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상에 '빚부터 청산'...신용대출 중도상환 150% 급증

등록 2022.10.18 09:03:17 수정 2022.10.18 09:03:28
이나라 기자 nrlee@youthdaily.co.kr

1∼8월 5대 은행 중도상환 33만7천건...작년 전체와 비슷
은행권 5년간 수수료 수익만 1.2조원...'경감 필요성' 제기

 

【 청년일보 】 올해 가계대출 중 신용대출의 중도상환이 월 평균 150% 가까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빚투(빚내서 투자)에 나섰던 가계가 부동산과 주식, 코인 등 자산 시장의 침체와 더불어 한국은행의 잇단 기준금리 인상으로 이자 부담마저 커지자 수수료를 물고서라도 서둘러 상환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은행 입장에서는 대출기간의 이자 수익에 더해 연 평균 수천억원에 달하는 중도상환수수료까지 챙기게 된 셈이다. 이에 가계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8일 국민의힘 윤창현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올해 1∼8월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신용대출 중도상환 건수는 33만7천408건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신용대출 중도상환 건수가 34만170건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불과 8개월 만에 지난해 전체와 비슷한 규모의 중도상환이 이뤄졌다.

 

월평균 기준으로는 지난해 2만8천347건에서 올해 4만2천176건으로 무려 149% 급증했다.

 

5대 은행 신용대출 중도상환 건수는 2018년 43만4천499건(월평균 3만6천208건), 2019년 45만8천435건(3만8천202건), 2020년 43만5천10건(3만6천250건), 2021년 34만170건(2만8천347건), 올해 1∼8월 33만7천408건(4만2천176건) 등으로 집계됐다.

 

2018년 이후 월평균 중도상환 건수가 4만건을 넘은 건 올해가 처음으로, 이 같은 추세가 지속될 경우 올해 가계의 신용대출 중도상환 규모는 50만건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주택담보대출 중도상환 규모는 큰 변화가 없거나 오히려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5대 은행의 가계 주담대 중도상환 건수는 2018년 42만1천662건(월평균 3만5천138건)에서 2019년 39만6천87건(3만3천7건), 2020년 39만1천889건(3만2천657건), 2021년 27만2천979건(2만2천748건), 올해 1∼8월 16만1천230건(2만153건) 등으로 지속적인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들어 가계 신용대출 중도상환 건수가 급증한 이유는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이 지속되자 가계들이 이자 부담을 줄이기 위해 당장 갚을 수 있는 빚부터 상환에 나섰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예상보다 더 빠른 국내외 통화 긴축으로 금리가 급등하면서 1∼2년 전 변동금리로 대출을 받은 금융소비자들의 상환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시장의 전망대로 올해 말이나 내년 초까지 기준금리가 1.00%포인트(p) 더 올라 3.50%에 이르면 이른바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빚투(대출로 투자) 족들의 고통은 더 커지고, 소비 위축 현상도 뚜렷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주담대의 경우 주택구입이라는 목적이 워낙 뚜렷한데다, 대출 규모가 크다 보니 상환 재원 마련이 쉽지 않다"면서 "금리가 높아졌다고 갑자기 상환에 나서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반면 신용대출의 경우 비교적 대출 규모가 작고, 주택 구입 뿐만 아니라 전세 자금, 주식 투자, 급전 마련 등 다양한 목적으로 활용하고 있어 목적을 달성하거나 이자 부담이 커지면 수수료를 물고서라도 상환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게 은행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다른 은행의 관계자는 "개인차는 있지만 보통 주담대보다 신용대출 금리가 1%포인트(p) 이상 높다"면서 "요즘 같은 금리 상승기에는 당연히 고금리인 신용대출을 우선 갚는 것이 유리하다"고 조언했다.

 

한편 5대 은행이 5년간 이 같은 중도상환수수료(가계 및 개입사업자, 법인 등 모두 포함)로 벌어들인 돈만 무려 1조1천546억원에 달한다.

 

가계 입장에서는 은행 대출을 받는 동안 이자 부담을 지는 데다, 부득이한 사정 등으로 중도상환을 할 경우에는 수수료를 내야 하기 때문이다.

 

통상 은행은 가계나 기업이 대출을 중도상환할 경우 중도상환금액에 대출 잔존기간 비율, 중도상환 요율 등을 고려해 수수료를 부과한다.

 

예컨데 주담대의 경우 대출기간이 3년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대출을 갚더라도 중도상환수수료가 면제되지만 그 이전에는 부과된다. 은행 입장에서는 만기 미스매치에 따른 자금 운용의 위험도를 줄이기 위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올해 기준 가계의 신용대출 고정금리와 변동금리 중도상환 수수료율(국민·우리·농협은행)은 각각 0.70%와 0.60%,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와 변동금리 수수료율은 1.40%와 1.20%가 각각 적용되고 있다. 개인사업자나 법인의 신용대출 중도상환 수수료율은 이보다 더 높다.

 

은형별로 살펴보면 국민은행이 2018년부터 올해 8월까지 중도상환수수료 명목으로 가계와 기업으로부터 2천881억원을 벌어들였고, 하나은행이 2천488억원으로 그 뒤를 이었다. 이어 우리은행(2천165억원), 신한은행(2천123억원), 농협은행(1천889억원) 등의 순이었다.

 

윤창현 의원은 "과거 저금리 대출을 금리 급등 시점에 중도상환 받으면 은행은 더 높은 이자율로 자금을 운용할 수 있게 된다"며 "대출계약에도 불구하고 은행의 수익에 영향이 없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중도상환 수수료를 경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청년일보=이나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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