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피부에 다양한 비타민과 콜라겐 성분을 바르는 것이 과연 실제로 효과가 있을까요? 많은 사람들이 좋은 성분을 함유한 제품을 사용하고도 별다른 변화를 느끼지 못하는 이유는 ‘피부 흡수’라는 중요한 조건을 간과하기 때문입니다. 이번 기사에서는 피부에 바르는 성분들이 흡수되기 위해 필요한 두 가지 핵심 조건인 500달톤 법칙과 지질 친화성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 500달톤 법칙: 분자 크기의 제한
피부는 단순한 외피가 아니라 외부로부터 신체를 보호하는 강력한 방어막입니다. 따라서 분자 크기가 일정 수준 이하로 작아야만 피부 장벽을 통과할 수 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피부 흡수 연구에서 제시된 것이 바로 500달톤 법칙입니다. 이 법칙에 따르면 분자량이 500달톤 이하인 물질만 피부 속으로 침투할 수 있습니다.
◆ 레티놀(비타민 A): 대표적인 흡수 가능한 성분
비타민 A의 한 형태인 레티놀은 분자량이 약 286달톤으로, 500달톤 기준을 충족합니다. 게다가 레티놀은 지용성이기 때문에 피부에 잘 흡수되어 피부 재생과 주름 개선 효과를 발휘합니다. 이러한 이유로 레티놀은 안티에이징 제품의 대표 성분으로 널리 활용됩니다.
반면, 콜라겐의 경우 분자량이 무려 30만 달톤을 넘기 때문에 피부에 바른다고 해서 흡수되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경우 표피에 일시적으로 보습막을 형성하는 역할만 하게 됩니다. 따라서 콜라겐 제품을 선택할 때는 저분자 콜라겐 또는 펩타이드 형태로 흡수가 가능한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 두 번째 조건: 지질 친화성
피부 흡수에서 두 번째로 중요한 조건은 지질 친화성입니다. 피부 세포막은 지질로 구성되어 있어, 기름에 잘 녹는 지용성 성분만이 세포막을 쉽게 통과할 수 있습니다.
◆ 지용성과 수용성 성분의 차이
레티놀처럼 분자 크기가 작고 지용성이 강한 성분은 피부 깊숙이 흡수될 수 있지만, 비타민 C와 같은 수용성 성분은 흡수가 어렵습니다. 비타민 C는 분자량이 176달톤으로 크기 면에서는 유리하지만, 수용성이라는 특성 때문에 피부 장벽을 통과하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화장품에 비타민 C를 사용할 때는 지용성 유도체(예: 에틸아스코르브산, 아스코빌팔미테이트)를 활용하거나, pH를 낮추어 흡수력을 높이는 방식을 사용해야 합니다.
또한 비타민 C는 산소, 빛, 열에 의해 쉽게 산화되는 단점이 있어, 안정성을 높인 제형을 선택하거나 음식으로 섭취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 천연 성분의 흡수: 식물의 향성분
에센셜 오일에 포함된 다양한 식물의 향성분은 분자량이 작고 지질 친화성이 높아 피부에 효과적으로 흡수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블루베리와 같은 과일에 함유된 ‘이오논’이라는 성분은 분자량이 약 192달톤으로 작고 지용성이 강하여, 피부 속까지 잘 침투해 콜라겐 생성을 촉진하고 자외선 손상을 줄여줍니다.
또한 감귤류에 많이 함유된 ‘운데칸’이라는 향성분은 분자량이 약 200달톤으로, 피부에 빠르게 흡수되어 가려움과 염증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 피부 흡수의 두 가지 핵심 조건
피부에 바르는 성분이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500달톤 이하의 분자 크기와 지질 친화성이라는 두 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합니다. 따라서 화장품을 선택할 때는 단순히 좋은 성분을 포함했는지를 넘어, 그 성분이 실제로 피부에 흡수될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안티에이징을 목표로 하는 경우, 레티놀과 같은 지용성 성분을 포함한 제품을 선택하고, 수용성 성분은 음식이나 정제 형태로 섭취하는 것이 더 나은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글 / 박태선 연세대학교 식품영양학과 교수
연세대학교 식품영양학과 교수 (1995~)
㈜보타닉센스 대표이사 (2017~)
연세대학교 연구처장/ 산학협력단장/ 기술지주회사 대표이사 (2012~2014)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광고특별위원회 위원장 (2011~2013)
International Journal of Obesity, Editorial Board Member (2011~)
Molecular Nutrition & Food Research, Executive Editorial Board Member (2011~)
미국 스탠포드의과대학 선임연구원 (1994~1995)
미국 팔로알토의학재단연구소 박사후연구원 (1991~1994)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학교(데이비스 캠퍼스) 영양학 박사 (19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