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오는 25일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1주기를 앞두고 영국의 경제 전문지 이코노미스트가 삼성전자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집중 조명했다. 그러면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앞에 놓인 과제를 열거했다.

이코노미스트의 조명은 2가지로 요약된다. 이재용 부회장의 시스템반도체 승부수는 세계 반도체산업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며, 시스템반도체의 강자 TSMC를 잡으려면 가차 없는 면모를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코노미스트는 17일(현지시간) '삼성전자가 최첨단 반도체 제조 분야를 장악하려고 한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이재용 부회장이 메모리반도체와 스마트폰 시장뿐 아니라 시스템반도체에서도 우위를 점하려 한다고 보도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삼성전자가 최첨단 반도체 분야에 활발히 투자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6일 '삼성 파운드리 포럼 2021' 행사에서 내년 상반기에 차세대 게이트 올 어라운드(GAA·Gate-All-Around) 기반의 3나노미터(nm) 반도체 양산에 들어가고, 2025년에는 GAA 기반의 2나노미터(nm) 제품을 양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게이트 올 어라운드는 핀펫(FinFET)과 더불어 나노미터(nm) 수준의 초미세 반도체 공정기술의 하나다. 특히 게이트 올 어라운드는 핀펫으로 불가능한 3나노미터(nm) 이하 공정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혁신기술이다.

앞서 삼성전자는 2019년 발표한 '반도체 비전 2030'을 통해 2030년까지 시스템반도체 분야의 연구개발(R&D) 및 생산기술 확충에 133조원을 투자, 시스템반도체를 비롯한 비메모리 시장에서도 글로벌 1위를 달성하겠다고 천명한 바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이 같은 야심찬 계획은 세계에서 전략적으로 가장 중요한 산업군에서 삼성전자가 대만의 TSMC나 인텔과 나란히 경쟁하도록 만들 것"이라며 "최근 공급난으로 중요성이 더욱 강조된 글로벌 반도체 업계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삼성전자가 떠안고 있는 과제로 ▲ 소프트웨어·서비스 분야 강화 ▲ 파운드리 사업 독립성 확보 ▲ 미중 기술 패권주의 가속에 따른 생존전략 마련 등을 꼽았다. 이런 리스크 때문에 삼성전자의 주가가 역대급 실적과 현금 보유에도 불구하고 애플, 샤오미, TSMC, 인텔 등 경쟁사에 비해 저평가됐다는 것이다.

이코노미스트는 "삼성전자의 시스템반도체 분야 도전은 저조한 주가를 끌어올리기 위한 시도가 될 수 있다"며 "이재용 부회장의 목표는 5500억 달러(약 620조원)에 달하는 전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70%의 비중을 차지하는 시스템반도체 등 비메모리 분야에서 시장점유율 40%를 확보하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코노미스트는 다만 삼성전자가 시스템반도체 중장기 전략을 발표한 뒤 아직까지 이렇다할 진전이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최근 시장조사업체 발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시장점유율은 15% 수준으로 업계 1위인 TSMC와의 격차가 30%포인트 안팎에 달한다. 삼성전자의 비메모리 매출 역시 전체 매출의 7%에 머물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이런 문제에도 불구하고 이재용 부회장이 상황을 잘 인식하고 있고, 삼성전자의 변화를 가속화하려는 분명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최근 반도체 공급망 불안을 둘러싸고 미국, 중국, 유럽 등 각국이 나서 경쟁을 펼치는 이른바 기술 국가주의 흐름도 삼성전자에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코노미스트는 "삼성전자가 TSMC와 대적하는 시스템반도체 분야의 대표기업이 되려면 이재용 부회장이 빠른 시일 안에 전면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수줍고, 점잖으며, 통찰력 있는 성격으로 알려진 이재용 부회장이 성공을 담보하려면 가차 없는 면모를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 청년일보=정구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