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시간 연장 “문제없다”는 KRX… 현장에선 ‘시스템 미비·업무 과부하’ 속앓이

등록 2026.03.26 08:00:04 수정 2026.03.26 08:00:13
신정아 기자 jashin2024@youthdaily.co.kr

프리·애프터마켓 9월 추진…증권업계 “원보드 시스템 구축 선행돼야”
‘T+1’ 결제 도입도 필요…”유관기관 전반 시스템 개편 필요한 사안”
IT 부담·노동시간 증가 ‘우려’…쓰리보드서 소비자 혼란 가중 전망도

 

【 청년일보 】 한국거래소의 주식 거래시간 연장 추진을 둘러싸고 속도전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프리마켓과 애프터마켓 도입이 올 9월로 추진되는 가운데 정작 시장 인프라와 제도 정비는 뒤따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증권업계 전반에서 제기된다.

 

당초 한국거래소는 주식 거래시간을 기존 6시간 30분에서 12시간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해왔다. 구체적으로는 오전 7시부터 7시 50분까지 프리마켓, 오후 4시부터 8시까지 애프터마켓을 도입하는 방식이다. 이후 단계적으로 거래시간을 확대해 내년 말까지 24시간 거래체계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실제 시장은 이같은 일정을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으로 파악된다. 증권사 실무 담당자들로부터는 관련 시스템의 미비 및 노동권 침해 등 문제에 대한 지적이 나오는 한편, 해당 사안과 관련한 이해관계자들의 의견 역시 한 곳으로 수렴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증권업계 일각에서는 내년 말을 기한으로 24시간 거래 체계를 추진하는 것이 다소 무리한 감이 없지 않으며 그 과정에서 소비자 혼란 또한 불가피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지난 21일 열린 ‘제17회 금융투자인 마라톤 대회’에서 주식 거래시간 연장안을 오는 9월 14일부터 차질 없이 시행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당초 거래소는 올 6월 29일부터 연장안을 시행할 계획이었으나 전산 개발 시간 등이 부족하다는 업계 의견을 수용해 시행일을 3개월가량 늦춘 바 있다.

 

연장안의 핵심은 기존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 30분까지인 정규장 외에 오전 7시부터 7시 50분까지의 ‘프리마켓’과 오후 4시부터 8시까지의 ‘애프터마켓’을 추가로 운영하는 것이다.

 

거래소는 이를 통해 글로벌 주요 거래소와의 경쟁 환경 변화에 대응하고 투자자의 거래 접근성을 높이면서 내년 12월 말까지 ‘24시간 거래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정 이사장은 시장 점유율 기준 90% 이상의 증권사가 참여 의사를 밝혔다며 시행에 걸림돌이 없음을 강조했다.

 

하지만 거래소의 장밋빛 전망과 달리 증권업계 실무 현장의 기류는 다소 냉랭하다. 증권업계 일각에서는 거래 시간 연장과 관련해 거래소가 수렴한 의견은 주로 증권사 사측 입장에 편중된 것이란 목소리가 나온다. 거래소가 증권사에 대한 감리 역할을 하는 만큼 증권사들로선 거래소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한국거래소에서 수렴했다고 하는 의견은 증권사 사측의 입장에 가깝다”며 “증권사 직원들은 여전히 거래 시간 연장에 반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특히 IT 부문에선 기술적 어려움으로 인해 거래 시간 연장을 올 9월 시행하는 안에 반대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20일 국회에서는 한국거래소의 주식시장 거래시간 연장 관련 이해관계자 간담회가 개최됐다. 이 자리에서 실무를 담당하는 증권사의 IT 부문 본부장들을 비롯해 증권업계 노동조합 관계자들은 올 9월에 프리 및 애프터마켓을 개장하는 안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현재 기술적인 측면에서 가장 큰 쟁점은 이른바 ‘쓰리보드(Three-board)’ 시스템이다. 이는 한국거래소에서 채택하는 방식으로, 프리마켓 주문이 정규장으로 이월되지 않는 구조다. 즉 투자자가 오전 7~8시경 프리마켓에 낸 주문이 체결되지 않은 채 정규장(오전 9시)이 시작되면 해당 주문은 자동으로 취소된다.

 

반면 대체거래소(ATS) 넥스트레이드는 ‘원보드(One-board)’ 시스템 방식을 운영하고 있다. 투자자가 프리마켓에 주문을 내면 정규장까지 그대로 이어지기 때문에 별도의 취소 주문 및 재주문을 할 필요가 없다.

 

한국거래소는 약 100억원을 투입해 원보드 시스템을 내년 말까지 개발할 계획이다. 이는 프리마켓 도입 시점보다 최소 1년 이상 늦다. 시장 통합 체계가 마련되기도 전에 거래시간 확대가 먼저 추진되는 셈이다.

