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은행의 잘못만 바로잡고 소비자보호에 대한 경종을"
지난해 12월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이하 금감원 분조위)는 키코 분쟁조정신청에 대해 손해액의 일부를 배상하도록 결정했다. 그리고 최근 키코 상품을 취급한 은행들에 대해 기관 제재와 CEO 문책경고라는 중징계가 내려졌다.
손실 가능성이 잠재돼 있는 상품에 대해그 위험성을 제대로 알리지 않고 판매했다는게 그 이유다. 이로 인해 은행권에 대한 불신 등 혼란은 은행들만의 몫이었다.
그러나 은행에 대한 감시·감독 의무를 소홀히 한 금감원은 책임을 회피하는 모양새다. 은행을 상대로 손실을 배상하도록 하는 한편 경영진 징계라는 카드로 정작 자신들의 감독책임 지적을 스리슬쩍 피해가는 듯한 모습이다.
금감원은 키코 사태 등 금융소비자들에게 금전적 손실을 야기할 수 있는 투기적 금융파생상품 판매와 관련 문제가 발생하고, 이로 인한감독 부실 지적이 나올때마다 은행 최고경영자(CEO)들을 징계하거나, 일방적 배상을 지시, 압박하는 이른바 '관치금융'의 악습을 되풀이 하고 있다. 이는 결국 금감원의 전문성 부족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은행권 관계자는 "키코 사태가 발생한 게 지난 2008년이고 민법상 손해액 청구권 소멸시효는 10년"이라며 "감시·감독 책임이 있는 금감원에서 DLF 불완전 판매를 사전에 인지하고도 사실상 방조하다가 사태가 커지자 은행에 책임을 전가하고 제재를 가하는것이 아니냐"고 지적했다.
'키코 사태'는 금융위기가 닥친 2008년 환율이 급등하면서 환헤지 목적으로 키코에 투자했던 919개 기업들이 약 3조원의 투자손실을 야기, 불거진 사안이다.
'키코(Knock-In, Knock-Out 영문 첫 글자에서 따온 말)' 는 환율변동에 따른 위험을 피하기 위한 환헤지(換과 hedge의 결합어)상품이다. 약정환율과 변동의 상한(Knock-In)·하한(Knock-Out)을 정해놓고 환율이 일정한 구간에서 변동하면 약정환율을 적용받는다.
이는 하한 이하로 떨어지면 계약을 무효로 하고, 상한 이상으로 올라가면 약정액의 1~2배를 오른 환율(시장가)로 매입해 은행에 약정환율로 매도하는 방식이다.
금감원 분조위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키코 사태 때 해당 은행들은 고객에게 배포하는 상품안내장과 위험고지서 등에 레버리지에 따른 위험성을 설명하지 않았다. 또 오버헤지 시 위험성을 언급하지 않아 '불완전 판매 책임' 논란을 야기했다.
이에 금감원 분조위는 지난해 키코 상품을 판매한 은행들에게 불완전판매 책임을 인정하고 피해기업 4곳에 피해액의 15~41%를 배상하라고 권고했다.
배상금액은 신한은행 150억원, 우리은행 42억원, 산업은행 28억원, 하나은행 18억원, 대구은행 11억원, 씨티은행 6억원으로 총 255억원이다. 이 중 우리은행은 최근 이사회를 열어 피해기업 2곳에 42억원을 배상하기로 결정했다.
금감원은 외환파생상품 키코(KIKO)의 분쟁조정안 관련 이를 따르기 위해서는 배임 등 은행 내부에서 해결해야 할 사안이 적지않은 게 사실이다.
이에 금감원 역시 해당 은행 6곳 중 우리은행을 제외하고 키코 분쟁조정 결정서를 받은 은행들이 한차례 연장된 수락여부 통보 시한인 지난 8일까지 결정을 내리지 못하자 통보시한을 내달 6일까지 한차례 추가 연장했다.
이는 금감원도 키코 사태에 대한 배임 가능성 등 법적리스크를 모르지 않고 있다는 방증인 셈이다. 지난달 30일 금융위원회는 '2019년 금융소비자 보호 국민인식조사'를 발표했다. 발표 결과에 따르면 '금융회사가 소비자 보호에 노력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62.1%, '노력한다'는 37.9%로 나왔다.
또한 금융소비자들은 금융사의 행태·윤리의식에 대해 부정적이었다. 실제 75.7%가 사고·피해 발생 시 책임지지 않는다고 답했고, 73%는 상품판매 후 고객에게 신경 쓰지 않는다고 답했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이 같은 결과에 대해 금융감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의 기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책임'만 면피하려는 금융당국 기능의 현주소다. 요컨데, 현재 추락한 신뢰와 영(令)을 바로 세우고 '소비자 보호'를 화두로 내세운 금감원이 향후 새로운 개선방안을 제시할 지 주목된다.
【 청년일보=길나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