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정부가 치킨 가격은 그대로 유지한 채 중량을 줄여 사실상 가격을 올리는 이른바 '슈링크플레이션' 관행을 막기 위해 외식업계에 중량 표시제를 도입한다. BHC·BBQ치킨·교촌치킨·처갓집양념치킨·굽네치킨·페리카나·네네치킨·멕시카나치킨·지코바치킨·호식이두마리치킨 등 전국 약 1만2천560개의 10대 치킨 프랜차이즈 가맹점이 우선 적용 대상이다.
2일 공정거래위원회·식품의약품안전처·농림축산식품부·기획재정부·중소벤처기업부가 발표한 '식품분야 용량꼼수 대응방안'에 따르면, 앞으로 치킨 전문점은 메뉴판과 온라인 주문 화면에 판매 가격과 함께 닭고기의 조리 전 중량을 의무적으로 표시해야 한다.
중량 표시는 '몇 g인지'를 직접 명기하는 방식이 기본이다. 다만 치킨이 대부분 한 마리 단위로 조리되는 점을 감안해, 닭 크기를 나타내는 호수 기준으로 표시하는 방식도 병행할 수 있도록 했다. 예컨대 '10호 닭'처럼 호수를 기재하고, 이에 해당하는 중량 범위를 소비자가 확인할 수 있게 하는 식이다.
이번 조치는 최근 교촌치킨이 사용 부위를 바꾸고 중량을 줄이면서 실질적인 가격 인상 논란이 불거진 사례가 직접적인 배경이 됐다.
중량 표시제는 오는 15일부터 시행되며, 내년 6월 말까지는 계도기간으로 운영된다. 이 기간에는 위반이 적발돼도 행정처분 없이 올바른 표기 방식만 안내한다. 계도기간 종료 후에는 시정명령이 내려지며, 이를 반복해 위반할 경우 영업정지 등 강력한 제재가 가능하다.
가격 인상 또는 중량 축소가 있을 경우에는 소비자에게 해당 변동 사항을 명확히 알리도록 정부가 업계에 권고했다. 다만 이 안내는 법적 의무가 아닌 자율 규제 영역으로 남는다.
정부는 소비자단체협의회가 주요 브랜드 치킨을 정기적으로 표본 구매해 중량과 가격 정보를 비교·공개하도록 예산을 지원할 계획이다. 소비자단체는 '용량 꼼수 제보센터'를 운영해 소비자의 직접 제보도 받는다. 중량 허위표시 등이 확인되면 공정위나 식약처가 즉시 조사에 나선다.
가공식품은 중량을 5% 이상 줄여 단위가격을 올리고도 이를 충분히 알리지 않으면, 현재의 시정명령에서 더 나아가 품목 제조정지 명령까지 가능해진다. 이는 해당 제품의 생산이 일정 기간 금지되는 강력한 처분이다.
정부는 관계 부처와 외식업계, 식품 제조업체가 참여하는 민관 협의체도 꾸려 용량 축소 관행 개선과 물가 안정 방안을 지속적으로 논의할 계획이다.
정부는 이번 조치가 외식업 분야에서 중량 표시 관행을 정착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가격 변동 안내가 법적 의무가 아니어서 소비자가 변화를 즉각 알아차리기 어렵다는 점, 가공식품의 경우 제품 구성 변경과 신제품 출시가 혼재해 단위가격 인상을 일괄 판단하기 어렵다는 한계도 제기된다.
【 청년일보=조성현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