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환율이 해외투자 탓(?)...금융당국 현장점검 착수 배경에 '의구심'

등록 2025.12.05 08:00:05 수정 2025.12.05 08:00:17
신정아 기자 jashin2024@youthdaily.co.kr

금융감독원, 한국·NH투자증권 현장점검 착수
이창용 “환율 상승은 내국인들 해외투자 때문”
해외 투자 마케팅 자제 권고도…”부당한 개입”

 

【 청년일보 】 금융당국에서 증권사들이 운영하는 해외 투자 부문을 대상으로 현장 점검에 나섰다. 금융감독원에선 이번 점검이 소비자 보호를 위한 조치라고 밝힌 한편, 금융권 일각에선 이에 대해 고공 행진을 이어가는 원·달러 환율을 잡으려는 의도란 해석이 나온다.

 

최근 외환 당국이 환율 상승의 요인으로서 해외 투자를 지목한 가운데 이에 동의하기 어렵단 의견과 함께 시기적으로 이와 맞물린 금융당국의 행보가 이례적이라는 입장이 나온다.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지난 3일부터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을 시작으로 증권사들의 해외 투자 부문을 중점으로 현장 점검을 진행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고위 관계자는 "이번 현장 점검은 소비자 보호를 위한 조치"라며 "해외 투자와 관련한 과도한 마케팅 및 이로 인해 야기될 수 있는 불완전 판매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시기를 감안할 때 금융권 일각에선 이같은 금융감독원의 행보가 환율 안정을 의도로 한 것이란 의견이 나온다.

 

기획재정부는 지난달 30일 한국은행 및 국민연금, 보건복지부, 산업통상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 유관 기관과 외환시장 여건을 점검했다. 원·달러 환율이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인식되는 1천500원에 근접하자 긴급 회의를 개최한 것이다.

 

금융감독원은 이 자리에서 내년 1월까지 국내 증권사들의 해외주식 영업 행태를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앞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원·달러 환율 상승의 배경으로 서학개미를 지목한 바 있다.

 

그는 지난달 27일 기자간담회에서 “(환율이) 1천500원을 넘는다면 이는 한미 금리차나 외국인 때문이 아니고 단지 내국인들의 해외주식 투자가 많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금융투자업계 일각에서는 원·달러 환율 상승의 요인으로 해외 투자가 지목된 점이 다소 유감스럽다는 의견이 나온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에서 해외 투자 부문을 점검하기 위해 현장 점검에 나선 건 이례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증권업계 관계자는 “해외 투자가 환율 상승의 주된 요인인지는 다시 생각해 볼 문제”라며 “장이 열릴 때 갑자기 환율이 급등하는 현상은 있지만 환율이 지속적으로 고점에 머무는 본질적인 이유라고 보긴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금융당국에서 일부 증권사를 대상으로 해외 투자 마케팅을 자제하라는 권고를 내린 것에 대해서도 원·달러 환율 잡기의 일환이라는 추측도 제기된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에서 증권사들에 해외 투자 이벤트를 가급적 자제하라는 비공식적인 주문을 내린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해외 투자 이벤트까지 규제하는 건 다소 과도한 측면이 있는 것 같다”며 “이벤트 등 마케팅 활동은 기업의 정상적인 영업 형태란 점에서 불법적인 행태가 의심되는 상황이 아닌 한 금융당국의 관여를 받을 사항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다만 금융감독원은 오는 15일 도입되는 투자자 보호 조치를 앞두고 과도한 마케팅을 진행한 증권사에 한해 해외 투자 마케팅 자제 권고를 내렸다고 설명했다. 일반적인 해외 투자 이벤트에 대해선 자제 권고 등을 언급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금융감독원 고위 관계자는 "최근 한 증권사에서 개인에게 300만원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마케팅을 하거나 환전 수수료에 대해 충분히 고지하지 않는 등 문제가 발생해 지나친 마케팅을 자제하라는 권고를 내렸다"며 "앞으로도 마케팅 수준이 지나치다고 판단될 경우 자제를 권고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한편 금융투자업계에선 설령 금융당국에서 원·달러 환율을 관리하기 위해 해외투자 규제를 하더라도 효과는 미미하리란 관측도 제기된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해외 투자를 규제한다고 해서 서학개미의 투자가 줄어들 것 같진 않다”며 “포트폴리오를 해외 투자로만 꾸리는 투자자들도 있고, 본질적으로 투자는 개인의 선택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증권업계 관계자는 “실제 해외 투자가 줄어든다고 해도 환율에 크게 영향은 없을 것 같다”며 “정부에서 수익률 등 비가역적인 투자 결과에 책임지지 못하는 상황에서 환율을 내린다는 명목으로 해외 투자를 억제하는 건 자본주의 시스템에 부합하지 않는 측면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 청년일보=신정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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