 해결책을 한국 조선업계에서 찾고 있다.
18일 미국 의회예산처(CBO)와 의회조사국(CRS)에 따르면, 미 해군의 조선 예산은 2005년부터 2025년까지 조선 물가 상승률(3.2%)의 두 배인 연평균 6.5%씩 증가했다. 하지만 정작 배를 지을 조선소 인력은 1990년 이후 전혀 성장하지 못하고 정체된 상태다.
이러한 수급 불균형은 심각한 인도 지연으로 이어지고 있다. 미 해군의 자체 검토 결과 핵심 전력인 콜롬비아급 잠수함은 12~16개월, 버지니아급 잠수함은 최대 36개월 인도가 늦어질 전망이다. 미국이 현재 추진 중인 296척 수준인 해군 전력을 2042년까지 381척으로 늘리겠다는 목표는 자국 조선업 역량으로 달성하기 어렵다는 것이 현지 군사·산업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이에 미국은 한국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미 의회 보고서는 한국 조선소가 채택한 '세계 표준 조선 관행(World-Standard Shipbuilding Practices)'을 도입해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특히 한국식 설계 방식은 노동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할 수 있다고 평가한다.
구체적으로 한국 선박 설계자들은 파이프라인을 직선화하고 모듈 공간을 확장해 작업 접근성을 높여 재료비가 조금 더 들더라도 전체 노동 시간과 건조 비용을 대폭 낮추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보고서는 분쟁 발생 시 적시에 함정을 수리하기 위해 한국 등 파트너 국가의 MRO(유지·보수·정비) 역량을 적극 활용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로널드 오루크(Ronald O'Rourke) 미 의회조사국 해군 연구원은 "모든 함정 건조 사업에는 한국식 생산 최적화 설계와 다각도의 연속 생산 체계를 결합한 포괄적인 함대 구성이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또한 보고서에는 한화오션의 필리조선소(Philly Shipyard) 인수 추진 사례와 같이 한국 기업이 미국 내 유휴 조선소를 인수해 한국식 모듈 생산 시스템을 이식하는 방식도 구체적으로 언급되고 있다. 한국 기업이 미국 내 조선소를 발판으로 미 해군 생태계에 접근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도권 문서에 반영됐다는 평가다.
로널드 오루크 연구원은 "미국의 해군 함정 건조를 위한 조선업 인프라 제약을 해결하는 방법은 한국 등 동맹국 조선소에서 함정 혹은 그 함정의 부품을 생산하는 것"이라며 "미국 조선소가 한국의 선박 건조 방법을 사용하도록 하는 것도 선택지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 청년일보=강필수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