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식량·에너지 위기와 탄소중립, 바이오 안보라는 복합 과제가 겹치면서 합성생물학이 차세대 핵심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생명체를 공학적으로 설계해 기존 바이오 기술의 한계를 넘겠다는 접근법이다.
3일 바이오 업계와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에 따르면, 합성생물학은 유전자와 단백질 등 생물 구성 요소를 설계·제작해 원하는 기능을 구현하는 기술이다. 단순한 유전자 조작을 넘어 대량 생산과 고속 제조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산업적 활용도가 크다는 평가다.
핵심 기술로는 유전자 편집·합성, 유도진화, 대사공학, 바이오파운드리 등이 꼽힌다. 유도진화는 인위적으로 돌연변이를 유도해 특정 기능을 강화한 유전자를 선별하는 방식이며, 대사공학은 생물체의 대사 경로를 조작해 고부가가치 물질을 생산하는 기술이다. 바이오파운드리는 여기에 인공지능(AI)과 자동화 기술을 결합해 설계부터 제작·검증까지 전 과정을 자동화하는 인프라를 뜻한다.
합성생물학의 상용화 사례로 가장 잘 알려진 분야는 대체육이다. 유전자 조작 미생물로 생산한 '헴(heme)' 성분을 활용하면 실제 고기와 유사한 맛과 향을 구현할 수 있다. 미국 임파서블푸드는 이 기술을 기반으로 식물성 버거를 상용화했다. 농업 분야에서는 질소 고정 미생물을 활용한 피벗 바이오의 옥수수 비료 '프루븐(ProveN)'이 대표 사례다.
의약 분야에서도 활용 범위는 빠르게 넓어지고 있다. 키메라 항원 수용체 T세포(CAR-T) 치료제 '킴리아주', 당뇨병 치료제 '시타글립틴' 역시 합성생물학 기술을 바탕으로 개발된 의약품이다.
국내에서도 관련 기업들의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LG화학, CJ제일제당, 롯데케미칼을 비롯해 바이오니아, 셀레믹스, 툴젠, 큐로셀, 앱클론, 진코어 등이 합성생물학 기반 제품과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다. LG화학은 미생물 발효 기반 생분해성 바이오 플라스틱 생산 시설에 투자하는 한편, 최근에는 해외 기업과 협력해 피부 노화 관련 핵심 소재 연구를 진행 중이다. 앱클론은 미국 펜실베이니아대와 공동 개발한 CAR-T 치료제의 국내 임상 2상을 진행하고 있다.
다만 국내 합성생물학 산업은 아직 초기 단계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KISTEP은 정부 차원의 정책적·제도적 틀은 마련됐지만, 기술 성숙도는 연구개발(R&D) 중심에 머물러 있고 산업화 전략은 구체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반면 미국과 중국, 영국 등 주요국은 합성생물학을 차세대 국가 성장 동력으로 설정하고 대규모 투자와 정책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기술 주도권 확보를 위한 국가 전략 경쟁이 본격화하는 양상이다.
KISTEP은 한국 역시 기술 범위 확장과 AI 융합, 바이오파운드리 등 인프라 확충, 전문 인력 양성까지 포함한 전방위적 전략 보완이 시급하다고 조언했다. 합성생물학이 미래 산업의 핵심 축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는 이러한 정책·투자 속도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다.
【 청년일보=조성현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