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요즘 젊은 세대들은 한국을 여행하며 백화점 등에서 열리는 '팝업스토어(이하 팝업)'를 방문하는 게 하나의 여행 콘텐츠로 자리 잡았습니다."
지난 9월 서울에 여행왔던 대만의 한 20대 관광객은 팝업이 2030세대에게 한국 여행의 새로운 즐거움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친구들과 함께 각자 선호하는 브랜드, 캐릭터 관련 팝업 정보를 미리 찾아보고, 이에 맞춰 여행 계획을 짜는 게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 "K-콘텐츠 확산 영향"…팝업스토어, 동아시아 MZ 관광객 중심 '필수 코스' 거듭
24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유통업체들은 젊은층을 중심으로 한 외국인 관광객과 국내 소비자들의 급증하는 팝업 방문 수요에 맞춰 일제히 관련 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역에서 쉽게 만나볼 수 없는 해외 패션 브랜드나, 비수도권 지역의 맛집 F&B 관련 팝업이 지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며 "최근에는 국내 소비자 뿐만 아니라, 일본, 대만, 중국 등 아시아 지역 관광객들도 팝업을 찾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업계 관계자들은 외부 나들이가 많은 가을철에 백화점 방문 고객들을 위한 인테리어에도 신경을 쓰는 한편, 백화점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증가하면서 팝업 행사도 보다 적극적으로 개최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실제 한국개발연구원(KDI)와 한국문화관광연구원(KCTI)에 따르면, 올 연말까지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은 약 1천600만명 내외로 추산됐다. 이는 코로나19 확산 이전인 2019년 1천750만명의 약 92% 수준까지 회복한 수치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아시아 지역에서 찾아오는 외국인 관광객이 한국을 여행하는 방식이 과거와 달리 크게 변했다는 점이다.
한국거래소(KRX) 자료를 보면, 2030세대 중국인 개별 관광객 확대와 함께 이들의 1인당 객단가도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이들은 기존의 명동뿐만 아니라 성수동과 한남동의 팝업, 편집숍 등의 매장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관광객 역시 1020세대 여성 중심의 K-콘텐츠 소비 관광이 활성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 따르면, 이들 관광객은 K-팝, K-뷰티, K-푸드 등의 콘텐츠를 소모할 수 있는 특정 여행상품을 즐기기 위해 한국을 찾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젊은 세대 아시아 관광객들 사이에서는 팝업이 한국을 여행할 때 반드시 방문해야 하는 장소로 떠으르고 있다"며 "백화점 등 업계가 외국인 관광객 대상으로 혜택을 늘리고 있는 것도 이와 같은 트렌드가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한 여행업계 전문가는 "일률적인 패키지여행이나 단체 관광 형태에서 벗어난 개별 관광이 아시아 지역, 특히 '큰 손'인 중국 관광객을 중심으로 확산하면서 팝업 행사 인기도 덩달아 올라가고 있다"며 "젊은 세대의 경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참고해 여행 계획을 세우는 경우가 많고, 이때 각종 팝업에서 찍은 '인증샷' 등이 큰 영향을 끼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흔히 알려진 여행 명소뿐만 아니라, 자신이 선호하는 K-브랜드 혹은 콘텐츠로 꾸며진 장소와 상품을 집중적으로 만나볼 수 있는 팝업 행사를 경험하는 것도 주요 여행 콘텐츠로 부상 중"이라고 부연했다.
◆ "인기 K-브랜드 총집합"…유통家 국내외 소비자 수요 공략 '사활'
이에 주요 면세점, 화장품, 백화점 업계 등 주요 유통업체들은 최근 각종 팝업을 개최하며 국내외 소비자의 수요 공략에 적극 나서고 있다.
먼저 신세계면세점은 국내외 소비자들에게 인기가 많은 글로벌 뷰티 브랜드 '메디큐브' 팝업을 오는 11월 30일까지 명동점에서 연다.
메디큐브는 국내 면세점 중 신세계면세점에만 단독 입점한 K-뷰티 대표 브랜드로, 현재 뷰티 카테고리 1위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스테디셀러 '에이지-알 부스터 프로'는 '출국 직전 인기 상품 1위'로 선정될 만큼 외국인 여행객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고 업체 측은 부연했다.
매장은 핑크와 화이트 톤의 컬러로 꾸며져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직관적으로 전달하며, 대형 뷰티 디바이스 오브제와 포토존을 배치해 고객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체험형 공간으로 구성됐다.
또, 매장 전면에는 전속 모델 장원영의 이미지와 베스트셀러 제품을 전시해 멀리서도 눈에 띄는 비주얼 효과를 더했다.
팝업 기간 동안 메디큐브는 온라인몰과 차별화된 오프라인 전용 프로모션도 운영한다.
대표 제품인 '에이지-알 부스터 프로'와 '에이지-알 부스터 프로 핑크' 구매 시 PDRN 핑크 펩타이드 앰플을, '에이지-알 울트라 튠 40.68' 구매 시에는 글루타치온 글로우 캡슐 크림을 증정하는 등 디바이스별 맞춤형 사은품이 제공된다.
또한 '에이지-알 부스터 진동 클렌저'를 비롯해, '프로-포커스 세트' 구매 시 PDRN 부스터젤과 PDRN 핑크 펩타이드 앰플을 증정한다.
