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가제도 개편, 신약개발 독려 발판(?)…국내 제약사 "발목만 잡는다"

등록 2025.12.04 08:00:03 수정 2025.12.04 08:00:14
김민준 기자 kmj6339@youthdaily.co.kr

건정심, ‘신약개발 생태계 조성’ 약가제도 개선안 논의… "혁신신약 대한 환자 접근성·개발 유도 개선 기대"
희귀질환 치료제 신속 등재·비용효과성 평가 고도화·약가 유연계약제 도입·혁신형 제약기업 우대 등 제안
제약업계 "국내 제약사, 외자사比 혜택·준비기간 미흡"…정교화 등 일부 내용·표현發 규제 강화 포석 우려

 

【 청년일보 】 정부가 혁신신약 개발 중심의 제약산업 육성을 위해 ▲희귀질환 치료제 신속 등재 ▲비용효과성 평가 고도화 ▲약가 유연계약제 도입 ▲혁신형 제약기업 우대 등이 담긴 ‘신약개발 생태계 조성’을 추진한다.

 

그러나 제약업계 일각에서는 미래만 고려한 제도 또는 국내 제약사보다 외국 제약사가 혜택을 받는 제도라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제도 개선의 취지는 이해하지만, 국내 제약사 대다수가 지금 당장 신약개발에 뛰어들만한 준비가 부족하며, 현재 신약 개발을 추진 중인 기업도 실질적인 제도의 혜택을 받기에는 최소 5년 이후에나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이며, 일부 내용의 경우 오히려 규제를 완화하는 것이 아니라 강화하는 모습으로 비쳐진다는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4일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에 따르면 최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는 약가제도 개선방안을 논의했다.

 

이번 약가제도 개선방안은 혁신적 치료제에 대한 환자 접근성은 높이고, 국내 제약산업이 보다 혁신 지향적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제도적 뒷받침을 강화하는 내용의 ‘신약개발 생태계 조성’ 방안이 포함됐다.

 

신약 등 가치에 대한 적정 보상이 균형을 이루는 약가제도로 개편해 R&D 활성화를 통한 선순환 혁신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 목표다.

 

첫째로 의료 현장에서 신속히 희귀질환 치료제를 사용할 수 있도록 급여적정성 평가 및 협상 간소화를 통한 희귀질환 치료제의 신속 등재를 추진한다.

 

현행 최대 240일이 소요되는 급여화 기간을 100일 이내로 단축하는 것이 목표이며, 이를 위해 건강보험 시범사업 형태로 내년(2026년) 상반기 우선 착수 후 규정을 정비해 제도화할 계획이며, 등재 치료제는 임상적 성과 등을 종합적 사후평가 및 반영한다는 방침이다.

 

둘째로 현행 경제성평가가 혁신신약의 적절한 가치를 평가하지 못한다는 목소리를 수용해 비용효과성 평가 고도화(중증·희귀난치질환 치료제 등)를 추진한다.

 

우선 단기 방안으로 ▲질병의 위중도 ▲치료적 이익 ▲재정영향 등을 고려한 가중치 도입해 ICER값 탄력 적용 시 반영하는 방향으로 ICER 임계값을 적정 수준으로의 상향을 꾀한다.

 

이를 위해 내년 상반기 비용효과성 임계값 설정 원칙 및 가중치 도입 방식 검토를 위한 정책연구 실시해 2027년 연구결과 토대로 합리적 방안을 마련해 적용할 계획이다.

 

중장기 방안으로는 2028년부터 중증질환 치료성과 획기적으로 높인 유전체 기반 항암제 등 혁신신약 가치를 보다 적정하게 평가·조정할 수 있는 ‘신속등재-後평가·조정 트랙’ 마련을 추진한다.

 

신속 등재 절차를 全 혁신 신약으로 확대하는 것이 목표이며, AI 등 디지털 헬스케어 접목해 현장 데이터 수집·평가하는 ‘실제 치료 효과 기반 평가모델’ 마련하고 사후 조정 등을 통해 약가를 재산정하는 방안을 계획하고 있다. 또 데이터 수집·분석·평가기법 설계 등 역량 갖추어 새로운 평가 모델을 전담할 별도 전문기관 설치도 검토한다.

 

셋째로 현행 약가환급제는 까다로운 요건 등으로 적용 가능 약제 적으며, 본인부담금 등 환자 불편 존재하고, 단일 약가 운영은 가치 적정 반영에 한계 있다는 목소리를 반영한 ‘(가칭)약가 유연계약제’ 도입을 추진한다.

 

‘(가칭)약가 유연계약제’ 일환으로 내년 2분기부터 ▲등재 신약 ▲특허 만료된 기 등재 오리지널 ▲위험분담 환급 종료 신약 ▲바이오시밀러 등으로 약가환급제 적용 대상을 확대할 계획이다.

