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국내 부동산 자산운용업계에 지각변동이 관측된다. 업계 1위 이지스자산운용이 외국계 사모펀드(PEF)로의 매각 수순을 밟는 가운데 또 다른 ‘빅3’ 운용사인 마스턴투자운용 역시 경영권 매각이 임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창업주 중심으로 성장해온 국내 부동산 운용 시장이 새 전환점에 들어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금융당국 심사와 주요 기관투자가들의 판단이 향후 판도를 가를 핵심 변수로 거론되는 가운데 부동산 자산운용업계의 변화를 불러올 두 건의 ‘빅딜’에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지스자산운용 매각 주관사인 모건스탠리와 골드만삭스는 최근 PEF 힐하우스인베스트먼트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향후 금융당국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통과하면 최종 인수가 가능한 상황이다.
이번 선정 과정에서는 막판 가격 경쟁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힐하우스는 지난해 12월 초 진행된 ‘프로그레시브 딜(Progressive Deal)’에서 인수가로 1조1천억원을 제시하며 최고가를 써냈다. 프로그레시브 딜은 본입찰을 통과한 후보들을 대상으로 추가 가격 경쟁을 붙이는 방식으로, 사실상 경매와 유사하게 매각가를 끌어올리는 구조다.
힐하우스는 당초 본입찰에서 9천억원대 중반 가격을 제시했으나, 주관사 제안에 따라 가격을 대폭 상향했다. 경쟁자였던 흥국생명은 약 1조원, 한화생명은 8천억~9천억원 수준을 써낸 것으로 전해진다.
힐하우스는 중국계 기업가 장레이가 2005년 미국 예일대 기금 출자를 받아 설립한 글로벌 PEF 운용사다. 싱가포르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SK온, SK에코프라임 등에 투자한 이력이 있다. 이번 거래의 인수 주체는 힐하우스 측 계열사인 삼티AMC(Samty AMC)다.
삼티AMC는 일본에서 주거·호텔 개발을 주력으로 해온 삼티홀딩스의 부동산 운용을 담당하는 회사다. 삼티홀딩스는 힐하우스가 2020년 실물자산 투자 부문을 분사해 설립한 라바파트너스에 인수된 바 있다. 구조적으로 보면 힐하우스–라바파트너스–삼티홀딩스-삼티AMC로 이어지는 실물자산 투자 라인이 이지스를 품는 모양새다.
매각 대상은 최대주주 손화자 씨의 12.40% 지분과 일부 재무적투자자(FI) 지분이다. 다만 다른 주주들의 동반 매각 참여 여부에 따라 실제 매각 지분율은 60% 후반대에서 최대 98.8%까지 확대될 수 있다.
이지스자산운용 측은 “힐하우스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으며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금융권 일각에서 제기된 국민연금의 위탁자산 회수 가능성에 대해서는 “그러한 입장을 밝힌 바 없는 것으로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이지스자산운용은 2010년대 초 독립계 운용사로 출발해 국내 상업용 부동산과 리츠(REITs)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했다. 운용자산은 수십조원대로 불어나며 업계 1위 자리를 지켜왔다. 이 과정에서 국민연금 등 연기금 자금이 핵심 투자자로 참여했다.
그런 만큼 국내 대표 부동산 운용사가 외국계 자본에 넘어가는 것이 적절하냐는 논란도 일고 있다. 특히 이지스자산운용이 부산항 신항 양곡부두, 하남 데이터센터 등 주요 인프라 자산을 운용하고 있다는 점이 정치권의 문제 제기를 불러왔다.
국민의힘은 지난달 8일 논평을 통해 “국가안보에 구멍이 생길 수 있는 매각을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하남 데이터센터와 부산항 양곡부두 등을 언급하며 “단순한 M&A가 아닌 전략 인프라가 넘어가는 안보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데이터 접근 통제, 항만 운영 데이터 축적 가능성, 에너지저장장치(ESS) 투자 이력 등도 우려 요인으로 거론했다.
그런 가운데 한국신용평가는 이번 거래를 두고 ‘양면적 변화’라고 평가했다. 힐하우스와 라바파트너스의 글로벌 네트워크는 이지스의 해외 투자 확대에 긍정적일 수 있지만, 지배구조 변화에 따른 조직 안정성 저하 가능성도 함께 존재한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명성 변화, 핵심 운용 인력 이탈 가능성, 조직 구조 재편 등을 사업 안정성의 잠재 리스크로 꼽았다. 특히 PEF 특성상 향후 투자금 회수를 위한 배당 확대 압력이 커질 경우 신용도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이지스자산운용 매각에 대해 “최대주주 변경 이후 투자 성향과 운용 전략에 변화가 나타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라며 “그런 만큼 불확실성도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지스자산운용은 고유재산 투자 비중이 있는 구조적 특성상 실적 변동성도 큰 편이다. 2024년 연간 영업이익 1천203억원을 기록했지만, 지난해 9월 누적 영업이익은 648억원에 그쳤다. 인수 금융 구조, 향후 배당 성향, 사업 전략 변화가 주요 모니터링 대상이라는 설명이다.
이지스자산운용 매각에는 흥국생명이 제기한 입찰 과정 부정거래 의혹에 대한 경찰 수사도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위법 사항이 확인될 경우 매각 일정은 물론 금융당국 심사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런 가운데 또 다른 대형 부동산 운용사인 마스턴투자운용도 경영권 매각 수순에 들어간 상황이다. 다우키움그룹이 창업주 김대형 고문 및 우호 지분을 포함한 40~50% 경영권 지분 인수를 추진 중이며, 양해각서 체결과 실사를 마치고 최종 가격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마스턴투자운용은 2024년 말 기준 운용자산(AUM) 26조9천849억원, 연결 매출 4천769억원, 순이익 422억원을 기록한 대형 운용사다. 김 고문(32.5%)이 최대주주이며, 마스턴·마스턴인베스트먼트홀딩스·디에스엔홀딩스·우리사주조합 등이 주요 주주로 있다.
당초 김 고문은 경영권 매각이 아닌 2대 주주 유치를 추진했으나, 이지스자산운용 매각 경쟁으로 운용사 몸값이 급등하자 전략을 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에서는 마스턴투자운용의 기업가치를 최소 5천억원 안팎으로 추정하고 있다.
다우키움그룹은 키움증권, 키움투자자산운용, 키움PE, 키움캐피탈 등 금융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지만, 부동산·대체투자 부문에서는 상대적으로 존재감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마스턴투자운용 인수에 성공할 경우 그룹 차원의 대체투자 역량이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다만 다우키움그룹측은 이에 대해 “내부적으로 확인이 어렵다”고 밝혔다.
이지스와 마스턴자산운용 매각이 모두 성사될 경우, 이지스·마스턴·코람코로 대표되던 국내 3대 부동산 투자사 구도에도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창업주 중심 체제에서 벗어나 외국계 자본 또는 금융그룹 산하로 재편되는 흐름은 단순한 지분 거래를 넘어 국내 부동산 자산운용 산업의 성격 변화를 의미한다. 대형화·글로벌화는 기회일 수 있는 한편, 운용 방식의 변화 등 리스크 부담이 공존할 수 있어서다.
금융당국 심사를 비롯해 투자자들의 판단 등이 향후 판도를 가를 핵심 변수로 꼽히는 가운데 국내 부동산 금융시장의 변화를 가져올 두 건의 빅딜에 이목이 집중된다.
【 청년일보=신정아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