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집값·환율 상승, 유동성 탓만으론 설명 부족"

등록 2025.12.16 13:45:48 수정 2025.12.16 13:45:48
조성현 기자 j7001q0821@youthdaily.co.kr

"9~11월 환율 상승 3분의 2는 외환 수급 영향"
수도권 잡값, 공급 우려·똘똘한 한 채 선호 요인

 

【 청년일보 】 한국은행(한은)이 최근 수도권 집값과 원·달러 환율 상승을 유동성 증가로만 설명하는 시각에 대해 정면으로 반박했다. 환율은 외환 수급 요인이, 집값은 지역별 수요 쏠림과 공급 불안이 각각 더 큰 영향을 미쳤다는 판단이다.

 

한은은 16일 공개한 블로그 글에서 "최근 자산 가격과 환율 상승에는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어 이를 유동성 증가 하나로 해석하는 것은 무리"라며 "통화량에만 과도하게 초점을 맞추는 접근은 현 통화정책 체계와도 맞지 않는다"고 밝혔다.

 

실제로 최근 통화량은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9월과 10월 광의통화(M2)는 각각 전년 대비 8.5%, 8.7% 늘었고, 금융기관 유동성(Lf)과 광의 유동성(L)도 7%대 증가율을 기록했다. 한은은 기준금리 인하 효과가 시차를 두고 반영된 데다 경상수지 흑자 확대에 따른 해외 유동성 유입, 재정 지출 확대에 따른 국채 발행 증가가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다만 한은은 이번 유동성 증가가 이례적 수준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과거 금리 인하기와 비교하면 2014년이나 2019년보다 증가폭이 낮고, 미국과 비교해도 과도한 수준은 아니라는 평가다. 특히 최근 M2 증가는 기존에 통계 범위 밖에 있던 자금이 ETF 등 수익증권으로 이동한 '구성 변화'의 영향이 크다고 덧붙였다.

 

환율과 관련해서는 외환 수급 요인을 핵심 배경으로 지목했다. 올해 1~10월 거주자의 해외 증권 투자가 1천171억달러로 사상 최대를 기록하며 경상수지 흑자 규모를 크게 웃돌았고, 수출 기업들이 달러를 원화로 환전하지 않는 경향도 환율 상승 압력을 키웠다는 것이다. 한은은 실증 분석 결과, 9~11월 원·달러 환율 상승분(약 65원) 가운데 3분의 2가량이 국내 수급 요인에 기인한다고 밝혔다.

 

수도권 집값 상승 역시 유동성보다는 구조적 요인이 크다고 판단했다. 공급 부족 우려와 함께 '똘똘한 한 채' 선호가 강남 3구 등 핵심 지역으로 수요를 집중시키며 가격 상승 기대를 키웠다는 분석이다. 현금 거래 비중이 높아진 점도 신규 유동성 유입보다는 과거에 축적된 자금이 수익을 찾아 이동한 결과로 해석했다.

 

한은은 "자산 가격과 환율 상승의 원인을 유동성 증가로 단순화하면 정책 대응의 본질을 흐릴 수 있다"며 "시중 자금이 생산적인 부문으로 유입되도록 자본시장 제도 개선과 투자자 신뢰 제고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 청년일보=조성현 기자 】




저작권자 © 청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당산로35길 4-8, 5층(당산동4가, 청년일보빌딩) 대표전화 : 02-2068-8800 l 팩스 : 02-2068-8778 l 법인명 : (주)팩트미디어(청년일보) l 제호 : 청년일보 l 등록번호 : 서울 아 04706 l 등록일 : 2014-06-24 l 발행일 : 2014-06-24 | 회장 : 김희태 | 고문 : 고준호ㆍ오훈택ㆍ고봉중 | 편집·발행인 : 김양규 청년일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Copyright © 2019 청년일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admin@youth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