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중국이 국경절 연휴(10월 1∼7일)에 나흘 연속 대만을 향해 사상 최대 규모의 공중 무력시위를 벌여 양안간 긴장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환구망(環球網)과 인민망(人民網) 등 중국 매체들은 5일 대만 국방부 인터넷 홈페이지 발표 등을 인용해 전날 중국 군용기 총 56대가 대만 방공식별구역(ADIZ)에 진입했다고 보도했다.
중국 매체들은 당초 젠(殲·J)-16 전투기 34대를 비롯해 수호이(SU)-30 전투기 2대, 윈(運·Y)-8 대잠초계기 2대, 쿵징(KJ)-500 조기경보기 2대, 훙(轟·H)-6 폭격기 12대 등 군용기 52대가 대만 방공식별구역에 진입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당일 오후 젠-16 전투기 4대가 추가로 진입한 것이 확인됐다고 전했다.
이번 공중 무력시위는 대만 국방부가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방공식별구역 진입 등 중국군의 대만 주변 활동을 공개하기 시작한 지난해 9월 이후 최대 규모다.
앞서 중국은 국경절 당일인 1일 군용기 38대를 대만 방공식별구역에 보낸데 이어 2일과 3일에도 각각 39대와 16대의 군용기를 보내 독립 성향의 차이잉원(蔡英文) 정부를 압박했다.
이처럼 양안 긴장이 최고조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대만은 중국이 전쟁을 벌일 경우 끝까지 싸울 것이라는 강경한 입장을 재확인했다.
연합보 등 대만 언론의 이날 보도에 따르면 우자오셰(吳釗燮) 대만 외교부장은 전날 방영된 호주 공영 ABC 방송과의 사전 인터뷰에서 "만약 중국이 대만을 공격한다면 그들에게도 막대한 손해가 닥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대만 언론은 이와 관련, 지난달 중순 미국과 호주 외교·국방장관 '2+2회담' 직후의 공동회견을 거론했다. 당시 양국은 대만을 중요한 파트너(critical partner)라고 언급하며 관계 강화에 나설 의사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대만 언론은 아울러 오는 8일 열릴 예정인 위산포럼(玉山論壇)에 토니 애벗 전 호주 총리가 참석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대만 국방부 싱크탱크인 국방안전연구원(INDSR)의 쑤쯔윈(蘇紫雲) 연구원은 최근 중국 군용기의 대만 방공식별구역 진입은 외견상 대만을 겨냥한 행동으로 보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최근 대만 동북쪽에서 미국과 영국의 항모 및 일본의 군함이 참가한 합동훈련에 대한 반발 때문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미국과 중국의 대화 채널이 군사적 충돌을 막는 역할을 하고 있지만 양안간 소통 부족으로 대만해협의 긴장이 더욱 고조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인민해방군 연구원 출신인 장퉈성은 지난 2일 "양안간의 대화는 오래 전 중단됐고, 양측은 군사와 안보 분야에서 상호 신뢰의 어떠한 체계도 세우지 않았다"고 밝혔다.
실제 중국은 지난 2016년 독립 성향의 차이잉원이 대만 총통에 당선된 이후 대만과의 공식 소통 채널을 폐쇄했다. 중국은 차이잉원 총통이 92공식(九二共識)을 인정하지 않아 그 같은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92공식은 지난 1992년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되 각자 명칭을 사용하기로 한 합의를 말한다.
【 청년일보=정구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