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최근 범LG가(家) 증권사로 새롭게 출발한 LS증권(옛 이베스트투자증권)이 퇴직연금 시장 진출을 준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권에서 퇴직연금 시장은 높은 성장 잠재력을 가진 '미래 먹거리'로 손꼽힌다.
이에 LS증권이 범LG가이자 재계 서열 16위인 LS그룹에 편입된 만큼 그룹의 간접적인 지원을 받는다면 유의미한 성장을 이룰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다만 금융권 일각에서는 대기업 편입 직후 퇴직연금 시장 추진설이 불거지면서 계열사 일감몰아주기 이슈에 노출된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온다.
11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LS증권은 최근 퇴직연금 시장 진출을 위해 관련 사업 추진 TF(태스크포스) 출범을 진행한다. 이는 퇴직연금 시장이 최근 높은 성장 잠재력을 가진 '미래 먹거리'로 꼽히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와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3년 말 기준 퇴직연금 적립금 운용현황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23년 말 금융권의 퇴직연금 적립금은 382조4천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도 335조9천억원에 비해 46조5천억원(13.8%) 증가한 수치다.
지난 2018년 190조원에 불과했던 퇴직연금 적립금이 2019년에 221조2천억원을 기록하며 200조원을 넘겼다. 이후 ▲2020년 255조5천억원 ▲2021년 295조6천억원 ▲2023년 382조4천억원 등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증권업계도 퇴직연금 시장 공략에 공을 들이고 있는 실정이다.
증권사들의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는 금융권에서 두번째로 많다. 올해 1분기 말 기준 은행이 202조3천522억원(52%)로 가장 많았으며, 증권사가 92조6천958억원(24%)으로 그 뒤를 이었다.
이에 LS증권은 김원규 현 대표이사가 과거 우리투자증권 재직 시절 퇴직연금 그룹장, 연금신탁영업담당 등을 역임한 연금분야 전문가라는 점에서 지금이 퇴직연금 시장 진출의 적기로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LS증권은 지난달 5일 이베스트투자증권에서 LS증권으로 사명을 변경하고 LS그룹에 편입됐다.
LS그룹은 범LG가이자 재계 서열 16위 대기업이다. LS증권이 그룹의 간접적인 지원을 받는다면 퇴직연금 시장에서 단기간에 유의미한 성장을 이룰 가능성이 높다.
LS그룹 계열사 중 상장사는 ▲(주)LS ▲엘에스일렉트릭(주) ▲가온전선(주) ▲(주)E1 ▲(주)예스코홀딩스 ▲(주)LS네트웍스 ▲엘에스에코에너지(주) ▲엘에스마린솔루션(주) ▲LS머트리얼즈(주) 등 9개다. 이 외에 비 상장 기업까지 더하면 LS증권은 총 131개 기업의 퇴직연금 사업을 위탁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범LG가에는 LG그룹, LX그룹, LF그룹, LIG그룹, lk그룹, 희성그룹, lT그룹, 아워홈 그룹 등 대기업이 다수 포진돼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LS증권이 이처럼 상당한 규모의 그룹 물량을 기대하고 신성장 동력으로 퇴직연금 시장 진출을 위한 준비 작업 중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LS그룹 편입으로 많은 그룹 물량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퇴직연금 사업에 관심을 갖는 것 같다"면서 "아울러 김원규 대표이사가 퇴직연금 전문가이기도 해 추진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그룹사 물량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성장동력을 통해 안정적인 수익창출이 가능하다는 점도 퇴직연금 진출에 적극적인 이유일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LS그룹 직원들의 퇴직연금자산을 책임지고 관리해 줄 수 있다는 측면에서 그룹과 LS증권 간 시너지가 날 수 있다"고 전했다.
다만 금융권 일각에서는 대기업 편입 직후 퇴직연금 시장 추진설이 불거지면서 그룹 계열사 일감몰아주기 이슈에 노출될 것이란 의견이 나온다.
일례로 현대차증권과 삼성생명은 각각 현대차그룹과 삼성그룹 계열사의 퇴직연금 사업 비중이 높다는 지적을 감독당국으로부터 계속해서 받아왔다. 현대차증권은 현대모비스·현대로템 등과 퇴직연금 계약을 체결했고, 삼성생명은 삼성전자·삼성물산 등의 퇴직연금을 운영하고 있다.
이에 이들 금융사들은 지난해 고용노동부로부터 '계열사 물량 몰아주기'를 지적받고, 서면 점검 통보와 함께 개선방안 제출을 요구받기도 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LS증권도 현대차증권이나 삼성생명과 유사한 비지니스모델로 퇴직연금 사업을 운영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만약 이럴 경우에는 LS증권도 일감몰아주기 이슈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LS증권 측은 현재 내부적으로 퇴직연금 비지니스의 사업성을 검토하고 있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LS증권 관계자는 "현재 퇴직연금 사업의 수익성이나 성장성 등 전반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퇴직연금 사업을 위해서는 법규상 일정 수준의 인적·물적자원 투입이 필요하기 때문에 사업성 여부를 확인하는 단계"라고 밝혔다.
이어 "일감 몰아주기 이슈에 대해서는 현재 사업성에 대한 검토단계이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언급할 내용은 없다"고 덧붙였다.
【 청년일보=신한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