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대출을 줄이면 집값은 잡힌다."
정부의 가계부채 관리 논리는 단순하다. 그래서 강력하다. 지난해 6월 27일 발표된 이른바 '6·27 대출 규제' 역시 그 연장선에 있다.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6억원으로 제한하고, 다주택자의 추가 대출을 막으며, 생활안정자금 명목의 주담대까지 틀어쥐었다.
숫자만 보면 분명 '관리'다. 다만, 숫자 밖 시험대에 올랐을 때 정책의 민낯은 드러난다. 최근 한 신혼 가장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규제로 인해 분양 잔금을 치르지 못해 계약이 무산될 위기에 놓였고, 그 결과 주거를 잃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위자료 청구액은 2천만원이다.
액수보다 눈에 띄는 건 소송에 이르기까지의 경위다. 이 가장은 다주택자도, 투기 목적의 투자자도 아니다. 신혼부부 특별공급분 신생아 우선공급분 청약에 당첨된 분양 계약자다. 이 부부는 분양가 18억6천만원 가운데 집단대출 등을 통해 계약금(분양가의 20%)과 1∼2차 중도금(각 30%)까지 납부했다.
문제는 마지막 20%(3억7천여만원)다. 규제 이후 잔금을 마련할 수 있는 통로가 사실상 닫혀 이도저도 못하는 신세가 된 것이다. 대출을 받으려면 기존 중도금 대출을 상환해야 하고, 상환을 위해서는 다시 대출이 필요하다. 정책 설계상 '막힌 길'이다.
정부는 규제 발표 당시 "실수요자와 서민, 취약계층을 고려해 나가겠다"고 밝혔지만 현장에서는 그 문장이 언제 적용되는지 알기 어렵다. 규제는 즉시 시행됐고, 보완책은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
정책의 목적이 잘못됐다고 말하기는 쉽지 않다. 가계부채는 분명 관리 대상이다. 문제는 방법이다. 대출이라는 수단을 일괄적으로 조이면, 빚은 줄어들 수 있다. 동시에 선택권도 함께 줄어든다. 특히 이미 계약이라는 돌이킬 수 없는 단계에 들어선 이들에게 정책은 '조정'이 아니라 '결과 통보'로 다가온다.
이 신혼 가장의 소송이 법적으로 얼마나 받아들여질지는 미지수다. 국가 정책으로 인한 정신적 피해를 인정하는 문턱은 높다. 다만 이 소송이 던지는 질문은 명확하다. '정책의 성공은 지표로만 판단해도 되는가', '그 지표 뒤에서 탈락하는 사람들은 어디로 가야 하는가' 등이다.
대출을 막았지만 집을 가진 사람은 여전히 집을 산다. 다만 그 과정에서, 제도에 가장 성실하게 참여해온 사람들 중 일부가 조용히 탈락한다. 청약을 했고, 규칙을 따랐고, 약속된 일정에 맞춰 돈을 냈지만, 정책 변경의 타이밍 앞에서 보호받지 못한 경우다.
정책은 늘 선택이다. 그리고 선택에는 비용이 따른다. 지금의 대출 규제는 분명 어떤 비용을 외부로 밀어내고 있다. 그 비용이 누구의 몫인지, 그리고 그 부담이 과연 공정한지에 대한 질문은 아직 충분히 다뤄지지 않았다.
법정에서 이기는 사람은 한 명일 수 있다. 그러나 정책이 답해야 할 대상은 훨씬 많다. 이 소송이 주목받는 이유는, 승패와 무관하게 이미 한 가지 사실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대출을 막는 것만으로는, 주거 문제를 관리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그 깨달음의 대가는, 늘 개인이 먼저 치른다.
【 청년일보=조성현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