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發 관세전쟁(下)] 트럼프發 의약품 전쟁 ‘대두’...국내 제약·바이오 생존전략 ‘복잡’

등록 2025.03.23 08:00:04 수정 2025.03.23 08:00:11
김민준 기자 kmj6339@youthdaily.co.kr

EU서 트럼프發 의약품 관세 ‘의약품 무기화’ 대응 목소리
“우리도 미국 내 생산·투자 통한 의약품 관세 대비 필요”
SK바이오팜·셀트리온 생산시설·물량 확보 등 대응책 마련
“美 의약품 관세, 구체화 안 된 상태”…업계, 일단 ‘관망중’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전 세계를 타깃으로 삼은 관세전쟁이 본격화하면서 경제의 불확실성이 증폭되고 있는 상황이다. 업종을 불문한 관세 부과 정책은 국내 기업 전반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산업계는 생존 전략 모색에 한창이다. [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上) 트럼프 2기, 철강·알루미늄 관세 부과…“미국 주도권 확보”
(中) 트럼프 관세 쓰나미에 韓 업체 셈법 복잡…조선·방산은 '쾌청'
(下) 트럼프發 의약품 전쟁 ‘대두’...국내 제약·바이오 생존전략 ‘복잡’

 

【 청년일보 】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4월부터 본격적으로 의약품에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사실상 의약품 ‘무관세’ 철폐 의지에 유럽에서는 對미국 의약품 전쟁을 고려할 정도로 미국과 그 이외의 국가들 사이에서 ‘관세’를 두고 갈등이 커져가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로 셀트리온과 SK바이오팜을 비롯해 많은 기업들이 우려의 시선과 대응방안 마련에 분주한 상태다. 하지만 정확히 어떤 의약품에 얼마의 관세를 부과할 것인지 등 의약품 관세에 대한 명확한 기준 등이 없어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속이 타들어가고 있다.

 

◆ 美 트럼프 대통령, 의약품 관세 ‘예고’…유럽, 對미국 의약품 ‘무기화’ 검토

 

23일 로이터 통신과 업계 등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오는 4월 2일부터 자동차와 의약품 등에 대한 약 25% 품목별 관세와 함께 상대국 관세율·비관세 무역장벽까지 고려한 상호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간 무관세였던 의약품이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에서 면제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앞서 미국과 유럽연합, 일본, 캐나다, 마카오, 노르웨이, 스위스, 영국 등 대부분 의약품 선진국은 1994년 완제의약품과 의약품 공급망에서 사용되는 7천개 이상의 제약 활성 성분 및 화학 성분에 대한 관세 및 기타 모든 관세와 비용을 폐지하는 내용의 WTO 의약품 협정을 체결했다.

 

특히 영국 텔레그래프는 지난 10일(현지시각) “유럽연합 정부가 미국으로 수출되는 의약품을 ‘무기화’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유럽의 군사·경제 안보를 계속 위협할 경우 의약품을 이용해 압박하는 방법에 대한 논의 중이라는 내용으로, 항생제와 방사선 치료 기기 및 심박 조율기 등 미국이 유럽연합으로부터의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260여개 제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미국 글로벌 제약기업들을 중심으로 많은 기업과 단체들은 의약품에 관세 부과 시 의약품 비용을 증가시키고 환자에 대한 접근 장벽을 만들어 의약품 가격 책정 및 미국인의 기대수명 연장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건강 관련 행정명령에 명시된 우선순위를 위태롭게 할 것이라고 설득하고 있다.

 

제네릭 의약품 로비단체 ‘접근 가능 의약품협회(AAM)’는 저가 의약품 제조업체들이 직면한 이윤 마진의 부족과 의약품 부족의 역사를 언급하며, 트럼프 행정부에 의약품 관세 면제를 요청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미국 트럼프 정부의 입장은 변함이 없는 상황으로, 대응방안 검토 등이 필요한 상황이다.

 

 

◆ “미국의 의약품 관세 대비 필요”…미국 내 '생산전략' 검토

 

우리나라는 WTO 의약품 협정국은 아니지만, FTA 협정에 따라 국산 의약품에 대해 미국이 관세를 부과하지 않고 있다.

 

문제는 FTA 협정국임에도 보편 관세 적용 여부 및 범위에 따라 국내 제약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이에 미국의 의약품 관세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며, 미국 내 생산·투자 확대 검토가 필요하다고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삼일PwC 경영연구원은 “제약산업을 미국 내로 되돌리고 싶고, 산업을 다시 국가로 가져오는 방법은 관세 장벽을 만드는 것이다”와 “제약·의약품 등 모든 형태의 약품에 관세를 부과할 것이다” 등 트럼프 발언을 지목하며, 자국 보호를 위해 모든 국가에 관세를 부과하는 정책에 대한 대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미국이 수입 의약품에 대한 고관세 부과 시 수출기업에 대한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으로, 국내에서 완제품을 생산해 미국에 수출하는 셀트리온과 SK바이오팜, 유한양행, 녹십자 등이 타격받을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관세 부과 범위의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기업별 영향도를 확인해 공급망 및 조달방식 검토를 통한 대응방안을 마련해 관세 위험을 최소화해 나갈 필요가 있으며, 미국 내 생산 거점 이전과 미국 투자 확대도 하나의 전략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혁중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관세 인상은 미국 외의 지역에서 생산된 물품에 대한 가격 경쟁력을 낮추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미국 정부가 추진 중인 약가 인하 정책들은 강제성을 띠고 있어 바이오시밀러 및 제네릭 의약품에 대한 수요가 강화되고, 중국 견제 정책 강화와 함께 의약품의 효율적인 공급을 위해 CDMO 기업의 역할도 미국 내에서 주목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하면서 “이러한 기회를 활용하기 위한 미국 내 생산에 대한 의무 역시 강조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어 “미국 내 고객사와의 협력 강화를 통해 미국 내 생산 기반을 강화하는 방안이 효과적일 것으로 판단된다”며, 미국 내 독자적인 공급망 구축보다는 미국 내 토종 기업 및 미국 외 유수의 제약사와 합작하거나 미국 내 기업을 직접 인수하는 방안 등을 제언했다.

