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부터 영화·홈쇼핑까지 '숏폼' 열풍에…스마트폰에 갇힌 세대들 '경고음'

등록 2024.07.07 08:00:00 수정 2024.07.07 08:00:06
권하영 기자 gwon27@youthdaily.co.kr

시간의 '가치·효율' 중시하는 현대인 '숏폼 소비' 증가
'충주맨' 시작…지자체 숏폼 열풍, MZ세대 소통 강화
드라마·영화·홈쇼핑 숏폼 콘텐츠…'마케팅 전략 변화'
숏폼 시청 시간, OTT 플랫폼보다 5배↑…"부작용 경고"
심리적 문제·숏폼 중독…20대 응답자 48.9% '중독' 자각

 

【 청년일보 】 최근 15초에서 1분 이내의 짧고 직관적인 영상인 숏폼 콘텐츠가 젊은이들 사이에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숏폼 콘텐츠는 지자체 홍보를 비롯해 드라마, 영화, 홈쇼핑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용되고 있다.

 

다만, 이러한 숏폼 콘텐츠의 과소비는 중독, 과의존 등의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나온다.

 

7일 시장조사 기업 트렌드모니터에 따르면 숏폼 콘텐츠에 대한 관심 증가는 현대인이 시간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기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트렌드모니터가 지난해 7월 전국 만 19~59세 성인 남녀 1천명을 대상으로 '시간 절약 서비스(웨이팅, 가사대행 앱 등) 관련 U&A 조사'를 실시한 결과, 현대인은 시간을 가장 중요한 자원으로 여기며(82.4%), 시간을 돈과 같다고 생각하는 비율이 77.7%에 달했다.

 

이러한 경향은 한국뿐만 아니라 이웃나라인 일본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일본에서는 시간 대비 성능을 의미하는 '타임 퍼포먼스'(Time Performance)를 일본식 영어 발음으로 줄인 '타이파'가 지난 2022년 신조어로 선정됐다. 이는 숏폼 콘텐츠가 영상 콘텐츠의 대세로 자리잡게 했고, 재생 속도를 1.2~2배 빠르게 소비하는 현상도 일반화됐다.

 

이와 같이 시간 대비 높은 효율을 추구하는 성향은 숏폼 콘텐츠의 소비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데이터 분석 기업 와이즈앱의 조사에 따르면 유튜브, 틱톡, 인스타그램 등 숏폼 플랫폼의 월평균 사용 시간이 46시간29분으로 넷플릭스, 쿠팡플레이, 티빙, 디즈니 등 OTT 플랫폼의 월평균 사용 시간 9시간14분 대비 5배나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국내 지방자치단체(이하 지자체) 또한 이러한 숏폼 콘텐츠를 활용해 주민과의 소통 강화에 나서고 있다. 특히, MZ세대를 겨냥해 빠르고 재미있는 정보를 제공하면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우리나라 지자체 숏폼의 인기는 충북 충주시에서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충주시는 '충주맨'으로 알려진 김선태 주무관이 유행하는 밈(meme: 인터넷 커뮤니티나 SNS에서 퍼져나가는 문화의 유행 혹은 창작물)과 지역사회 홍보 콘텐츠를 결합한 트렌디한 숏폼 영상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이렇듯 트렌디한 숏폼 영상이 지역사회 홍보에 큰 호응과 효과를 거두자, 충주시 외 전국 지자체들도 앞다퉈 숏폼을 적극 활용하기 시작했다.

 

지난달 경남 양산시 공식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Never trust anybody(아무도 믿지 마라)'라는 제목의 13초짜리 숏폼 영상은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등에서 조회수 900만회를 넘어서며 큰 화제를 모았다.

 

지난 5월 광주광역시 북구청의 '갑질 기억 던져버릴거니까~'라는 콘텐츠도 큰 주목을 받으며, 북구청의 공식 유튜브 채널 누적 조회수가 80만회를 기록하고 있다.

 

지자체 숏폼은 MZ세대 사이에서 활발히 공유되고 있으며, 지자체 관련 정보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데 큰 역할을 하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뿐만 아니라, 숏폼 콘텐츠에 익숙한 시청자들을 위해 제작된 세로형 숏폼 드라마도 주목받고 있다.

 

KT 그룹사 스토리위즈는 최근 영상 제작사와 협력해 웹소설 및 웹툰을 원작으로 한 세로형 숏폼 드라마 제작을 활성화하기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스토리위즈는 올해 안에 2편 이상의 세로 숏폼 드라마를 제작할 계획이다.

