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간 밀가루 담합' 의혹…공정위, '가격 재결정' 명령 검토

등록 2026.02.20 13:55:35 수정 2026.02.20 13:55:35
조성현 기자 j7001q0821@youthdaily.co.kr

CJ제일제당·대한제분 등 7개사 전원회의 상정…관련 매출 5조8천억원 규모
평균 300일 소요되는 사건, 4개월 만에 종결…'전담 TF' 구성, '속도전' 전개

 

【 청년일보 】 국내 주요 제분업체들이 6년간 밀가루 가격과 물량을 담합한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의 전원회의 심판대에 오른다. 공정위는 위법성이 인정될 경우 과징금 부과는 물론, 20년 만에 '가격 재결정 명령'까지 내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공정위는 20일 공정거래위원회 전원회의에 CJ제일제당, 대한제분 등 7개 제분사를 상정했다고 밝혔다. 대상에는 대선제분, 사조동아원, 삼양사, 삼화제분, 한탑 등이 포함됐다.

 

이들 업체는 2019년 11월부터 2024년 10월까지 기업 간 거래(B2B) 시장에서 밀가루 판매 가격과 물량을 사전에 합의한 혐의를 받고 있다. 2024년 기준 이들 7개사의 국내 B2B 밀가루 시장 점유율은 약 88%에 달한다. 심사관이 산정한 관련 매출액은 5조8천억원 규모다.

 

공정위 심사관은 해당 행위가 공정거래법상 부당한 공동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고, 시정명령과 과징금 부과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를 전원회의에 제출했다. 특히 각사가 자율적으로 가격을 다시 정하도록 하는 '가격 재결정 명령'을 포함한 점이 주목된다.

 

가격 재결정 명령은 담합으로 왜곡된 가격을 시장에서 실질적으로 바로잡기 위한 조치다. 공정위가 이를 실제로 활용한 것은 2006년 밀가루 담합 사건이 마지막이다. 당시 8개 제분사에 435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가격 재결정 명령을 내렸으며, 이후 약 5%가량 가격 인하 효과가 있었던 것으로 공정위는 파악하고 있다.

 

이번에도 담합이 인정될 경우 관련 매출액의 최대 20% 범위에서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다. 다만 전원회의가 인정하는 매출 규모와 리니언시(자진신고 감면) 여부, 가중·감경 사유에 따라 최종 액수는 달라진다.

 

이번 사건은 지난해 10월 조사에 착수한 지 약 4개월 반 만에 심사보고서가 제출됐다. 통상 담합 사건 조사에 평균 300일가량이 소요되는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으로 빠른 속도다. 공정위는 담당 과장을 포함한 5명 규모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집중 조사했다고 설명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민생 침해 행위에 대한 엄정 대응을 주문한 가운데, 밀가루처럼 생활과 밀접한 품목의 담합 의혹에 신속 대응했다는 게 공정위의 설명이다.

 

또한 공정위는 이번 사건을 전원회의 심의 전 단계에서 공개 브리핑했다. 그간 심사보고서 제출 사실은 외부에 알리지 않는 것이 관행이었으나, 국민적 관심이 큰 사건의 경우 처리 과정을 선별적으로 공개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는 유럽연합(EU) 경쟁당국 사례 등을 참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형사 절차도 병행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은 2020년 1월부터 2025년 10월까지 가격 변동 시기와 폭을 합의한 혐의로 7개사 중 6개 법인과 임직원 14명을 이달 2일 기소했다. 검찰이 파악한 담합 규모는 약 5조9천913억원이다.

 

통상 공정거래법 위반 사건은 공정위 고발이 있어야 검찰 수사가 가능한 '전속고발제'가 적용된다. 그러나 이번 사건에서는 검찰이 먼저 고발을 요청했고, 공정위가 이에 응해 7개 법인과 임직원 14명을 고발했다.

 

최근 국무회의에서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공정위의 사건 처리 지연을 공개 비판하고, 이재명 대통령이 전속고발제의 타당성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양 기관 간 역할과 권한을 둘러싼 논쟁도 이어지고 있다.

 

밀가루는 제빵·제면 등 식품 전반의 원가에 직결되는 기초 원재료다. 이번 전원회의 결과에 따라 과징금 규모는 물론, 20년 만의 가격 재결정 명령이 다시 발동될지 여부가 향후 식품 물가 흐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 청년일보=조성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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