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대 판매 원칙을 바탕으로 한 '금융소비자보호법'이 시행을 하루 앞두고 있다 [이미지=연합뉴스]](http://www.youthdaily.co.kr/data/photos/20210312/art_16164956455234_f8a066.jpg)
【 청년일보 】 금융사의 불완전판매로부터 소비자 보호와 권리 강화를 목표로 하는 '금융소비자보호법(이하 금소법)' 시행이 오는 25일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금소법은 지난 2011년부터 논의를 시작했지만 큰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이후 2019년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를 비롯해 라임 사태 등 굵직한 대규모 사모펀드 환매중단 사태가 발생한 이후에야 겨우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금소법은 6대 판매 원칙(적합성 원칙·적정성 원칙·설명의무 준수·불공정영업행위 금지·부당권유행위 금지·허위과장광고 금지)을 모든 금융상품에 확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방대한 금소법 범위에 비해 세부 규칙이 불확실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금융당국은 금소법을 원칙적으로 25일부터 시행하되 자체기준 마련, 시스템 구축 등 업계 준비기간이 필요한 일부 규정은 그 적용을 최대 6개월 유예한다는 기이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이렇다보니 금융권에서는 법 제정 취지에도 불구하고 금소법에 의해 조성되는 불확실한 업무 환경에 적응할 시간이 부족하다는 불만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 후 주요변화 [자료=금융감독원]](http://www.youthdaily.co.kr/data/photos/20210312/art_1616495913796_5df807.jpg)
◆ 25일 시행 앞둔 금소법..."무엇이 달라지나"
금소법의 핵심은 금융소비자의 권리와 금융사의 불완전판매에 대한 처벌이 강화된다는 점이다.
먼저 기존 투자자문업, 보험에 한정됐던 청약철회권(소비자가 금융상품에 가입한 후에도 계약을 파기할 수 있는 권리)이 모든 금융상품으로 확대된다.
다만 금융소비자들은 대출성 상품은 14일 이내, 보장성 상품은 15일 이내, 투자성 상품은 7일 이내에 철회권을 행사해야 한다.
위법계약해지권(불완전판매 상품에 대해 소비자가 해당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권리) 등의 금융소비자 권한도 강화된다.
금융사가 6대 판매규제를 지키지 않는 등 정당한 해지 사유가 발생했을 시에는 계약일로부터 5년 이내 또는 위법 사실을 안 날로부터 1년 이내에 위법계약해지권도 청구할 수 있다.
아울러 금융소비자는 상품 판매와 관련 금융사와 소송, 분쟁 조정시 자료 열람을 요구할 수 있게 됐다.
만약 금융사가 해당 사항을 위반할 경우 상품 수입의 최대 50%까지 ‘징벌적 과징금’이 부과된다. 과태료는 최대 5천만원에서 1억원으로 올랐으며, 처벌의 경우에도 기존 3년 이상 징역 및 1억원 이하 벌금에서 5년 이하 징역 및 2억원 이하 벌금으로 상향된다.
◆ 금소법 시행 세칙 부재..."명확한 기준 없어" 금융권, 혼란 가중
금소법 시행과 함께 청약철회권과 위법계약해지권 등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한 여러 제도 장치가 마련됐지만, 금융권 내부에서는 법의 적용 범위가 워낙 광범위하고 세부지침도 아직 부족한 상황이라며 불만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금융 당국이 법 시행을 불과 5영업일 앞두고 감독 규정을 발표한 데다 심지어 시행세칙은 아직 발표도 되지 않은 이유에서다.
금융권이 금소법 시행에 긴장하는 이유는 억대에 달하는 과징금 때문이다. 판매사가 금소법을 위반할 경우 관련 상품 수입의 최대 50%까지 '징벌적 과징금'이 부과된다. 과태료도 최대 1억원으로 상향됐다.
이에 금융사들은 금소법의 규제와 처벌이 높은 탓에 영업이 위축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 A씨는 “당국의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있기 전까지는 최대한 보수적으로 금융상품 판매를 할 수 밖에 없다”며 “상품 판매 절차상의 복잡함이나 향후 제기 될 수 있는 분쟁 등의 우려 등으로 고객이나 판매원들이 금소법에 적응하는데 상당히 오랜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시행령 이하의 세칙들은 법 시행 이후에야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명확한 기준 없이 법만 시행되는 셈이다. 이로 인해 금소법은 시행과 동시에 실제 적용은 6개월 이후에나 이뤄지는 다소 이상한 상황이 연출됐다.
