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대통령 '설탕세' 언급에...식음료업계, 가격 인상 우려에 '안절부절'

등록 2026.02.05 08:00:02 수정 2026.02.05 08:00:18
권하영 기자 gwon27@youthdaily.co.kr

李 대통령 공개 언급에 법안 발의까지...'설탕세' 논의 급물살
건강 증진 명분 속 물가 자극 가능성…식음료업계 우려 확산
해외 주요국, '설탕세' 도입 사례…국내 도입시 효과 '미지수'
"소비자가 인상 인한 부담 가중"…"산업 전반 악영향 끼칠 것"

 

【 청년일보 】 이재명 대통령이 '설탕 부담금' 도입 필요성을 공개 언급한 데 이어, 국회에서도 가당 음료에 별도 부담금을 부과하는 법안이 발의되면서 이른바 '설탕세'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당류 섭취 억제를 통한 국민 건강 증진이 명분이지만, 식음료업계 일각에서는 소비자가 인상과 이로 인한 소비 위축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5일 정부 등에 따르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간사인 이수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의원은 지난 3일 가당 음료를 제조하거나 가공, 수입하는 경우 '설탕부담금'을 부과하는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앞서 이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담배처럼 설탕 부담금을 도입해 설탕 사용을 억제하고, 이를 지역·공공의료 강화에 재투자하자"고 제안한 바 있다.


현행 국민건강증진법에 따라 궐련형 담배에는 20개비당 841원의 국민건강증진부담금이 부과되며, 니코틴 용액을 사용하는 전자담배에는 1㎖당 525원이 매겨진다. 이렇게 조성된 재원은 금연 교육과 광고, 흡연 피해 예방 및 피해자 지원, 보건교육 자료 개발, 보건의료 관련 조사·연구 등에 활용되고 있다.


당류 과잉 섭취가 비만과 당뇨병 등 질환 위험을 높인다는 점에서, 음료와 식품에 별도의 부담금을 매겨 소비를 줄이자는 주장은 그동안 보건의료계를 중심으로 꾸준히 제기돼 왔다.


해외에서는 이미 설탕세가 제도화된 사례도 적지 않다. 노르웨이(1981년), 사모아(1984년), 피지(2006년), 핀란드·헝가리(2011년), 프랑스(2012년), 멕시코·칠레(2014년) 등이 이미 설탕세를 도입했다.


이후 2016년 10월 세계보건기구(WHO)가 각국에 20% 세율의 설탕세 도입을 권고한 뒤 아랍에미리트·태국(2017년), 필리핀·영국·아일랜드(2018년) 등으로 도입이 확산했다.


국내에서도 입법 시도가 있었다.

 

2021년 강병원 민주당 의원은 당류가 첨가된 음료를 제조·가공·수입하는 업자에게 '가당음료부담금'을 부과하는 내용의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바 있다. 당시 발의된 개정안에는 당 함량에 따라 100ℓ당 최소 1천원에서 최대 2만8천원의 부담금을 부과하는 기준이 담겼다.

 

예를 들어 코카콜라 기본 제품에는 100㎖당 약 11g의 당류가 들어 있다. 앞서 발의됐던 개정안 기준을 적용하면 시중에서 4천원 안팎에 판매되는 1.8ℓ 제품에 약 198원의 부담금이 붙을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식음료업계 일각에서는 설탕세 도입이 물가와 산업 전반에 미칠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설탕세가 도입되면 가공식품과 음료 등 제품 가격에 결국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며 "물가 부담을 고려해 기업들이 가격 인상을 최대한 자제하겠지만, 수익성 악화가 지속될 경우 시기의 문제일 뿐 가격 인상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 같은 가격 인상은 특히 저소득층 소비자에게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업계는 비용 부담이 산업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점도 지적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설탕을 폭넓게 사용하는 식품기업들의 원가 부담이 커지고, 가격 인상으로 소비가 위축될 경우 매출과 수익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며 "중장기적으로는 관련 산업 성장 둔화, 경영 여건 악화, 고용 감소 등 부정적 도미노 현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가격 부담이 커질수록 소비자들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다른 당류 제품이나 검증되지 않은 원자재가 사용된 제품을 찾는 일종의 '풍선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제도 접근 방식에 대한 의견도 제시됐다.

 

이 관계자는 "현재 업계는 '헬시플레저' 트렌드에 맞춰 제로슈거·저당 제품을 확대하며 소비자 선택권을 넓히고 있다"며 "세금 부과 방식보다는 업계의 자율적이고 점진적인 개선 노력과 소비자 인식 변화가 병행되는 것이 바람직하며, 실제로 시장에서도 이런 변화가 지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설탕세를 담배세와 동일선상에서 비교하는 데 대한 신중론도 나왔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과거 담뱃값 인상 사례를 보면 가격 인상만으로 장기적인 흡연율 저하를 이끌어내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며 "금연구역 확대, 금연 캠페인, 건강을 중시하는 사회적 인식 변화 등이 함께 작용했을 때 효과가 나타났다"고 말했다.


해외 사례를 언급하며 제도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했다.

 

한 업계 종사자는 "미국 필라델피아는 설탕세 도입 이후 관내 판매량은 감소했지만 소비자들이 인근 비과세 지역에서 구매하는 이른바 '원정 쇼핑'이 늘어 실제 식습관 변화에는 큰 영향이 없었다는 연구도 있다"며 "덴마크 역시 고열량 식품에 세금을 부과했다가 원정 쇼핑 증가와 자국 식품 산업 위축 등의 부작용으로 1년 만에 폐지한 바 있다"고 전했다.


이어 "설탕세를 도입하지 않은 호주의 경우에도 설탕 함유 식품 판매량은 줄었지만 성인 비만율은 오히려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비만 문제는 설탕뿐 아니라 운동 부족, 생활습관 등 복합적 요인이 작용하는 만큼 보다 종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설탕세 도입이 제조 단계에서 일정 부분 비용 증가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면서도, 실제 부담 수준은 제도 설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설탕세가 도입될 경우 제조 과정에서 비용 상승 요인이 발생할 수는 있다"면서도 "다만 과세 방식과 세율, 적용 범위 등에 따라 영향 범위가 달라질 수 있어 특정 주체의 부담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해외 사례를 보면 제도 도입 이후 소비 행태 변화나 건강 개선 효과에 대해 다양한 평가가 존재한다"며 "국내 역시 이미 저당·대체당 제품이 확대되는 시장 환경이 형성된 만큼 이런 변화까지 함께 고려해 논의가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제로 제품군 수요 이동 가능성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전망이 이어졌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수요가 특정 제품군으로 이동할지 여부는 당장 예측하기 어렵지만, 전반적으로 선호가 늘어날 가능성은 있다"며 "이미 저당·제로슈거 트렌드에 맞춰 신제품을 확대해 온 상황이라 설탕세가 어느 정도 기폭제로 작용할지는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 청년일보=권하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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