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우리나라가 기업하기에 좋은 환경은 아니다"
최근 만난 재계 관계자의 말이다. 반도체와 이차전지 등 첨단 산업을 둘러싼 글로벌 패권 경쟁이 격화되는 와중에, 정작 우리 기업들은 내부의 거대한 규제 벽과 정부의 시장 개입이라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는 토로였다.
실제 한국의 기업 환경은 주요 국가와 비교에 꽤나 차이가 있다. 구체적으로 첨단 기술 등 신사업 추진 시 기존 법규와의 충돌이나 인허가 지연으로 경쟁력을 잃고 있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정권 교체 때마다 널뛰는 정책 변동성은 기업들로 하여금 장기 투자 계획 수립을 어렵게 만든다.
세계 최고 수준인 조세도 부담이다. 한국의 상속세 최고 실효세율(최대주주 할증 과세 포함)은 무려 60%에 달한다. 일본(55%), 프랑스(45%), 미국(40%) 등 주요 선진국을 상회한다. 법인세 최고세율 역시 지방세를 포함하면 27.5%나 된다.
최근에는 정부의 시장 개입까지 가세했다. 중동 분쟁 장기화로 원자재 가격이 요동치자 정부는 민생 안정을 명분으로 가격 통제 카드를 꺼내 들었다.
석유 최고 가격제가 대표적이다. 국제 유가는 치솟는데 판매가는 묶여 있으니, 비싼 값에 원유를 사온 정유사와 유통사는 팔면 팔수록 손해를 보는 상황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나아가 물가 특별관리 품목 확대와 전기요금 동결 등 정부는 시장 개입을 늘리고 있다.
또 노동 환경의 불확실성까지 확대되며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이달 10일 시행된 노조법 2·3조 개정안(노란봉투법)이 대표적이다. 시행 열흘도 안 돼 683개 하청 노조가 287곳의 원청 사업장에 교섭을 요구하고 나선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상황에서 글로벌 시장은 '보호무역'이 강해지고 있다. 미국, 유럽 등 주요국들은 강력한 압박과 동시에 세제 혜택, 패스트트랙 등 '당근'을 흔들며 우리 기업들을 유혹한다.
반면 국내 경영 환경은 갈수록 척박해지고 있다. 밖에서는 혜택이 기다리는데, 안에서는 규제와 비용 부담만 커지니 기업들이 밖으로 눈을 돌리는 '산업공동화' 우려는 당연한 수순이다. 정책 당국의 입맛에 맞춰주고 실리를 챙기는 것이 기업 입장에선 합리적인 선택이 되어버린 셈이다.
이런 와중에도 정부와 노조는 기업에 요구하는 보따리만 풀고 있다. 정부는 위기 때마다 기업에게 '사회적 책임'과 '상생'을 명분으로 많은 것을 요구한다. 노조 역시 노동인권과 복지 향상을 명분으로 끊임없이 요구를 쏟아낸다.
하지만 기업은 이윤을 추구하는 집단이지, 주인공이 요구하면 무엇이든 꺼내 주는 만화 속 캐릭터가 아니다. 이익이 나고 곳간이 차야 상생도, 복지도 가능하다. 대외 불확실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는 시기인 만큼 기업의 짐을 덜어주기 위한 고민이 필요하다.
【 청년일보=신영욱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