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퇴직연금 제도가 도입 20여년 만에 구조적 개편의 전기를 맞았다. 앞으로 모든 사업장에 퇴직연금 도입이 단계적으로 의무화되고, 수익률 제고를 위한 방안으로 '기금형 퇴직연금'이 본격 도입된다.
고용노동부는 6일 서울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퇴직연금 기능 강화를 위한 노사정 TF'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공동선언문을 발표했다고 밝혔다. 이번 선언은 2005년 퇴직연금 제도 도입 이후 처음으로 제도의 구조적 개선 방향에 대해 노사가 공식 합의한 사회적 선언이다.
노사정은 퇴직연금이 근로자의 노후소득 보장이라는 본래 목적을 충실히 수행하기 위해서는 퇴직급여 수급권 보호와 제도 선택권 확대가 필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 이에 따라 핵심 과제로 ▲퇴직연금 도입 의무화 ▲기금형 퇴직연금 활성화를 설정하고 기본 방향에 합의했다.
먼저 모든 사업장에 퇴직연금 도입, 즉 퇴직급여의 사외적립을 의무화하되 사업장 규모와 여건을 고려해 단계적으로 시행하기로 했다. 구체적인 적용 단계와 시기는 영세·중소기업 실태조사 이후 확정할 방침이다.
퇴직연금 제도는 2012년 이후 신설 사업장에 대해 도입이 의무화됐지만, 미도입 사업장에 대한 실질적인 제재 규정은 없어 도입률은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2024년 기준 퇴직연금 도입 사업장은 43만5천개로 전체의 26.5%에 불과하다. 300인 이상 사업장의 도입률이 92.1%에 달하는 반면, 5인 미만 사업장은 10.6%에 그쳤다.
노사정은 사외적립 의무화가 영세·중소기업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 공감하며, 정부의 재정·행정적 지원이 병행돼야 한다는 점도 선언문에 명시했다. 정부가 사외적립 이행 실태를 점검하고, 규약 작성 등 사용자 부담을 덜어줄 관리·지원 방안을 마련하는 데 뜻을 모았다.
기금형 퇴직연금과 관련해서는 기존 계약형 제도와의 공존을 전제로 병행 도입하는 데 합의했다. 기금형 퇴직연금은 특정 운영 주체가 사용자 납입 부담금을 모아 공동 기금을 조성·운용하는 방식으로, 규모의 경제를 통해 수익률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실제 근로복지공단이 중소기업 근로자를 대상으로 운영 중인 기금형 퇴직연금 '푸른씨앗'의 경우 3년여간 누적 수익률이 26.98%에 달했다. 반면 2005년 제도 도입 이후 국내 퇴직연금의 연평균 수익률은 2.07%에 그쳤다.
노사정은 하나의 사업장에서 계약형과 기금형을 동시에 도입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이 경우 근로자에게 다양한 선택권을 부여할 수 있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기금형은 확정기여형(DC형)에 우선 적용하고, 금융기관 개방형·연합형 기금 도입을 추진한다. '푸른씨앗'은 300인 이하 사업장까지 단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아울러 퇴직연금이 근로자의 노후자산이라는 점을 고려해, 기금형 퇴직연금을 운용하는 수탁법인은 오직 가입자의 이익을 위해 기금을 운용해야 한다는 '수탁자 책임'도 명문화했다. 이해상충 방지, 투명한 지배구조, 내부통제 강화와 함께 정부의 관리·감독 필요성도 강조했다.
이 밖에 1년 미만 근무 노동자 등 퇴직급여 사각지대 해소 방안은 노사정이 참여하는 사회적 협의체를 통해 추가 논의하기로 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이번 노사정 공동선언은 퇴직연금제도 도입 이후 20여년간 해결하지 못했던 핵심과제에 대해 노사정이 처음으로 사회적 합의에 이르렀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며 "역사와 시대를 바꾸는 의미있는 변화는 사회적 주체들의 대화와 공감, 그리고 상호 존중을 통해 가능하다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계기"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선언에는 근로자의 노후소득보장을 위한 노동계, 경영계의 염원이 담겨있다"며 "정부는 노사정이 합의한 사항들이 제도적으로 구현될 수 있도록 구체적 개선 방안을 조속히 마련하고 관련 법률 개정이 국회에서 원활히 논의, 처리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덧붙였다.
【 청년일보=조성현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