 

증권업계는 한국거래소의 정규장 외 거래가 원활하게 이뤄지려면 대체거래소와 동일한 수준의 ‘원보드 시스템’ 개발이 선행돼야 하며 이를 위해 증권사들에게 충분한 시스템 구축 시간이 보장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동윤 KB증권 IT본부장은 대형 증권사를 대표해 “작년 넥스트레이드 오픈 이후 투자자들의 문의가 많이 접수됐다”며 “거래소가 거래시간을 연장하게 되면 투자자들의 혼란은 더욱 가중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ETF 유동성공급(LP) 등 일부 업무는 파생시장과 연계되는데 프리마켓과 거래시간이 맞지 않아 운영상의 부담이 있다”고 덧붙였다.

 

노진만 유진투자증권 IT본부장은 “프리·애프터마켓 거래 비중이 약 10% 수준까지 확대됐지만 미체결 주문을 정규장으로 넘길지 여부가 증권사마다 달라 투자자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며 “주문 처리 기준의 통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거래소의 거래시간 연장과 관련 증권사에 충분한 시스템 개발기간이 주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창욱 사무금융노조 증권업종본부장은 “대체거래소는 원보드 시스템, 거래소는 쓰리보드 시스템으로 프리시장이 정규시장으로 이연되지 않는 문제 탓에 투자자들에게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변수는 결제 및 시장 인프라다. 현재 국내 주식시장은 ‘T+2’(거래일 이후 2영업일 뒤 결제) 구조로 운영되고 있는 한편 글로벌 시장은 ‘T+1’(거래일 다음 영업일 결제)로 전환되는 추세다. 거래시간 확대와 글로벌 연계를 고려할 경우 결제주기 단축은 사실상 필수적인 과제로 꼽힌다. 그러나 앞서 금융투자협회를 중심으로 논의됐던 T+1 전환 태스크포스(TF)는 현재 중단된 상태며 관련 제도 정비는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증권업계 고위 관계자는 “글로벌 결제 시장에 발맞춰 결제 구조를 T+1로 바꿔야 하는 문제도 있는 상황”이라며 “이는 한국거래소 및 증권사뿐만 아니라 한국예탁결제원 등 모든 유관기관에서 시스템을 바꿔야 하는 사안인 만큼 이를 함께 고려하면 내년 말에 24시간 거래체계를 구축하는 건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간담회에서는 노동 환경 악화 역시 간과할 수 없는 문제로 지적됐다. 거래시간이 늘어나면서 ETF LP 업무 등을 담당하는 직원들은 오전 7시 개장에 맞춰 2시간 전인 새벽 5시에는 출근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증권사들은 이로 인해 주 52시간 근로제 준수가 어려울뿐만 아니라 인력 충원 및 시차출퇴근제 도입 등 추가적인 비용과 운영상의 부담이 초래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노진만 유진투자증권 IT본부장은 “ETF LP 매매를 위해 직원들은 2시간 전에 출근(6시전에 출근)해야하고 이를 위해 유진투자증권은 시차출 퇴근제와 인력 충원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소형 증권사들의 시름은 더욱 깊다. 유형석 다이와증권 IT부문장은 거래소가 자율 참여 방식을 택했다고는 하나 대형사가 점유율을 선점할 경우 준비가 미흡한 중소형사들도 생존을 위해 무리하게 경쟁에 뛰어들 수밖에 없는 치킨게임 양상이 나타날 것으로 우려했다.

 

아울러 다이와증권의 경우는 외국계 회사인 만큼 예산 및 인력 승인에 1년이 걸리는 것으로 알져졌다. 즉 9월에 거래시간을 연장하는 건 구조적으로 사실상 불가능한 시나리오로 짚인다.

 

이같이 거래시간 확대를 둘러싼 논쟁은 단순한 시간 연장의 문제라기보단 시장 구조 전반의 이슈로 확산되는 모습이다. 거래시간 확대의 속도보다 관련 제도 및 인프라 정비와의 선후 문제가 핵심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안영비 금융위원회 자본시장과 사무관은 “거래시간 연장은 인프라와 제도 전반이 함께 바뀌는 사안”이라며 “제도의 성공적인 안착을 위해서는 한번이 아니라 여러번 더 짚어보고 충분히 소통하면서 타협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거래시간 연장과 관련해선 증권사와 노동조합의 의견을 지속적으로 청취해서 추진안에 반영했다”며 “증권사 대표의 의견을 접수한 한편 임원급 간담회, 주요 실무자 대상으로 설명회 및 개별 면담 등을 다각도로 진행해 증권업계가 요청하는 사항을 적극 수용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증권사들의 시스템 개발 등 문제에 대해선 “한국거래소에서도 이를 인지하고 있는 만큼 프리 및 애프터 마켓 참여 여부와 시기 등은 개별 증권사들의 자율 결정 사항으로 남겨뒀다”며 “향후 모의 시장 운영 시 소통 창구를 운영하면서 원활한 소통을 이어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 청년일보=신정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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