금융위원회는 금융사와 소비자의 혼란을 고려해 일부 규정은 그 적용을 최대 6개월 유예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금융권 내부에서는 6개월이란 시간이 충분할 지는 미지수라는 반응이다.
이에 대해 A씨는 “금융권 6개월 기간 동안 혼선이 없다면 충분한 시간이다”라고 말하면서도 “추가적으로 보완해야 할 사항이 있거나 전산개발이 필요하다면 시간이 부족할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금융소비자의 위법계약해지권에 대한 지적도 제기됐다. 소비자의 위법계약 해지의 요구가 있을 경우 10일 이내에 수락여부를 통지해야 하는 기간에 대해 이 너무 짧다는 것이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 B씨는 “(위법계약 해지 요구) 이후 금융사는 10영업일이 아니라 10일 이내에 통지해야 하므로, 연휴 등이 겹칠 경우 더욱 짧아지게 된다”고 토로했다.
이어 “위법계약의 해지의 경우 계약 상황 및 각종 계약 서류의 검토가 필요해 며칠 내에 수락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위법계약 해지 시 불명확한 보상 범위에 대한 지적도 제기됐다.
금융권 관계자 B씨는 “위법계약 해지 시 법 47조에 따라서 수수료, 위약금 등 계약의 해지와 관련된 비용을 요구할 수 없다고 명시되어 있다”며 “정기예금의 경우 해지 날까지 중도해지이자율을 적용하는지, 약정이자율을 적용하지는 지 등의 보상범위가 명확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위법계약해지권은 재판, 금융당국 검사를 통해 위법 사실이 확인된 경우에만 적용되기 때문에 모두 받아들여지는 건 아니다.
금소법 47조에 따르면 금융상품 계약이 판매 규제를 위반한 경우 5년 이내에 계약 해지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다만 구체적으로 적합성 원칙·적정성 원칙·설명 의무를 위반했을 때와 금융 상품의 판매가 불공정영업행위·부당권유행위일 경우에만 적용이 가능하다.
!['소비자보호 강화 및 고객중심경영 선포식'에서 조용병 회장(사진 가운데) 및 그룹 CEO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신한금융그룹]](http://www.youthdaily.co.kr/data/photos/20210312/art_16164965186299_cdc205.jpg)
◆ "금융소비자 보호가 최우선 과제"...은행권, 금소법 대비 분주
은행권에서는 금소법 시행에 맞춰 금융소비자 보호에 방점을 두고 이에 따른 대응 방안을 구체화하고 있다.
은행권을 분주하게 만든 이유 중 하나는 금소법이 소비자가 금융회사에서 상품 가입 시 설명을 충분히 제공받지 못해 손해를 봤다며 배상을 청구할 경우, 고의나 과실이 없다는 '입증 책임'을 금융사가 지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신한금융은 지난 17일 ‘소비자보호 강화 및 고객중심 경영 선포식’을 개최하고 매월 그룹경영회의를 통해 금융소비자보호와 내부통제 정책을 논의하는 '선견(先見)' 세션을 만드는 등 그룹차원의 다양한 대응 방안을 마련키로 했다.
또한 계열사인 신한은행은 작년부터 자체 '미스터리 쇼핑(암행 현장점검)'을 실시 중이다. 현장점검 평가 점수가 저조한 곳은 별도 교육과 2차 점검을 하고, 그래도 기준에 미달하면 해당 영업점은 아예 투자 상품 판매를 정지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KB국민은행도 지난해 6월부터 외부전문가로 구성한 ‘소비자보호권익강화 자문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 아울러 금융상품 판매 과정에서 투자 성향 분석, 판매 과정 등을 녹취하고 불완전판매 여부를 분석하는 금융상담 시스템을 구축해 시행한다.
하나은행 역시 지난 1월 지성규 하나은행장이 ‘금융소비자 보호 실천 다짐문’을 공표했으며, 신규 금융상품 판매 시 직원의 교육수료 여부를 철저히 검증하여 해당 상품의 내용을 숙지한 직원만이 금융소비자에게 상품을 판매할 수 있도록 조치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전 직원을 대상으로 금융소비자 보호 역량 강화를 위한 비대면 연수 프로그램을 운영해 전 영업본부 및 직할 VG(가치그룹, Value Group)별 화상 연수를 통해 금소법 시행에 따른 영업현장 변화를 공유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NH농협은행은 오는 6월까지 상품 선정, 판매 후 사후관리 등 비예금상품 판매와 관련한 모든 현황을 확인·점검할 수 있는 통합전산시스템 구축 계획을 수립했다.
【 청년일보=이나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