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인보사’와 ‘메디톡신’ 사태에 대한 일차적인 책임은 의약품을 허가받는 과정에서 치명적인 실수를 저지른 제조사에 있다.
그러나 문제를 야기한 기업들의 신약 개발에서의 ‘과정’을 고스란히 허가했던 식품의약품안전처 역시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문제를 일으킨 것은 이들 기업들이라 해도, 그 문제들을 지적하지 않고 간과한 책임은 결국 식약처에게 있기 때문이다.
◇ 15년 넘게 발견하지 못한 ‘인보사’ 관련 오류
실제 식약처는 인보사 사태와 관련한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15년이 넘는 기간 동안 오류를 발견하지 못한데다, 사태가 불거진 이후 우왕좌왕하는 모습까지 보이며 신뢰성을 완전히 잃었기 때문이다.
품목허가 취소 발표 전 회사 측 입장을 사전에 듣고 조율해야 하는 절차를 무시하며 적법성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이와 관련 식약처는 “해당 발표는 인보사 관련 종합조사 결과에 따른 조치로, 허가 취소 처분 절차를 진행한다는 의미”라며 “예정 처분의 내용과 원인이 되는 사실 및 법적 근거 등을 회사 측에 통지한 바 있다”고 해명했지만 큰 설득력을 얻지 못했다.
각종 시민단체와 정치권 역시 식약처를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은 관계자는 “품목허가를 내준 식약처 또한 수사선상에 올려 철저히 조사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한 바 있다. 또 다른 시민단체인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식약처를 직무유기로 검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당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이었던 윤소하(정의당) 의원도 “신약을 허가했던 당사자인 식약처의 책임에 대해서는 일언반구 언급이 없다”며 “식약처가 제조사인 코오롱생명과학만 잘못을 저지른 것인 양 모든 책임을 지웠다”고 꼬집었다.
◇ 내부 고발자 신고가 없었더라면... 뒤늦게 밝혀진 ‘메디톡신’ 사태
식약처는 메디톡신 사태에서도 책임론을 피해가지 못했다. 제약사의 자료를 전문적으로 검토해야 하는 게 식약처의 주요 의무임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별다른 검증을 하지 않다가, 결국 내부 고발자의 신고와 검찰 수사로 불법행위가 드러났기 때문이다.
메디톡신 사태를 인보사 사태와 비교하며 식약처가 규제기관으로서의 역할과 책임을 다하지 않았다고 비판하는 목소리도 크다.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는 메디톡신 사태 이후 성명서를 통해 “식약처는 규제기관으로서 정기적으로 생산 공장의 품질관리기준(GMP)을 점검하고 출하된 제품의 품질을 점검해 제품을 관리·감독해야 하는 의무를 지고 있다”며 “인보사 사태뿐 아니라 이번 메디톡스 사태에서도 부실검증이라는 의혹이 있음에도 마땅히 가져야 할 책임에서 슬쩍 빠져있다”고 꼬집었다.
규제실패에 대해 철저히 고백하고 반성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책임을 전적으로 제약사에 돌리거나 안전성 우려가 없다는 식으로 넘어가선 안 된다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식약처가 제약사의 일벌백계만 주장할 것이 아니라, 고질적인 문제인 ‘허술한 허가규제’라는 본질부터 스스로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며 “관련 제품을 전면 재검토하고 최대한 빨리 문제 제품을 투여 받은 환자를 위한 가이드라인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 청년일보=안상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