 

 

◆ SK바이오팜·셀트리온 생산시설·물량 확보 등 ‘선제 대응’…美 CDMO 시설 보유 기업 ‘기회’

 

이 같은 전망과 대응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에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도 대응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셀트리온과 SK바이오팜이 대표적인 기업으로 미국 내 판매 물량 확보 및 위탁 생산시설 협력 강화 등을 모색하고 있다.

 

먼저 셀트리온은 지난 1월 약 9개월분의 재고 이전을 통해 의약품 관세 영향을 최소화한 상황이며, 현지 CDMO(위탁생산) 업체와의 협의를 통해 추가 생산가능 물량 확보 및 추가로 현지 CMO 업체들과 제품 생산 협력방안을 협의하고 있다.

 

또한, 관세 부담이 훨씬 낮은 원료의약품(DS) 수출에 집중하고 있으며, 의약품 관세 부과 여부 추이에 따라 필요 시 현지 완제 의약품 생산을 지금보다 더욱 확대하는 전략으로 상황 변화에 대응할 계획이다.

 

SK바이오팜은 미국 내 의약품 위탁생산(CMO) 시설을 이미 확보한 상태로, 캐나다 공장의 위탁생산 물량을 조정해 일부 물량을 미국 내 의약품 위탁생산 시설로 돌리는 것을 계획하고 있다. 또한 미국, 캐나다 CDMO 업체 외에 추가적인 생산 옵션 확보도 검토 및 사전에 확보한 미국 내에 약 6개월분의 물량을 통해 미국 의약품 관세에 대응할 방침이다.

 

SK바이오팜 관계자는 “미국의 의약품 관세 정책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으로, 캐나다 물량을 미국으로 전부 옮겼다가 캐나다가 의약품 관세 정책에 영향을 받지 않게 될 경우 다시 캐나다로 물량을 옮기는 것이 어렵고 손해가 발생할 수 있다”면서 “지금은 상황을 살피면서 물량 조절 등으로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고 안내했다.

 

이어 “뇌전증 신약 ‘세노바메이트’의 일부 물량은 원료 의약품을 국내에서 생산해 미국의 CDMO시설로 보내 완제 의약품을 생산하는 방식으로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유한양행은 유한 USA를 통해 글로벌 연구센터, 바이오텍, 스타트업, 제약기업과의 협력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미국 내 CDMO 시설을 보유한 기업들도 주목받고 있다. 의약품 관세가 본격화되면 미국 내 CDMO시설을 통해 위탁생산 계약을 추가로 체결할 확률이 높아져 해당 기업의 실적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 내 CDMO 시설을 보유한 기업으로는 SK팜테코가 있으며, 지놈앤컴퍼니도 미국 내 CDMO 사업을 위한 생산시설을 확대한 바 있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브리스톨마이어스스퀴브 시러큐스 공장을 인수한 뒤 4천800만달러 추가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롯데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상황을 더 지켜봐야겠지만, 시러큐스 공장에 남아 있는 여유 생산력을 활용해 CDMO를 추진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삼일PwC경영연구원은 CDMO 기업들과 관련해 “CDMO기업은 위탁 의뢰한 기업에게 비용을 일부 전가할 수 있어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을 수 있겠지만, 미국 내 생산시설 확보 시 추가 인센티브 제공 등 트럼프 행정부의 구체적인 정책이 마련돼 시행된다면 이해득실을 따져봐야 한다”고 전했다.

 

 

◆ 녹십자·대웅제약·휴젤·삼성바이오 등은 ‘관망’…“미국 의약품 관세 정책, 아직은 ‘미확정’”

 

미국 의약품 관세 정책에 대해 관망하는 기업들도 많다. 대표적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바이오에피스, 대웅제약, GC녹십자, 휴젤 등이 있다.

 

이는 미국이 의약품 관세 정책을 예고했지만, 범위와 대상 의약품 및 지역 등 구체적인 내용이 나오지 않아 대응책을 마련하기가 막연한 측면 등이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에서 수입 의존도가 높은 원료의약품(API) 또는 케미컬 의약품으로 할지 모든 의약품으로 할지 구체화되지 않은 상태”라며, “의약품을 미국으로 수출하는 우리 기업들의 유형을 보면, 다양한 형태로 사업을 영위하고 있어 해당 기업들의 대응방안은 각기 다를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다만, 아직 미국 의약품 관세 정책이 확정된 사항이 아니므로 관세 동향을 엄중히 인식하며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으며, 미국에 수출하는 다른 해외 경쟁기업들의 대응상황도 지켜보면서 외교 통상적으로 접근하는 등 경쟁전략을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트럼프 정부에서 정확하게 어느 의약품에 얼마의 관세를 매기겠다고 발표가 아직 안 된 상황이며, 이번 관세에 영향을 받는 의약품이 생명과 직결된 전문 의약품인 만큼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 전에 강조한 의약품 가격 인하와 상반되는 정책에 해당하기 때문에 의약품에 관세를 정말로 부과할지도 의문”이라면서 내달 2일이 되어봐야 알 것 같다는 견해를 전했다.

 


【 청년일보=김민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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