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지 재선정"...의왕시, 왕송호수 소각장 불신에 "원점 재검토"

등록 2026.01.19 08:00:05 수정 2026.01.19 08:00:16
김재두 기자 suptrx@youthdaily.co.kr

비대위 “사전 고지 없는 밀실 행정·부실 환경평가” 지적
시 “상반기 중 제3의 대안 마련해 국토부와 협의할 것”

 

【 청년일보 】 국토교통부가 승인 고시했던 의왕·군포·안산 공공주택지구 내 자원회수시설(소각장) 설치 계획이 주민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결국 원점에서 재검토된다.

 

이번 논란은 혐오 시설을 무조건 거부하는 단순한 지역이기주의(님비·NIMBY)를 넘어, 공공사업 추진 과정에서의 투명성과 절차적 정당성을 요구하는 시민들의 ‘방어권 행사’라는 성격이 짙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실제 주민들은 시설 자체에 대한 무조건적인 반대보다는 객관적인 ‘제3기관 검증’과 ‘투명한 입지 재선정’을 요구하고 있다.

 

의왕시는 지난 15일, 최근 논란이 된 소각장 설치 계획을 전면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을 공식 밝혔다. 이는 전날 열린 주민설명회에서 쏟아진 주민들의 성토와 ‘왕송호수 소각장 설치 반대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제시한 압도적인 반대 여론조사 결과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의왕시는 이날 부곡동 주민센터에서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함께 개최한 주민설명회 다음날 곧바로 소각장 설치 계획을 원점에서 다시 논의하겠다고 발표했다.

 

시는 올 상반기 중으로 소각장 설치 관련 타당성 용역을 새롭게 추진하고, 주민 대표와 전문가, 시의원 등이 참여하는 ‘입지선정위원회’를 구성해 최종 입지를 결정할 계획이다.

 

설명회 당시 주민들은 소각 시설 자체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왕송호수 인근이라는 입지의 부적절성과 사전 소통 부재를 강력히 비판했다.

 

한 주민은 "분양계약 체결 당시엔 하수처리장 확대나 소각장에 대해서는 사전 안내도 없더니, 기습적으로 소각장을 설치한다고 발표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의왕시 관계자는 “시에서 합리적인 다른 입지 등 대안을 제시하면 국토부 계획을 변경하는 것은 가능하다”며 “주민들이 제기한 우려와 의견이 향후 사업 추진 과정에 최대한 반영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국토부는 지난해 12월 31일 공공주택지구계획을 승인하며 의왕시 월암동과 안산시 건건동 일원에 소각장 설치를 발표한 바 있다.

 

 

이번 의왕시의 전격적인 재검토 결정 배경에는 비대위가 주도한 지역 여론조사 결과가 자리하고 있다.

 

비대위가 지난 1월 9일부터 13일까지 5일간 지역 주민 및 예비 입주민 1천91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긴급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95%인 1천818명이 공식 발표 이전까지 해당 사업에 대해 “전혀 듣지 못했다”고 응답했다.

 

시청이나 관련 기관으로부터 상세한 설명을 들었다는 응답은 0.4%(7명)에 불과해, 주민들은 이번 사업이 철저히 주민을 배제한 채 진행되었다고 인식하고 있다.

 

비대위 관계자는 “주민 95%가 모르는 사이에 밀실에서 결정된 계획은 절차적 정당성을 상실한 무효”라며 “국토부와 LH가 공공사업의 핵심인 주민 수용성 확보를 방기했다”고 지적했다.


주민들의 불신을 키운 또 다른 핵심 원인은 환경영향평가서의 부실 작성 논란이다. 비대위 분석 자료에 따르면, 당초 평가서 본안 현지조사에서는 왕송호수 일대에서 큰기러기, 큰고니 등 법정보호종 8종이 확인된 것으로 명시되었다. 그러나 이후 작성된 보완 보고서에서는 동일한 장소임에도 법정보호종이 없다고 기술되어 있어, 조사 범위 축소나 자의적 해석 의혹이 제기되었다.

 

특히 소각장 공사가 생태계에 미칠 영향에 대해 평가서는 “서식지에 인위적인 교란이 발생할 경우 주변 유사 서식지로 이동 및 회피할 것으로 예상됨”이라는 식의 안일한 예측을 내놓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주민 100%(1천910명)는 저감 대책이 “매우 부적절하다”고 응답했으며, 전체 응답자의 99%(1천895명)가 환경영향평가 결과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답했다.

 

주민들은 이번 재검토 결정이 단순한 미봉책에 그쳐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설문 결과 주민들이 가장 우려하는 점은 ‘주민 건강 및 환경 위험’(39%)과 ‘왕송호수 생태계 파괴’(34%)인 것으로 나타났다.

 

비대위는 관계자 “기존 용역사의 보완이 아닌, 제3의 전문기관을 통한 검증과 투명한 정보 공개가 필수적”이라며 “주민과 전문가가 실질적으로 참여하는 논의 구조 없이는 어떤 결론도 신뢰를 얻기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 청년일보=김재두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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