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놓는 청년들(上)] "일을 왜 해야 하죠?"…'쉬는 청년' 40만명 육박

등록 2024.06.30 08:00:00 수정 2024.06.30 08:00:10
김원빈 기자 uoswbw@youthdaily.co.kr

'그냥 쉬는 청년' 39만8천여명…청년 구직 단념자 동반 상승
경제계·노동계 "양질의 일자리 공급 위해 사회적 자성 필요"

 

청년층의 구직단념과 포기가 사회적 현상으로 확산하면서, 지난달 '그냥 쉬었던' 청년층은 39만8천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코로나19 확산기였던 2020년 이래로 최대 수치다. 경제·노동계는 양질의 일자리 구축과 건전한 노동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에 구직단념 청년에 힘을 보태기 위한 정부와 지자체, 기업의 다양한 행보를 담아본다. [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上) "일을 왜 해야 하죠?"…'쉬는 청년' 40만명 육박
(中) "청년은 국가 미래성장동력"…정부, 청년 일자리 사업 확대 '총력'
(下) "미래를 응원합니다"…기업들, 지원 사업 본격 확대

 

【 청년일보 】 "이제는 구직을 할 동기조차 사라진지 오래입니다. 매번 이력서 제출, 면접과정에서 실패하고, 망신을 당하느니 그양 쉬면서 알바(아르바이트)나 하며 사는 게 속이 편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서울시에서 거주하는 30대 청년 A씨는 자신이 구직을 포기한 이유를 이 같이 설명했다.

 

A씨는 서울 내 명문대학을 졸업했지만, 수년간 취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는 그나마 대기업을 중심으로 유지되던 공채 시스템도 점차 폐지되는 상황에서 자신의 전공을 살려 취직할 기회를 잡기 어렵다고 호소했다.

 

청년 세대가 구직을 단념하는 경우는 수없이 많다. 또 다른 20대 청년 B씨는 "그간 학업에 몰두하며 쌓아 올린 노력의 결과가 이 정도 수준에 불과하다는 생각을 할 때면 자괴감이 든다"고 토로했다. 

 

실제 구직을 단념하는 청년은 통계를 통해 유의미한 수준으로 집계되고 있다. 

 

28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 및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지난 5월 '쉬었음'으로 분류된 청년층(15∼29세)은 39만8천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작년보다 1만3천명 급증한 수치다. 또한 이러한 수치는 관련 통계가 집계된 2003년 이후 2020년(46만2천명)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수치다.

 

통계에서 쉬었음 상태로 집계된 청년은 중대한 질병이나 장애 없이 경제활동인구조사에서 "그냥 쉰다"고 응답한 비경제활동인구를 의미한다. 이들은 공식적으로 취업자나 실업자가 아니다.

 

2020년 당시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산업계가 채용을 기피했던 점이 수치에 반영되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수치가 지니는 의미가 더욱 중대한 의미를 지닌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이와 함께 전체 청년 인구에서 '그냥 쉬는' 청년이 차지하는 비중도 1년 만에 4.6%에서 4.9%로 동반 상승했다. 

 

작년 소폭 감소했던 구직단념청년도 올해 다시 증가하고 있다. 전체 구직단념자 36만4천명 중 청년 세대가 차지하는 비율은 31.1%에 육박한다.

 

구직단념자는 비경제활동인구 중 취업을 원하고 취업할 수 있었지만 조건이 맞는 일자리를 찾지 못해 취업을 포기한 구직 경험자들이다.

 

수차례의 구직 끝에 결국 사업을 시작했다는 30대 C씨는 "노력 끝에 원하는 직종에 취업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지만, 급여, 노동환경이 법이 제정하고 있는 바와 비교해 너무 동떨어져 있어 포기했다"라며 "이후 수년 동안 우울증 등을 겪으며 어려운 시간을 보냈고, 대출로 자금을 마련해 사업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경제계와 노동계는 청년층이 구직을 단념하는 공통적인 이유로 노동환경의 악화와 구직 기회 감소를 꼽았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과거 기업에서 일할 사람을 구하기 위해 직접 고등학교·대학교 등을 찾아 적극적인 구인을 하던 시대는 끝난지 오래"라면서 "경제성장의 동력이 저하되고, 산업이 고도화되는 과정에서 기업들도 점차 '경력직' 위주로 채용을 진행하고 있어 사회 초년생들이 양질의 일자리를 구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 수준이라고 봐도 무방하다"라고 분석했다.

 

또한 "기업 10곳 중 9곳 이상을 차지하는 중소기업의 근로 여건이 4년제 대학 이상을 졸업한 구직자들의 눈높이에는 부족한 측면에 있어 중소기업은 그들대로 구인난을, 청년층은 청년대로 구직난을 호소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한 노동계 관계자는 "청년층의 입장에서 우리 사회가 노동자들에 안전한 노동환경과 그에 준하는 임금을 지급하고 있는지에 대한 사회적 차원의 자성이 필요하다"라며 "지금의 청년세대는 미래에 자신들이 국가로부터 받는 혜택보다 세금 등 짊어져야 하는 의무가 더 많다는 것을 이미 자각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러한 세대에게 아무리 저임금·저품질 일자리를 만들어 공급하더라도 청년층은 만족하지 못할뿐더러, 소득 양극화로 인한 사회적 갈등만 더욱 심화될 수 있다"라고 꼬집었다.   

 


【 청년일보=김원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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