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정석원 건국대병원 정형외과 교수 연구팀이 고지혈증 치료제로 널리 쓰이는 '페노피브레이트(fenofibrate)'가 회전근개 파열 이후 발생하는 근육의 질적 저하를 억제하는 효과를 가진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페노피브레이트를 회전근개 질환 치료에 재창출(Drug Repositioning)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데 큰 의의가 있는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이에 청년일보는 정석원 건국대병원 정형외과 교수와 이번 연구를 시작하게 된 배경은 무엇이고, 연구결과는 어떻게 도출됐으며, 향후 어떠한 변화가 생길 수 있는지 등에 대해 28일 인터뷰를 진행했다.
◆ 근육 지방 침윤 포인트, 지방 축적 단백질 'FABP4'…"페노피브레이트 통한 개선 가능성 발견"
회전근개 파열 환자에서 발생하는 근육의 지방 침윤(fatty infiltration)은 수술 후 힘줄 치유 실패와 재파열을 일으키는 가장 중요한 예후 인자로 꼽힌다. 이러한 근육의 질적 저하는 시간이 지날수록 심화되지만, 이를 효과적으로 억제하거나 되돌릴 수 있는 약물 치료법은 그동안 제한적이었다.
정석원 교수는 이를 개선하고자 근육 상태를 호전시킬 수 있는 기전과 약물 및 물질에 관한 연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지방 축적에 관여하는 핵심 단백질 ‘FABP4’을 억제하면 근육의 지방 침윤을 개선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문제는 회전근개 파열 환자에게 사용할만한 마땅한 FABP4를 억제하는 치료제와 FABP4 억제제가 아닌 다른 계열의 치료제 중 지방 변성이 찾아온 근육을 회복시키거나 근육의 지방 변성을 억제할 수 있는 치료제가 없었다는 것에 있다.
사실상 신약 개발이 필요한 상황으로, 신약 개발에 들어가는 비용과 제네릭 출시 이전까지 고가의 판매 가격, 신약 개발 기간 등등을 고려하면 환자의 치료 접근성이 떨어져 다른 방법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이에 대해 고민하던 정석원 교수는 기존의 치료제 중 직접적 또는 간접적으로 FABP4를 억제하는 기전을 공유하는 치료제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고, 수 많은 의약품의 기전을 살펴보던 중 ‘페노피브레이트’ 성분의 고지혈증 치료제를 발견할 수 있었다.
정석원 교수는 "페노피브레이트 제제는 PPARα를 활성화시켜 PPARγ를 다운시키는데, PPARγ가 다운되면 FPAPP4가 같이 다운되는 기전을 보유한 약제"라면서 "현재 사용 가능한 약제 중에서 FPAPP4 억제를 통해 근육의 지방 침윤 개선 가능성이 있는 약제를 찾았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특히 "페노피브레이트 제제는 이미 임상적 안전성이 확립된 약제"라면서 "회전근 개 파열 이후 발생하는 근육의 질적 저하를 억제하는 효과까지 확인된다면 안전성과 접근성을 담보할 수 있는 새로운 치료 기회가 마련된다는 기대감을 안고 세포 실험과 동물 실험을 추진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 세포·동물실험 통해 '근육의 질적 저하' 억제 입증…"회전근 개 질환 보조 치료 전략 기대"
정석원 교수의 예상은 적중했다. 페노피브레이트가 회전근 개가 파열되면 근육 내 혈류가 줄어 저산소 상태가 되고, 이로 인해 염증 반응과 함께 근육세포가 지방세포로 변하는 과정이 촉진되는 지방화 과정의 핵심인 ‘PPARα-FABP4’ 경로를 효과적으로 조절할 수 있음이 입증된 것이다.
근육세포주(C2C12)를 저산소 환경에 노출시켜 파열된 근육과 유사한 조건을 만든 뒤 약물을 처리하는 방식으로 세포 실험을 진행한 결과, FABP4의 발현은 유의하게 감소하고, 지방 대사를 돕는 PPARα의 발현은 뚜렷하게 증가했다.
이어 동물 실험은 흰쥐의 회전근 개 파열 및 봉합 모델을 제작한 뒤, 파열 부위에 페노피브레이트를 국소 주사하는 방식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주사 6주 후 근육 내 지방 면적 비율은 페노피브레이트 투여군이 6.66%로 약물을 투여하지 않은 대조군(46.38%)보다 현저히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또 조직학적 분석에서는 약물 투여군에서 근육 구조가 대조군에 비해 건강하게 보존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연구 결과를 확인한 정석원 교수는 페노피브레이트 약제가 고지혈증이 있는 회전근 개 파열 환자에게는 고지혈증 치료를 같이 할 수 있는 약물로, 고지혈증이 없더라도 회전근 개 파열 환자에게 또 다른 치료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석원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는 근육의 지방 침윤 개선을 위해 약 10년간 진행한 연구의 결과물 중 하나이자 기존의 치료제 중 FABP4 억제 기전을 공유하는 약물을 찾는데에만 4년이 걸린 연구 끝에 거둔 성과"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뼈에 힘줄을 붙이는 어깨 수술을 받는 환자들 중 힘줄이 안 붙을 가능성이 많은 환자들에게 골다공증 치료제 '테리파르타이드'를 사용하면 호전되는 것이 밝혀진 이후 어깨 수술 환자들에게 도움이 되고 있는 것처럼 페노피브레이트도 회전근 개 파열 환자들에게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페노피브레이트가 회전근 개 파열 환자들에게 수술 후 힘줄 치유 환경을 개선하고 재파열 위험을 낮추는 새로운 보조 치료 전략이 되기를 기대하며, 많은 의사선생님들께서 환자를 치료하는데 보탬이 됐으면 좋겠다"라고 덧붙였다.
【 청년일보=김민준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