스킨케어 라인 역시 구매 금액대별 사은품이 준비돼 있다. 35달러 이상 구매 시 PDRN 핑크 원데이 세럼(5EA), 50달러 이상 구매 시 동일 제품(10EA), 75달러 이상 구매 시 콜라겐 글로우 부스터 세럼을 증정해 고객 만족도를 높인다.
이 밖에도 신세계면세점 오프라인에 단독으로 입점한 아모레퍼시픽의 '응원봉밤'도 만날 수 있다.
응원봉밤은 K-팝 콘서트에서 사용하는 응원봉을 모티프로 한 독창적인 디자인의 멀티 밤 제품이다. 팝업 운영기간 응원봉밤을 일정금액 이상 구매 시, 아이돌 키링을 증정한다.
아모레퍼시픽은 자사의 바이탈뷰티 'SUPER'의 팝업을 내달 2일까지 아모레성수에서 연다.
SUPER 팝업은 브랜드가 제안하는 새로운 뷰티 루틴인 '바르기 전에 먹는 슈퍼루틴(Get your SUPER ROUTINE)'을 직접 맛보고 즐길 수 있는 체험형 공간으로 기획했다.
팝업 입구에는 메인 포토존과 컬러풀한 제품 모양의 설치조형물이 설치됐다.
메인 공간에는 키친을 연상시키는 라운드 테이블과 대형 냉장고를 감각적으로 연출하고, 카페 메뉴판을 연상시키는 안내판은 먹는 레티놀·시카·콜라겐 제품들을 소개한다.
한 벽면 전체를 차지하는 냉장고에는 슈퍼라인 전 제품의 실물을 비치하고, 창가에 마련한 공간에서는 스킨케어 제품과 슈퍼라인 제품을 나란히 소개한다.
이 공간에서는 '먹는 레티놀과 바르는 레티놀', '먹는 시카와 바르는 시카' 등 먹고 바르는 K-뷰티 시대를 강조한다고 업체 측은 전한다.
아울러 방문 고객을 위한 이벤트도 진행된다. 먼저 실내에 준비한 간단한 미션지를 완성하면 슈퍼라인 3종(슈퍼레티놀, 슈퍼시카 B5, 슈퍼콜라겐 케라핏)의 샘플 키트를 제공한다.
SNS에 현장 사진을 등록하고 인증하면, 실외에 준비한 '슈퍼 바(SUPER Bar)'에서 슈퍼라인 제품으로 만든 음료와 베이커리도 받을 수 있다.
실내 미션을 모두 완성한 고객들에게 슈퍼레티놀과 슈퍼시카 B5로 만든 음료 혹은 슈퍼콜라겐 케라핏이 뿌려진 크루아상을 증정한다.
현대백화점은 다음달 9일까지 무역센터점 지하 1층 식품관에서 대전 인기 베이커리 '츄로츄로' 팝업을 진행한다. 코엑스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서울 관광시 자주 찾는 필수 코스 중 하나다.
이번 팝업에서는 시나몬, 치즈스노윙, 콘소메, 레드스윙스 등 다양한 맛의 디핑 소스와 함께 먹을 수 있는 수제 츄러스를 판매한다.
대표 상품은 '스틱츄러스', '박스 츄러스', '반반 츄러스 박스' 등이다.
뿐만 아니라, 현대백화점은 다가오는 겨울철 프리미엄 패딩을 찾는 소비자를 위해 주요 점포에 프리미엄 패딩 팝업을 운영한다.
현대백화점은 같은 지점에서 프리미엄 패딩 브랜드 '무스너클(Moose Knuckles)'과 '노비스(Nobis)'를 선보이고, 목동점 2층에 노비스, 캐나다구스 팝업을 운영한다.
매장은 올 겨울 시즌 동안 운영되며, 각 매장에서는 무스너클의 스틸링, 쓰리쿼터, 노비스의 야테시, 메리데스 등 대표 상품을 각각 선보인다. 회사 측은 판매 제품과 브랜드별 프로모션도 순차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외국인 관광객이 팝업을 찾는 사례가 증가함에 따라 이에 맞춘 관련 콘텐츠와 편의 서비스를 지속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한 백화점 업계 관계자는 "기획 단계에서 외국인 관광객을 크게 고려하지 않았던 팝업이 오히려 국내 소비자보다는 해외 관광객에게 인기가 높은 경우도 종종 있다"며 "최근 업계 전체적으로 팝업 기획 단계부터 외국인 관광객의 수요를 염두에 두고 상품과 공간 기획을 하는 추세가 확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에 국내 유명 팝업을 주로 찾는 아시아 지역 관광객을 위한 통역, 간편결제 서비스 등도 확대하는 추세"라고 덧붙였다.
면세업계의 한 관계자도 "인기 브랜드 팝업의 경우 긴 줄이 늘어설 정도로 상품 구매는 물론 단순 인증샷을 남기기 위한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다"며 "K-브랜드 팝업에 대한 외국인 관광객들의 인기몰이는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이며, 처음부터 이들을 주 소비층으로 겨냥한 팝업을 기획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내수 부진으로 인한 실적 하락을 다소 만회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했다.
【 청년일보=김원빈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