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최근 대법원이 삼성전자의 '목표 인센티브(PI)'를 퇴직금 산정 기준인 평균임금에 포함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놓으면서 산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이번 판결로 기업들의 퇴직금 부담 증가가 예상되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인건비 급증에 따라 자칫 기업들이 신규 채용을 줄이는 등 고용 시장 전반에 거센 후폭풍이 불어닥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대법원 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삼성전자 퇴직자 15명이 사측을 상대로 낸 퇴직금 청구 소송에서 하급심의 판단을 뒤집고 원고 승소 취지로 사건을 수원고법에 돌려보냈다. 이번 소송을 제기했던 삼성전자 퇴직자들은 사측이 목표 인센티브와 성과 인센티브, 즉 경영성과급을 제외한 평균임금을 기초로 퇴직금을 지급했다며 지난 2019년 6월 미지급분을 달라고 소송을 제기했다.
평균임금은 퇴직 전 3개월간 받은 임금 총액을 해당 기간의 총일수로 나눈 금액이다. 현행법상 사용자는 근속 1년당 30일분 이상의 평균임금을 퇴직금으로 지급해야 한다. 평균임금의 범위가 넓어질수록 기업이 치러야 할 퇴직금 규모도 커지는 구조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평균임금에 포함되는 임금은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근로의 대가로, 계속·정기적으로 지급되고 근로계약 등에 따라 사용자에게 지급 의무가 있는 금품을 가리킨다. 여기서 어떤 금품이 근로의 대가로 지급된 것이냐를 판단할 때는 금품 지급 의무 발생이 '근로 제공과 직접적으로 관련되거나 밀접하게 관련된 것으로 볼 수 있는지'가 쟁점이다.
대법원은 이런 법리를 재확인하면서 삼성전자의 목표 인센티브는 근로의 대가로 평균임금에 포함돼야 한다고 봤다. 대법원은 "목표 인센티브의 상여기초금액은 근로자별 기준급을 바탕으로 사전에 확정된 산식에 의해 설정되므로 그 지급 규모가 사전에 어느 정도 확정된 고정적 금원"이라며 근로와의 밀접한 관련성을 인정했다.
또한 "목표 인센티브는 취업규칙에 지급기준이 미리 정해져 있고, 그 지급기준에 따라 계속적·정기적으로 지급됐으므로 피고에게 지급 의무가 지워져 있다"면서 "지급 의무 발생이 근로 제공과 직접적으로 관련되거나 그것과 밀접하게 관련된 것이므로 근로의 대가인 임금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반면 성과 인센티브는 평균임금 산정의 기초가 되는 임금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성과 인센티브는 사업부별 경제적 부가가치(EVA, 평가세후이익-자기자본비용)의 20%를 재원으로 삼아 지급기준에 따라 근로자들에게 나눠주는 돈이다.
대법원은 "EVA의 발생 여부와 규모는 근로자들의 근로 제공 외에도 자기자본 또는 타인자본의 규모, 지출 비용의 규모, 시장 상황, 경영 판단 등 다른 요인들이 합쳐진 결과물"이라고 설명했다. 성과 인센티브는 연봉의 0∼50%까지 큰 폭으로 변동할 수 있고 실제로도 크게 변동한다.
성과 인센티브까지 임금으로 분류되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피했지만, 산업계 안팎에선 목표 인센티브 반영만으로도 기업들이 감당해야 할 퇴직금 추가 지출은 상당한 수준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다. 지급 기준과 재원이 명확한 목표 인센티브가 평균임금에 산입될 경우, 퇴직 직전 고액의 성과급을 수령한 직원의 퇴직금은 수천만 원에서 많게는 억 단위까지 천문학적 수준으로 급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판결로 재계 일각에선 인건비 리스크에 직면한 향후 기업들이 보수적인 경영으로 선회하면서, 그 여파는 고용 시장 전반으로 번질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성과급이라는 유연한 보상 체계가 경직된 고정 비용으로 굳어짐에 따라 기업들이 가장 먼저 '채용 축소'라는 방어 기제를 작동시킬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인건비 비중이 지나치게 높아지면 기업들은 신규 채용 문을 좁힐 수밖에 없다"면서 "이러한 재무적 타격은 연구개발(R&D) 등 기업의 미래 성장 동력을 저해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퇴직금 산정 범위 확대가 기업의 '기초 체력'을 갉아먹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법조계 관계자는 "기업은 재무제표에 엄청난 규모의 자산을 추가로 적립해야 한다"면서 "이 돈은 실제 퇴직 시점까지 묶여버리는 자산이기에 기업의 실질적인 가용 자산이 사라지고, 결과적으로 미래를 위한 투자 금액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청년일보=이창현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