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처럼도, 참이슬도 "16도"…주류업계, 도수 낮춰 소주시장 "공략"

등록 2025.07.14 08:00:00 수정 2025.07.14 08:00:29
신현숙 기자 shs@youthdaily.co.kr

소주 도수 하향 잇따라…MZ세대 취향 반영 전략
처음처럼 16도로 인하…알룰로스 등 주질 개선
참이슬 정제기술 고도화…깔끔한 맛·이미지 강화
"저도주 일시 유행 아냐…시장 재편 시작 신호탄"

 

【 청년일보 】 ‘헬시플레저’ 바람을 타고 국내 소주 시장에 저도화 바람이 불고 있다. 소주의 표준 도수가 16도 안팎까지 낮아지며, ‘가볍게 즐기는 술’이 새로운 기준으로 자리 잡은 가운데, 주요 주류 기업들도 도수 인하와 제품 리뉴얼에 속도를 내고 있다.

 

◆ 헬시플레저 트렌드 속 ‘저도주’가 뜬다

 

14일 국세청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등에 따르면, 국내 주류 출고금액은 2020년 8조7천995억원에서 2023년 10조1천억원까지 꾸준히 증가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 같은 흐름은 음주 문화의 변화와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과거처럼 독한 술을 빠르게 마시기보다는, 최근에는 MZ세대를 중심으로 낮은 도수의 술을 천천히 즐기는 트렌드가 대세로 자리 잡고 있다. 무알코올·저알코올 주류 시장의 확장도 이러한 흐름을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며 소비자들은 강한 도수의 술보다 가볍고 부드러운 음주 경험을 선호하게 됐고, 이른바 ‘헬시플레저’ 트렌드가 저도주와 논알코올 제품의 확산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국내 대표 소주 브랜드들의 알코올 도수도 꾸준히 낮아지고 있다. ‘참이슬 후레쉬’는 2006년 19.8도에서 시작해 2018년 17.2도, 2020년 16.9도, 2024년 16도까지 수년에 걸쳐 도수가 단계적으로 낮아졌다.

 

‘처음처럼’ 역시 2006년 20도에서 시작해 2014년 18도, 2018년 17도, 2021년 16.5도, 2025년 16도로 변화하며 저도화 흐름에 동참했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독한 술이 좋은 술’이라는 인식이 강했지만, 요즘 소비자들은 낮은 도수의 술을 천천히 즐기려는 성향이 강하다”며 “브랜드마다 제품 포트폴리오를 다양화 하면서도, 전체적인 방향성은 ‘가벼운 음주 경험’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고 말했다.

 

◆ 처음처럼, 16.5도에서 16도…롯데칠성, 도수 인하 본격화

 

롯데칠성음료(이하 롯데칠성)는 주류 시장의 저도화 흐름에 맞춰 ‘처음처럼’과 ‘새로’ 브랜드의 도수를 낮추며 저도주 트렌드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대표 소주 브랜드 ‘처음처럼’은 지난 10일 기존 16.5도에서 16도로 도수를 인하하는 한편 제품 리뉴얼을 단행했다.

 

알코올 도수를 낮추는 동시에 부드러운 목넘김이라는 브랜드 고유의 강점을 살리기 위해 100% 암반수에 쌀 증류주를 첨가하고, 천연 감미료인 알룰로스를 사용해 쓴맛을 줄였다. 지난해 교체한 라벨 디자인과 출고가는 그대로 유지해 소비자 혼란을 최소화했다.

 

 

롯데칠성의 또 다른 주력 제품인 ‘새로’는 2022년 출시 이후, ‘제로 슈거’ 콘셉트를 앞세워 차별화된 입지를 구축해왔다.

 

과당을 사용하지 않고, 증류식 소주를 일부 첨가해 산뜻하고 부드러운 맛을 강조한 것이 특징이다. 이후 ‘새로 살구’, ‘새로 다래’ 등 과일 소주 라인업도 각각 12도 도수로 출시하며, 제품 포트폴리오를 확대 중이다.

 

롯데칠성 관계자는 "부드러운 소주의 대명사로 자리 잡아온 '처음처럼'과 국내 소주시장의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은 '새로'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소주의 대표 주자로 자리매김 하기 위해 적극적인 마케팅 활동을 전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 하이트진로 "참이슬·진로골드, 정제된 저도 전략 강화"

 

하이트진로는 대표 제품 ‘참이슬’의 리뉴얼을 통해 희석식 소주 시장의 저도화 흐름에 본격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지난해 기존 ‘참이슬 후레쉬’의 도수를 16.5도에서 16도로 낮춘 제품을 출시했다. 이번 리뉴얼은 단순한 도수 인하에 그치지 않고, 소비자 조사를 기반으로 주질 개선을 함께 진행한 점이 특징이다.

 

도수는 낮췄지만 고유의 청량하고 깔끔한 맛을 유지하기 위해 정제 기술을 고도화했고, 패키지 디자인도 간결한 서체로 변경해 세련된 브랜드 이미지를 완성했다.

 

 

하이트진로는 소주 브랜드별로 도수를 세분화해 다양한 소비자 기호에 맞춘 전략을 펼치고 있다. 2019년 선보인 ‘진로이즈백’은 출시 당시 16.9도였으나, 2023년 16도로 낮췄고, 2024년 출시된 ‘진로골드’는 15.5도로 더 가볍다.


진로는 청량감과 산뜻함, 진로골드는 부드러움과 고급스러움을 앞세우며 각기 다른 소비자층을 공략하고 있다. 참이슬은 세 제품 가운데 가장 정제된 맛과 밸런스를 지닌 정통 저도주로 포지셔닝되고 있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소비자 조사를 기반으로 도수 조정과 주질 개선을 함께 진행했다”며 “도수는 낮아졌지만 참이슬 고유의 깨끗하고 청량한 맛은 유지되도록 정제기술을 개선했다”고 강조했다.

 

◆ 업계 "저도주, 일시적 트렌드 아냐…시장 재편 중"

 

이 같은 흐름은 음주문화의 변화와 맞닿아 있다. 독한 술을 빠르게 마시던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MZ세대를 중심으로 낮은 도수의 술을 천천히 즐기는 트렌드가 자리 잡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강한 술보다는 부드럽고 가벼운 음주를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해졌고, ‘헬시플레저’ 트렌드가 저도주와 무알코올 제품 확산의 동력이 되고 있다.

 

실제로 국세 통계포털에 따르면, 2023년 희석식 소주 출고량은 84만4천250㎘로 전년 대비 약 2.0% 감소했으며, 팬데믹 이전인 2019년과 비교하면 약 7.8% 줄어들었다.

 

같은 기간 전체 주류 출고량 감소폭보다 큰 수치로, 이는 소주 시장의 구조적 변화가 본격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주류업계는 이러한 저도주 트렌드가 일시적인 유행이 아닌, 시장 전반의 재편 흐름으로 인식하고 있다.

 

과거에는 ‘도수가 높아야 술’이라는 인식이 강했지만, 이제는 건강을 고려한 ‘헬시 플레저’ 소비가 확산되며 술도 ‘라이트’하게 소비되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팬데믹 이후 음주문화가 ‘혼술’, ‘소확행’ 중심으로 바뀌면서 저도주가 새로운 선택지로 부상했다”며 “이제는 주류 기업들이 제품 기획단계부터 도수를 전략적으로 고려하는 시대”라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는 무알코올 주류, 저칼로리 주류 등으로 소비층이 더욱 세분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청년일보=신현숙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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