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뉴스에 '술렁'"…여행업계, 중국 관광객 감소 '우려'

등록 2025.01.16 08:00:02 수정 2025.01.16 08:00:08
김원빈 기자 uoswbw@youthdaily.co.kr

일부 탄핵 반대 집회서 '중국인 혐오' 정서 전파…현지 관광객 신변 위협도
여행업계 "MZ 중국인 중심 한국 기피 확산"…중소 여행업체 피해 현실화

 

【 청년일보 】 "명동거리에서 쇼핑을 즐기고 있는데 중국인으로 보인다는 이유만으로 위협을 당한 적이 있습니다. 근처에 경찰서(지구대)가 있어서 시민들의 도움으로 신고해 별다른 일은 없었지만, 관광온 입장에서 굉장히 불쾌했습니다."

 

5박 6일간 친구와 함께 첫 서울 여행을 왔다는 20대 홍콩인 A씨는 서울시 중구 명동 롯데영플라자 인근에서 이같이 말했다.

 

서울시 강남구 압구정 로데오거리에서 쇼핑을 즐기던 30대 중국인 B씨도 "광화문 근처를 둘러보고 있는데, 노인으로 보이는 남성으로부터 욕설로 추정되는 폭언을 들었다"며 "주변의 한국인들이 그를 저지해 줬지만, 큰 위협을 느꼈다"고 말했다.

 

B씨가 기자에게 보여준 동영상에서는 당시의 상황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등 뒤로 맨 가방에 태극기와 성조기를 부착한 한 노인은 이 중국인을 향해 "공산주의자가 왜 한국에 어슬렁거리느나"며 "자유대한민국의 선거에 개입하지 말라"며 손에 든 집기를 흔들며 갑작스러운 분노를 표출했고, 이내 시민들에 의해 제압당하는 모습이 담겼다.

 

16일 여행업계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 탄핵 집회에서 무분별하게 분출되고 있는 가짜 뉴스로 인해 중국인 관광객 수요 감소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점증하고 있다.

 

실제 최근 탄핵에 반대하는 일부 시위대가 "중국 공산당이 한국의 선거 시스템을 조작하고 있다", "중국의 공산 세력이 대통령을 몰아내려고 한다"와 같이 미확인된 뉴스를 확산시키며 중국인에 대한 적대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취재 결과, 일부 커뮤니티와 텔레그램 등 메신저에서는 "중국인은 한국에 여행 올 자격이 없다", "중국 자본이 한국 정치 시스템을 붕괴시키고 있다"는 등의 무차별적인 분노가 표출되고 있었다.

 

이처럼 정치적 불확실성에 따른 중국인 혐오가 심화함에 따라 여행업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한국을 찾는 외국인 중 상당수를 차지하는 중국인들의 수요가 급감할 경우 업계 전반의 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9월 한국관광공사가 발표한 한국 관광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8월 기준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 156만3천221명 중 중국인은 50만5천559명으로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특히 코로나19 확산 이후 겨우 회복세에 접어든 상황이 또다시 반전될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 여행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입은 피해를 회복하기도 이전에 다양한 악재가 겹쳐 크게 걱정된다"며 "과거 사드 사태부터 지속됐던 침체기가 이번 사태로 인해 더욱 심화될 것 같아 우려스럽다"고 전했다.

 

실제 외국인 여행객을 대상으로 주로 사업을 전개하는 인바운드 중심 중소 여행사들의 피해는 현실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에서 중소 여행업체를 운영 중인 한 대표는 "주로 중국인을 대상으로 인바운드 여행 사업을 전개하고 있는데, 고객들로부터 현재 한국 상황이 여행하기 안전한지 문의하는 경우가 급증하고 있다"며 "적지만, 실제 여행 상품 취소로 이어지는 경우도 발생해 고민이 깊다"고 전했다.

 

중국 현지에서 관광객을 유치하고 있는 한 업체 관계자는 "해외 정보 취득이 빠른 MZ세대(밀레니얼 및 Z세대) 중국인들을 중심으로 한국의 일부 시위대가 주장하는 내용과 과격한 행보들이 고스란히 노출되고 있다"며 "아직 통계로 집계하기에는 그 기간이 짧지만, 한국 여행을 당분간 피해야겠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어 보인다"고 현지의 상황을 전했다.

 

가짜뉴스 확산으로 중국인 여행객이 급감할 경우 국내 자영업 경기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주요 여행업체 관계자는 "(가짜뉴스가 퍼지고 있는 현재 상황에 대해) 한국의 정보와 분위기, 이미지가 여행 경험을 좌우하는데, 부정적인 뉴스가 확산한다면 인바운드 관광에 나쁜 영향을 줄 것"이라며 "외국인 관광객은 국내 자영업 경기에도 큰 영향을 주기 때문에 인바운드 관광의 발전과 성장을 위해 부정확한 정보 확산이 차단되길 희망하며, 정확한 정보가 전달되기를 바란다"라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특정 외국인에 대한 근거 없는 혐오 정서에 기반한 가짜 뉴스 확산이 국내 여행산업에 심각한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주요 경제단체의 한 전문가는 "여행지를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한 고려 요소 중 하나는 그 국가의 치안 상황과 정치적 안정성"이라며 "세계적으로 우수한 치안을 자랑하던 한국이 이러한 우려를 받고 있는 상황이 개탄스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정 국가에 대한 비논리적인 혐오와 가짜뉴스 전파는 국내 여행산업과 주요 관광지의 소상공인 및 자영업자에 심대한 경제적 타격을 입힐 수 있다"며 "정치적 의사 표현도 중요하지만, 보다 합리적이고 대승적인 안목을 갖고 신중한 사회적 표현을 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한국 예술문화 전파에 앞장서고 있는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이러한 사례가 반복되면 여행산업의 타격은 물론 이미 손상된 국격까지 더욱 추락할 수 있다"며 "그간 수많은 국민들이 힘겹게 쌓아 올린 K-컬처의 위상이 순식간에 무너지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전했다.

 

이어 "한국이 세계에서 갖는 문화적 위상의 수준과 국내 여행산업의 활성화는 필연적으로 연결돼 있다"며 "관련 업계와 산업의 더 큰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근거 없는 혐오 표현을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 청년일보=김원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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