 

특히 기존에는 적정약가 기반 협상-별도계약을 체결하는 형태였다면 개선안은 A8 조정최고가 이내 수준으로 산정하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을 추진한다. ‘A8’은 국내 의약품 약가 평가 시 참고하는 해외 8개국을 의미한다. 미국, 캐나다, 영국, 독일, 스위스, 이탈리아, 프랑스, 일본 등이 있다.

 

또한 여러 적응증에 효능을 보이는 약제 대상으로 적응증별 가치를 평가·보상하는 방안인 ‘적응증별 약가제’ 효과성도 검토한다.

 

넷째로 품목별 약가 산정체계 하에서는 연구개발 등을 통한 혁신적 가치창출 기여도 높은 기업에 대한 보상 상대적 부족하다는 의견을 수용해 혁신형 제약기업 대상 정책적 우대 강화를 추진한다.

 

제네릭 최초 등재 시의 가산기간 확대와 계단식 인하 시 인하율을 우대하고, 혁신형 제약기업 약제가 사용량-약가 적용에 따른 약가 조정 시 인하율 감면 비율도 ‘30%→50%’로 상향할 계획이다. 혁신형 제약기업이 아닌 기업도 R&D 적극 투자 시 약가 가산 부여할 방침이다.

 

보건복지부는 “연구개발(R&D)에 적극 투자한 기업(혁신형 제약기업 등)을 대상으로 한 보상 체계는 혁신 창출 노력 정도에 비례해 보상하도록 정교화해 내년 하반기부터 본격 적용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이러한 ‘신약개발 생태계 조성’ 방안에 대해 제약업계 일각에서는 실효성이 떨어져 보이며, 외국 제약사가 국내 제약사보다 혜택을 볼 수 있다는 우려와 제약산업에 규제를 완화하는 것이 아닌 강화하겠다는 내용으로 보여진다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신약개발 등 R&D를 지원하는 형태의 약가 제도로 보기에는 명확한 아젠다나 내용을 찾아볼 수 없으며, 오히려 국내 제약사에게는 불리한 제도 변화라고 평가했다.

 

그 이유는 국내 제도·환경 등을 감안하면 미래에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단기적으로는 외국계 제약사에서 가지고 들어오는 신약들에게 혜택이 많이 부과되는 형태의 제도이기 때문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제도적으로는 신약을 개발하는 기업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형태인데, 신약 개발을 통해 이 제도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국내 제약들은 현재 거의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 신약을 개발 중인 국내 제약사도 실질적으로 제도의 혜택을 보려면 내년부터 제도가 도입된다는 가정 하에 최소 5년은 지나야 나올 것 같다”고 덧붙였다.

 

또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약가유연계약제’도 외국 제약사를 위한 제도로 비쳐진다는 견해를 내비쳤다.

 

약가환급제 적용 대상이 ‘항암제·희귀질환 치료제’ 중심에서 ▲등재 신약 ▲특허 만료된 기등재 오리지널 ▲위험분담 환급 종료 신약 ▲바이오시밀러 등으로 확대하는 움직임은 외국 제약사 시선에서 우리나라 약가가 너무 낮다는 문제점과 미국 MFN(미국 정부가 의약품 가격을 OECD 국가 중 가장 낮은 수준으로 맞추는 정책) 및 미국 의약품 관세 정책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마련된 정책인 것 같다는 것이다.

 

더불어 제약업계 관계자는 국내 제약산업을 신약 개발 중심으로 육성하려면 약가 제도 개선 외에도 신약 개발로 유도할 수 있는 다른 제도적인 혜택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현재는 신약을 개발하는 제약사들에게 약가 이외에는 제도적인 혜택이 없으며, 약가도 제네릭 중심이 아닌 신약 개발 중심으로 나아가기에는 이번 약가 제도 개편안을 포함해 충분한 보상이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어 “혁신형 제약기업의 약제인 경우 사용량-약가 적용에 따른 약가 조정 시 인하율 감면 비율을 ‘30%→50%’로 상향하겠다는 내용이 있는데, 제약사 입장에서는 실효성이 낮아보이는 정책으로 면제가 이루어져야 실효성을 체감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여재천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패밀리 기업 ‘K-Club Associaion’ 사무국장(한국신약개발연구조합 연구회 고문)은 ‘신속등재-後평가·조정 트랙’ 마련과 보상체계를 혁신 창출 노력에 비례해 보상하도록 정교화하겠다는 내용 중 ‘정교화’ 표현은 ‘Positive(허용된 것만 가능)’ 강화하겠다는 의미로 보여질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세계에서 제일 까다로운 등재 제도를 갖고 있는 나라가 우리나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우리나라 약가 등재 제도는 계속 강화돼 왔다”면서 “국내 제약산업 발전을 위해 ‘positive’가 아니라 ‘Negative(금지된 것만 금지)’ 정책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 청년일보=김민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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