 

또한, 오디오 소셜 플랫폼 '스푼'을 운영하는 스푼라디오는 지난 1일 글로벌 숏폼 드라마 플랫폼 '비글루'를 출시하며 시장 공략에 나섰다. 비글루는 K-드라마의 특징을 살린 콘텐츠를 제공하며, 한국어와 영어, 일어, 중국어 등 7개 언어로 지원될 예정이다.

 

 

영화 또한 숏폼 형식으로 주목받고 있다. 현대자동차가 제작한 '밤낚시'는 배우 손석구 주연의 13분짜리 숏폼 영화로, 빠르고 재미있는 영화 감상 경험을 선사하며 개봉 3일 만에 1만여 명이 관람하는 등 숏폼의 위력을 보였다.

 

TV 홈쇼핑 채널들도 숏폼 콘텐츠를 주요 마케팅이나 홍보전략으로 내세우는 모습이다.

 

롯데홈쇼핑은 300초 동안 진행되는 '300초 특가' 방송을 론칭했으며, 현대홈쇼핑은 AI를 활용한 숏폼 제작 자동화 시스템을 공개해 TV홈쇼핑 방송과 라이브커머스 영상을 1분 가량으로 줄여 자체 유튜브 채널에 업로드하고 있다.

 

11번가는 지난 1월 숏폼 플랫폼 '플레이(PLAY)'를 공개해 다양한 숏폼 영상을 통해 고객이 제품 상세 페이지로 쉽게 이어지도록 유도했다. SSG닷컴은 '쓱티비' 서비스를 통해 패션과 뷰티 상품을 숏폼으로 소개하는 '포즈' 콘텐츠를 선보였다.

 

이렇듯 빠르고 간편하게 정보를 습득하고 즐길 수 있는 숏폼이지만 '숏폼 중독'이나 '스마트폰 과의존' 같은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인크루트가 직장인 87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숏폼 시청 여부' 설문조사 결과, 전체 응답자의 27.4%가 자신을 '숏폼 중독'이라고 진단했다.

 

연령대별로는 20대 응답자 48.9%가 '숏폼 중독이다'라고 응답해 전 연령대 중 가장 높은 비율을 기록했다.

 

주중 숏폼 시청시간을 묻는 질문에는 '30분~1시간'을 본다는 응답자가 25.3%로 가장 많았으며, '10~30분(23.1%)', '1~10분(17.7%)'이 뒤를 이었다. 주말의 경우 '30분~1시간'을 시청한다는 응답자가 21.8%로 가장 높았고, 그 다음으로 '1~2시간(19.9%)', '10~30분(19.2%)'을 시청한다고 응답했다.

 

 

또한,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전국 1만가구를 대상으로 '스마트폰 과의존 실태조사'에 따르면, 온라인 동영상 이용자 중 73.5%가 '숏폼'을 이용하고 있으며, 숏폼 이용자 전체 중 23.0%가 이용시간 조절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 중 청소년(36.7%)이 가장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마트폰 과의존'이란 스마트폰을 과도하게 이용해 일상에서 스마트폰이 가장 우선시되고, 이용량을 조절하는 능력이 감소하며, 이에 따라 신체·심리·사회적 문제를 겪게 되는 상태를 말한다.

 

특히, 청소년 과의존위험군의 문제적 결과로는 '스마트폰 이용 때문에 가족과 심하게 다툰 적이 있다'가 2.58점으로 가장 높았으며 '스마트폰 때문에 업무(학업 혹은 직업 등) 수행에 어려움이 있다'(2.46점), '스마트폰 이용 때문에 건강에 문제가 생긴 적이 있다'(2.44점)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한편, 이러한 숏폼 콘텐츠의 열풍 속에서도, 아날로그적 감각 또한 소비자의 구매결정에 중요하게 작용한다는 지적도 있다. 

 

진영리 KB금융지주 연구원은 "빠른 속도에 익숙한 알파 세대가 숏폼 콘텐츠를 구매 결정에 참조하거나 정보 검색 채널 등으로 활용하면서 관련 시장규모는 더욱 확대될 전망"이라면서도 "기업은 디지털 기술발전이 가속화되고 자극적인 콘텐츠가 넘쳐날수록 오히려 아날로그로 돌아가 '인간적인 교감'과 '공감대 형성'이 고객의 구매 여부를 결정짓는 핵심 요소임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 청년일보=권하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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