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산 수입품에 25%의 상호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한 지난 3일 경기도 평택항에 컨테이너가 쌓여 있다. [사진=연합뉴스]](http://www.youthdaily.co.kr/data/photos/20250415/art_17440150322883_f78989.jpg)
【 청년일보 】 미국의 25% 상호관세 부과 조치로 국내 산업계가 일대 혼란에 빠졌다. 기업들은 연일 비상회의를 열고 대응책 마련에 나서고 있지만 마땅한 해법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이 관세 부과와 관련해 협상이나 유예 가능성을 일축하면서, 기업들의 불안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주요 대기업들은 생산기지 재편과 비용 절감 등 전방위적인 대응 전략을 마련하는 동시에 미국 시장 내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고심을 이어가고 있다.
7일 재계 및 산업계 등에 따르면, 수출 비중이 높은 삼성전자는 글로벌 생산거점을 활용해 관세 부담을 분산하는 전략을 검토 중이다. 삼성전자는 국가별 관세율과 인건비, 물류비 등을 종합 고려해 가전과 스마트폰 등의 생산지를 조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용석우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사장)은 7일 열린 인공지능(AI) TV 신제품 발표회에서 미국 관세 영향에 따른 대응에 대해 "삼성은 전 세계에 약 10개의 생산 거점을 보유하고 있다"면서 "관세에 따라 얼로케이션(Allocation·할당)을 통해 파고를 넘어가려 하고 있다"고 밝혔다.
스마트폰 부문에서는 베트남 공장에서의 생산 비중을 조정하고, 브라질 등 타 국가 공장을 활용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LG전자 역시 지난해 말부터 전사 차원의 '플레이북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하며 관세 대응에 착수한 상태다.
조주완 LG전자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열린 주주총회에서 "(미국 관세 정책에) 플레이북을 만들어 준비하고 있다"며 "(미국으로부터) 멕시코에 관세가 부과되기 시작하면 마지막 방안으로 미국 테네시 공장에서 냉장고, 오븐 등을 다 생산할 수 있도록 부지를 다 준비해놨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이미 미국 내 현지 생산을 강화해 관세 리스크를 줄이는 전략에 나섰다. 현대차그룹은 지난달 미국 조지아주 신공장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의 준공을 마치고 조기 안정화에 주력하고 있다.
현대차는 관세에 따른 부담을 소비자 가격에 전가하기보다는 비용 절감과 내부 효율화로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현대차 미국법인은 지난 4일(현지시간) 공식자료를 통해 "두 달간 차량 가격을 동결하겠다"고 공식 발표했으며, 기아 역시 유사한 입장을 내놨다.
다만, 관세 효과가 장기화될 경우 가격 인상 압력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현대차는 2026년형 이후 모델부터 3년 또는 3만6천마일 내 엔진오일 무상교환 등의 정비 서비스 혜택을 종료하기로 한 방침을 두 달간 가격 동결 계획과 함께 알렸다.
기업들의 대응이 한계에 부딪히자 정부도 본격적인 대미 협상에 돌입했다. 정인교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오는 8~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를 방문해 미국 무역대표부(USTR) 주요 인사들과 면담을 진행할 예정이다.
정 본부장은 "국별 관세 조치와 철강·알루미늄·자동차·자동차 부품 등 주요 품목별 관세 부과로 대미 수출기업과 우리 기업의 미국 내 활동에 상당한 어려움이 예상된다"며 "미국 측과 긴밀히 협의해 관세 정책의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가 운영 중인 '관세 대응 119' 상담 창구에는 기업들의 문의가 폭주하고 있다. 코트라에 따르면 지난 2월 18일부터 4월 4일까지 총 1천751건의 상담이 접수됐으며, 트럼프 전 대통령의 관세 발표 직후에는 일일 상담 건수가 200건을 넘기기도 했다.
【 청년일보=조성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