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대출 규제와 탄핵 정국 등으로 부동산 경기침체가 가속화되고 있는 가운데 한때 불패로 여겨졌던 서울에서도 미분양이 속출하고 있다.
특히 더블 역세권에 개발 호재까지 갖춘 단지도 고분양가에 발목이 잡히고 있다.
아울러 전문가들은 탄핵 정국이 마무리 되기까지 부동산시장의 불확실성이 지속돼 당분간은 부동산 경기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20일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말 서울시 민간 미분양 주택은 총 931가구로 집계됐다. 10월(917가구)에 비해 14가구 증가했는데, 광진구와 금천구에서 각각 1가구와 2가구씩 줄었지만 강동구에서 17가구가 늘었다.
미분양 물량은 자치구별로 강동구(303가구)가 가장 많았고 동대문구(170가구), 강서구(145가구), 강북구(70가구), 광진구(57가구) 등 순이다.
청약홈에 따르면 서울 강동구 '그란츠 리버파크'는 지난해 8월 189가구를 공급해 3천741건의 청약접수를 받으며 전 타입 1순위 마감됐으나 계약취소가 발생했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이 단지는 5호선 천호역과 8호선 강동역 더블 역세권에 GTX-D노선 연장호재까지 기대할 수 있고 마트와 백화점이 인접해 인프라도 갖춘데다, 최근 분양시장에서 각광받고 있는 조식 및 비서 서비스까지 제공한다. 하지만 주변 시세 대비 고분양가로 평가받으며 미분양을 막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1월 청약에 2만명이 넘는 청약자가 몰렸던 노원구 월계동 '서울원 아이파크'도 지난 8일 무순위 청약 신청을 받은데 이어 지난 17일 2차 무순위 청약을 진행했다.
1차 무순위 청약에서 1만건이 넘는 접수가 이뤄졌고 74A, 74OB 타입에서 552.67대 1의 높은 경쟁률이 발생했으나, 일부 타입에서 여전히 물량을 해소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3천가구가 넘는 대단지인데다 주변에 5성급 호텔과 복합 쇼핑몰 등이 함께 조성될 예정이라 높은 관심을 얻었으나, 역시 주변단지 대비 높은 분양가에 발목이 잡혔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부동산업계 한 관계자는 "아무리 서울이어도 이렇게 높은 분양가에 쉽게 도전할 수요자는 많지 않다"며 "현행법상 주택 분양결과나 미분양 주택은 신고 의무 대상이 아닌데 이를 감안하면 서울 내 미분양 주택수가 현 수치 대비 최대 2배에 이를 수도 있다"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향후 주택시장의 전망도 그다지 밝지 않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주택산업연구원(이하 주산연)이 주택사업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이번달 아파트 분양전망지수는 전국 평균 10.6p 하락해 지난해 12월에 이어 2달 연속 크게 악화됐다.
주산연 측은 "이처럼 아파트 분양전망지수가 2달 연속 크게 하락한 것은 작년 8월 말 이후 대폭 강화된 주택담보대출 규제와 올해의 경기 악화 전망 그리고 최근 촉발된 계엄과 탄핵 정국에 따른 불안 심리 등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앞으로 이러한 하락 전망 추세는 경기 침체 우려와 탄핵 정국이 해소되기 전까지는 역전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주산연 측은 "올해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등으로 주담대 금리하락이 예상되는 가운데, 주택공급 부족현상이 심화되고 경기 개선 조짐이 나타날 경우에는 늦어도 6월 이전에는 지수 하락 추세가 전환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고 전망했다.
【 청년일보=최철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