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이 한국 경제가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테크 부문과 부진한 비(非)테크 부문이 엇갈리는 이른바 'K자형 회복' 국면에 진입했다고 진단했다. 성장세는 회복되고 있지만, 그 과실이 일부 대형 기술기업에 집중되면서 체감 경기는 제한적이라는 분석이다.
20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씨티 및 골드만삭스 등 주요 IB들은 최근 보고서에서 한국 경제의 구조적 리스크 요인으로 K자형 회복을 지목했다. 테크 수출이 빠르게 늘고 있는 반면, 철강·석유화학·가전·전기차 등 비테크 산업은 관세 부담과 글로벌 수요 둔화, 만성적 공급 과잉으로 부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골드만삭스는 비테크 산업의 수익성 악화가 전체 수출 증가의 제약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최근 테크 부문의 성장 역시 물량보다는 가격 상승에 기댄 측면이 크고, 관련 기업들의 투자 방향이 국내보다는 해외에 집중돼 있어 내수로의 파급 효과가 제한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성장의 불균형은 기업 심리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골드만삭스와 HSBC는 대형 테크 기업을 제외한 중소기업들의 심리지수가 여전히 장기 평균을 밑돌고 있다며, 성장의 체감도가 낮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가계부채와 인구 구조 변화도 위험 요인으로 꼽혔다. 골드만삭스는 한국의 가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11.4%로 OECD 국가 중 최고 수준이며, 최근 10년간 상승 폭도 노르웨이에 이어 두 번째로 크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고령층 중심의 고용 구조는 수출 회복이 소비로 이어지는 낙수 효과를 약화시키는 요인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반도체 경기 호조가 예상보다 강하고 길어질 것이라는 기대 속에 성장률 전망은 상향 조정되는 흐름이다. 이달 들어 UBS는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0%에서 2.2%로, ANZ는 1.8%에서 2.0%로,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2.1%로 각각 높였다. 골드만삭스도 1.9%로 전망치를 상향했다.
UBS는 메모리 반도체 업사이클이 당초 예상보다 빠르게 진입했다며, 최근 소비자신뢰지수가 수년래 최고 수준을 기록하는 등 내수 회복 신호와 관광 부문 개선도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IB들은 반도체 수출 확대와 에너지 가격 안정으로 경상수지가 크게 개선되면서 세수 여건과 가계 구매력이 점진적으로 개선될 것으로 전망했다. 아울러 장기 성장 잠재력 확충에 초점을 맞춘 정부의 경제 성장 전략도 중장기적으로 긍정적 요인으로 꼽았다.
국제금융센터는 해외 주요 기관들의 올해 한국 성장률 전망치 중간값이 지난해 11월 초 1.8%에서 최근 2.0%로 높아졌다고 전했다.
【 청년일보=조성현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