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칼바람인데"...은행·카드사, 희망퇴직 온도차

등록 2023.01.08 08:00:00 수정 2023.01.08 08:00:05
이나라 기자 nrlee@youthdaily.co.kr

올해 4대 은행서만 희망퇴직자 2~3천명 전망...목돈으로 '인생 2막'
카드업계 희망퇴직 찬바람 '쌩쌩'..."업황 악화에 재취업 쉽지 않아"

 

【 청년일보 】 최근 은행과 카드사 등 금융권 내부에서 대대적인 희망퇴직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업권에 따라 확연한 온도차가 감지되고 있다.

 

은행의 경우 지난해 역시 사상최대 실적이 유력한 가운데 이를 바탕으로 좋은 희망퇴직 조건을 제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국내 4대 은행에서만 최대 3천명의 인원이 은행을 떠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반면 카드업계의 경우 실적 부진에 따른 선제적 구조조정의 성격이 강해 재취업 등 상황이 녹록치 않은 만큼 희망퇴직을 신청하는 직원의 수가 많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8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우리은행과 NH농협은행을 시작으로 신한·KB국민·하나은행까지 국내 5대 은행이 모두 희망퇴직을 진행하고 있다.

 

앞서 우리은행과 NH농협은행은 지난해 12월 은행권에서 가장 먼저 희망퇴직을 시작했으며,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도 지난해 말과 올해 초 희망퇴직자 접수에 돌입했다. 하나은행 역시 지난 3일부터 준정년을 대상으로 특별퇴직 신청을 받기 시작했다.

 

이번 은행권의 희망퇴직의 특징은 대상 연령이 크게 낮아졌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하나은행과 NH농협은행의 경우 희망퇴직 대상 연령을 만 40세까지 낮아졌으며, 우리은행은 만 43세, 신한은행 역시 부지점장 아래와 만 44세로 직급과 연령 모두 크게 낮아졌다. KB국민은행의 희망퇴직 대상은 1967년생부터 1972년생, 만 50세까지로 예년과 비슷한 수준이다.

 

이에 따라 금융권 안팎에서는 이번 희망퇴직 인원이 작년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1월에는 4대 은행에서 직원 1천817명(KB국민은행 674명·신한은행 250명·하나은행 478명·우리은행 415명)이 은행을 떠났다.

 

그러나 올해는 적용 대상이 확대된 만큼 이달 말까지 2천명 이상, 많게는 3천명 가까이 은행을 떠날 가능성이 있다는 은행권 전망이 나온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지난해 희망퇴직을 진행했을 당시 40대 초반의 비교적 젊은 직원들 사이에서도 자신들도 희망퇴직 대상에 포함시켜달라는 요구가 나오고 있다"며 "목돈을 쥐고 인생 2막을 시작하려는 40대가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카드업계의 경우 금리인상에 따른 실적악화 분위기 속에 준정년을 대상으로 한 희망퇴직 접수를 받고 있지만, 은행권과 달리 직원들 사이에서 수요는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우리카드와 현대카드 역시 지난해 준수한 조건을 내걸고 준정년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접수를 받았다.

 

우리카드는 1968년생과 1969년생이 희망퇴직을 신청하면 월 평균임금의 36개월 치를 퇴직금으로 지급했으며, 1967년생은 월 평균임금의 24개월 치를 지급하기로 했다. 또한 2010년 12월 말 이전 출생한 자녀를 둔 직원은 1인당 최대 2천800만원의 자녀학자금도 지원했다.

 

현대카드도 지난달 근속 20년·55세 이상 직원 등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신청 직원에게는 최대 39개월 치 임금과 자녀 학자금, 건강검진 지원금 등을 지급했다.

 

그러나 우리카드와 현대카드의 실제 퇴직자는 10명 수준에 그쳤다. 더욱이 현대카드와 함께 비슷한 조건에서 희망퇴직을 단행했던 현대커머스의 경우 희망퇴직자가 한 명도 나오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카드 역시 지난 4일부터 희망퇴직자 접수를 받고 있지만, 그 대상이 만 55세 이상으로 정해져 있는 만큼, 업계에서는 그 수요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카드업계의 저조한 희망퇴직 신청의 배경에는 최근 여신금융업계의 업황 악화가 꼽힌다. 이런 상황에서 희망퇴직자가 다른 카드사로의 재취업이 사실상 힘들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업황 악화로 50대 이상의 시니어 직원들이 회사를 떠나더라도 재취업 등 가능성이 매우 낮다"며 "이에 직원들이 회사를 떠나는 것에 부담을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카드업계 관계자도 "현재 업계에서는 카드업권이 춥지만 밖은 더 춥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직원들 사이에서 희망퇴직에 대해선 회의적인 분위기"라고 전했다.


【 청년일보=이나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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