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시장 침체에 '뭉칫돈' 몰린 은행...10억원 초과 예금 788조원

등록 2022.10.31 08:58:45 수정 2022.10.31 08:59:03
이나라 기자 nrlee@youthdaily.co.kr

금리인상에 1년전 대비 1만계좌·72조원 급증
6월 이후 개인 및 기업 정기예금 증가 가속

 

【 청년일보 】 지난해 8월 이후 본격화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시중자금이 은행으로 몰리면서 고액 예금 또한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과 주식 등 자산시장이 침체기를 겪자 상대적으로 고금리를 제공하는 은행 정기예금에 뭉칫돈을 묻어두는 자산가들이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 입장에서도 불확실한 경기 상황에서 당장 투자를 확대하기 보다는 일단 은행에 돈을 쌓아두고 기회를 관망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3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은행의 저축성예금(정기 예·적금, 기업자유예금, 저축예금) 중 잔액이 10억원을 초과하는 계좌의 총예금 규모는 787조9천15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말(769조7천220억원) 대비 18조1천930억원(2.4%) 늘어난 것이며, 1년 전(716조2천350억원)과 비교하면 71조6천800억원(10%) 급증한 규모다.

 

한국은행은 매년 반기별로 예금규모별 계좌수 및 금액을 집계해 4월과 10월께 공표하고 있다.

 

10억원 초과 고액 예금 계좌수는 지난해 6월 말 8만4천 계좌에서 지난해 말 8만9천 계좌, 올해 6월 말 9만4천 계좌까지 늘었다.

 

10억원 초과 저축성예금 잔액은 2017년 말 499조1천890억원에서 2018년 말(565조7천940억원) 500조원을 넘어섰고, 2019년 말(617조9천610억원)에는 다시 600조원을 돌파했다.

 

이어 2020년 말 676조1천610억원에 이어 2021년 말(769조7천220억원)에는 700조원선마저 넘어선 것으로 파악됐다.

 

계좌수는 2017년 말 6만2천에서 2018년 말 6만7천, 2019년 말 7만3천, 2020년 말 7만9천, 2021년 말 8만9천 등으로 증가해왔다.

 

지난 6월 말 기준 10억원 초과 고액계좌를 종류별로 살펴보면 정기예금이 528조9천780억원으로 전년 말(509조8천150억원)과 비교해 3.8% 증가했다.

 

이같은 고액예금, 이중에서도 정기예금 증가 속도는 6월 말 이후에 더 가팔라지고 있다.

 

지난달 27일 기준 4대 은행(신한을 제외한 KB국민·하나·우리·NH농협)의 10억원 초과 거액 정기예금의 계좌수 및 잔액(개인+기업)은 3만4천53계좌, 363조3천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6월 말(2만7천655계좌, 316조3천억원)에 비해 불과 4개월 만에 계좌수는 23.1%(6천398계좌), 잔액은 14.9%(47조) 늘어난 규모다.

 

구체적으로 10억원 초과 고액 정기예금 잔액은 NH농협은행이 27일 현재 128조2천억원로 가장 많았고, 하나은행(91조3천억원), KB국민은행(78조8천억원), 우리은행(65조원) 등의 순이었다.

 

이처럼 고액 정기예금 규모가 빠르게 늘어나는 것은 한국은행이 7월과 10월 두 번의 '빅스텝'(기준금리 0.50%포인트 인상)을 단행하는 등 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졌고, 이것이 차례로 예금 금리에 반영되면서 연 5%가 넘는 이자를 주는 상품이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개인 고액 자산가 입장에서는 주식과 부동산 시장이 빙하기에 접어든 만큼 마땅한 투자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연 5%대 고금리 정기예금은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실제로 강남 지역 시가 20억원짜리 아파트 매매가가 몇달새 수억원씩 하락하고 있지만, 10억원을 은행 정기예금에 넣어두면 1년 이자로 웬만한 직장인 연봉 규모인 5천만원을 받을 수 있다.

 

기업들 역시 투자 불확실성이 큰 상황인 만큼 은행에 돈을 넣어두고 관망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대표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이 3분기 '어닝쇼크'(실적충격)를 기록하는 등 기업들은 최근 실적 부진의 골이 깊어지고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자 잇따라 투자를 철회하거나 생산 규모를 줄이고 있다.

 

그 과정에서 현금을 안정적인 은행 정기예금에 묻어두면서 투자 시기나 기회를 살피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 은행별로 차이는 있지만 통상 10억원 초과 고액 예금의 80∼90%를 기업이 차지하고 있다. 예금자보호법상 보호한도는 개인은 물론 법인도 5천만원에 불과하다. 다만 시중은행의 경우 영업정지나 파산 등으로 원리금을 지급하지 못할 위험은 거의 없는 것으로 평가된다.

 

은행권 관계자는 "기준금리 인상으로 예금 규모 자체가 늘어나는 가운데 요구불 예금보다 고금리를 제공하는 저축성 예금이 더 빠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으며 고액 예금도 마찬가지"라며 "개인은 물론 기업들도 위기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은행을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 청년일보=이나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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