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악성흑색종은 멜라닌 세포에서 발생하는 피부암으로, 우리 몸의 색소를 결정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멜라닌 세포가 비정상적으로 증식하면서 발생합니다.
이 질병은 초기 증상이 흔히 단순한 반점으로 보여지기 때문에 진단이 늦어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합니다. 특히 피부암은 강한 자외선 노출과 관련이 깊으며, 인공 자외선에 자주 노출될 경우 발생 확률이 높아집니다. 현재 악성흑색종의 치료법은 제한적이며, 주로 절제 수술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가운데, 독일의 루어대학교 한스 하트 교수 연구팀이 악성흑색종에 후각수용체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발견해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 연구는 피부암 치료의 새로운 접근법을 제시하며, 향후 표적 항암 요법 개발에 큰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 후각수용체의 새로운 기능
우리의 코에는 수많은 종류의 후각수용체가 있어, 다양한 향기 성분을 인지하고 신호를 두뇌로 전달합니다. 하지만 최근 연구에 따르면 후각수용체는 단순히 냄새를 맡는 역할 외에도 신체의 다양한 부위에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실제로 후각수용체는 피부, 간, 위장 등 여러 장기에 존재하며, 특정 세포의 기능 조절에도 관여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이번 연구에서는 OR51E2라는 후각수용체가 악성흑색종 세포에서 매우 높은 수준으로 발현된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OR51E2 수용체가 암세포 형성에 영향을 미쳤는지, 아니면 암세포화 과정에서 후각수용체 발현이 증가했는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지만, 이는 중요한 단서를 제공합니다.
◆ β-이오논과 표적 항암 치료의 가능성
β-이오논은 당근, 알몬드, 토마토 등 여러 식물에서 발견되는 향기 성분으로, 연구팀은 이 성분이 OR51E2 후각수용체와 결합해 악성흑색종 세포에 신호를 전달할 수 있음을 확인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암세포는 스스로 자멸하는 ‘아폽토시스(apoptosis)’ 과정을 유도하게 됩니다. 이는 암세포의 성장을 억제하고, 더 나아가 전이를 줄일 수 있는 가능성을 시사합니다.
또한 β-이오논은 암세포의 운동성을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암세포의 전이 속도를 낮추는 데 기여할 수 있음을 의미하며, β-이오논이 후각수용체와의 결합을 통해 악성흑색종에 대한 표적 치료를 가능하게 할 수 있는 근거로 작용합니다.
◆ 향후 전망과 기대
현재까지 피부암, 특히 악성흑색종에 대한 표적 치료법은 거의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기존의 방사선 치료나 항암 요법은 제한적인 효과만을 보여왔기에, 후각수용체를 활용한 새로운 치료 접근은 주목할 만합니다. β-이오논이 악성흑색종 세포에 특이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 후각수용체 기반의 표적 항암 치료가 개발될 가능성이 열렸습니다.
이 연구는 피부암 치료에 있어 획기적인 가능성을 열어주는 중요한 발판이 될 수 있습니다. 물론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겠지만, 피부암 환자들에게 있어 새로운 치료의 문이 열렸다는 점은 희망적인 소식입니다.
참고 논문
[i] Gellis L., Jovancevic N., Bechara F.G., Neuhaus E.M., Hatt H. "Functional expression of olfactory receptors in human primary melanoma and melanoma metastasis." Experimental Dermatology, 2017; 1-8.
글/ 박태선 연세대학교 식품영양학과 교수
연세대학교 식품영양학과 교수 (1995~)
㈜보타닉센스 대표이사 (2017~)
연세대학교 연구처장/ 산학협력단장/ 기술지주회사 대표이사 (2012~2014)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광고특별위원회 위원장 (2011~2013)
International Journal of Obesity, Editorial Board Member (2011~)
Molecular Nutrition & Food Research, Executive Editorial Board Member (2011~)
미국 스탠포드의과대학 선임연구원 (1994~1995)
미국 팔로알토의학재단연구소 박사후연구원 (1991~1994)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학교(데이비스 캠퍼스) 영양학 박사 (19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