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혹한기' 직면… 배터리업계, 포트폴리오 최적화 "분주"

등록 2026.02.05 08:00:01 수정 2026.02.05 08:00:12
신영욱 기자 sia01@youthdaily.co.kr

국내 배터리 3사 지난해 4분기 일제히 영업손실 발생
미국 보조금 중단 등 영향에 전기차 캐즘 장기화 여파
ESS·로봇 배터리 등 전기차 외 사업서 성과 창출 움직임
"단기간 수익성 확보 어려워…버티기·향후 비전 확보 목적"

 

【 청년일보 】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 등 국내 배터리 3사가 지난해 4분기 일제히 적자를 기록했다. 어려운 업황이 다시 한번 실제 지표로 확인된 만큼 새로운 수익원 확보의 필요성이 다시금 대두되고 있다. 이에 배터리 3사는 혹한기를 버티기 위한 사업 포트폴리오 전환으로 분주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국내 배터리 3사는 일제히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4분기 1천220억원의 영업손실이 발생하며 2024년 4분기 이후 1년만에 적자 전환했다. 4분기 적자에도 국내 배터리 3사 중 그나마 상황이 낫다. LG엔솔의 경우 4분기 적자에도 연간을 기준으로는 1조3천461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지만 삼성SDI와 SK온의 분기는 물론 연간을 기준으로도 영업손실을 기록한 것이다.

 

삼성SDI는 지난해 4분기 엉업손실 규모가 2천992억원으로 잠정집계됐다고 전날 공시했다. 지난해 영업손실은 1조7224억원을 기록했다. 2024년 4분기 2천567억원의 영업손실로 적자 전환한 이후 5개 분기 연속 적자를 이어갔다.

 

SK온은 3사 중 상황이 가장 어렵다. SK온은 2022년 9천912억원, 2023년 5천818억원, 2024년 1조865억원, 2025년 9천319억원 등 출범 이래 매년 영업손실이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4분기의 경우 영업손실 규모가 시장 관측을 한참 상회했다. 증권가 등에서 3000억원대를 예상했던 4분기 영업손실이 4천414억원에 달한것이다. 이는 2024년 2분기 영업손실 4천601억원 이후 최대치다.

 

이 같은 실적 악화는 예견된 결과다. 미국 등 주요 지역에서 내연기관 퇴출 계획 완화 등의 영향으로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이 장기화 국면을 보이고 있어서다.

 

일례로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2035년부터 내연기관 자동차 판매를 전면 금지하기로 한 방침을 철회했다. EU 집행위원회가 제출한 법 개정안에 따르면 2035년 신차 탄소 배출 감축량이 당초 목표인 100%에서 90%로 완화된 것이다.

 

해당 개정안이 가결될 경우 완성차 업체들이 2035년 이후에도 내연기관차를 판매할 수 있게 된다. 유럽 환경단체 T&E는 보고서를 통해 2035년 이후 신차 판매에서 전기차의 비중 예상치가 85%에서 50% 수준으로 떨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국내 배터리 3사에게 무엇보다 큰 타격으로 작용한 것은 지난해 하반기 미국 정부의 전기차 보조금 중단이다. 오는 2032년 만료 예정이던 전기차 보조금이 조기 종료된 후로 미국 전기차 시장이 급격히 얼어붙은 것이다. 국내 배터리 3사는 미국 시장에 힘을 줬던 만큼 체감되는 어려움이 특히 크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실제 지난해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사용량이 성장세를 유지했음에도 국내 배터리 3사의 점유율은 하락세가 나타났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1∼12월 세계 각국에 등록된 순수전기차(EV)·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PHEV)·하이브리드차(HEV)에 탑재된 배터리 총사용량은 약 1천187GWh(기가와트시)로 전년 대비 31.7% 증가했다. 같은 기간 국내 배터리 3사의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사용량 합산 점유율은 3.3%p 하락한 15.4%로 집계됐다.

 

예상하고 있던 어려움이 실제 지표로 확인된 만큼 충격 완화를 위한 사업 포트폴리오 전환의 중요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배터리 기업들 역시 인지한 모습이다. 연초부터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전기차 배터리 외의 사업에서 성과 창출을 위해 분주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전날 한화큐셀 미국법인과 5GWh 규모 ESS용 LFP 배터리 공급 체결을 발표하는 등 사업 포트폴리오 전환에 속도를 붙이고 있다. 삼성SDI의 경우 지난달 미주법인 삼성SDI 아메리카(SDIA)가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특히 배터리 3사는 관련 설비를 늘리는 등 ESS 사업 역량 확대에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60GWh 이상의 생산능력 확보를 목표로 미국 내 전기차 배터리 생산 라인의 전환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삼성SDI의 경우 미국 현지 양산을 통해 올해 ESS 매출을 전년 대비 50% 가까이 확대하는 것을 목표하고 있다. SK온 역시 미국 테네시 공장을 거점 삼아 ESS 성과 창출을 노린다.

 

이진명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올해 전기차 시장의 유의미한 회복은 기대하기 어려우나 최악의 구간은 통과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반면 북미 ESS 시장은 수요 고성장 및 탈중국 기조 강화로 우호적인 영업환경을 기대한다"고 분석했다.

 

로봇 배터리 역시 새로운 수익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 진행한 실적발표에서 6개 이상의 주요 로봇업체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고 밝혔다. SK온의 경우 현대위아의 물류·주차로봇에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다.

 

배터리 기업들의 이러한 움직임은 어려운 시기를 버티는 데 목적을 둔 것으로 평가된다. ESS, 휴머노이드 등 현재 배터리 기업들이 주목하고 있는 시장이 향후 성장 가능성 자체는 높게 평가되지만 당장에 큰 수익성 확보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전기차 한 대에 탑재되는 용량의 배터리를 로봇을 통해 판매하려면 수십대가 필요한 만큼 수익성 면에서는 차이가 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최근 배터리 기업들이 ESS나 휴머노이드 로봇 등 전기차 배터리 외 사업에서 노력을 하고 있지만 당장 유의미한 수준의 수익성을 확보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며 "휴머노이드 로봇의 경우 이제 막 시작단계이고 전기차와 비교해 용량 차이가 크게 나다 보니 당장 동일한 수익성을 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최근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고 있끼는 하지만 우선은 당장은 버티는데 목적이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며 "올해 1~2년 안에는 수익성을 내기는 쉽지 않아 보이고 해당 분야에서 가능성을 열어두고 향후 비전을 공고히 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고 부연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기업들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해서 가져가는 게 중요하다"며 "아무래도 전기차 배터리 시장 상황이 쉽지 않다 보니 다른 분야에 집중하고 있는 거고 향후 전기차 시장이 다시 회복되면 또 그에 맞춰 포트폴리오를 조정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 청년일보=신영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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