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혜자카드' 검열…카드사, "구독경제 잡아라!"

등록 2020.02.07 10:49:36 수정 2020.02.07 14:03:11
길나영 기자 gil93@youthdaily.co.kr

'가이드라인' 운영 본격화…카드사, '구독경제' 눈길 돌려
금융당국, "카드사 간 과도한 마케팅 경쟁과 고비용 관행 줄여야"
새 가이드라인, 연회비, 가맹점 수수료, 할부 수수료만을 수익으로 인정

 

【 청년일보 】 금융당국이 카드사에 대해 마케팅비 축소 압박과 '수익성 분석체계 가이드라인' 시행 등으로 이른바 '혜자카드'(혜택이 좋은 카드) 발급이 더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가운데 업계가 '구독경제(subscription economy) 시장'에 눈길을 돌리고 있다.

 

'구독경제'는 고객이 매달 일정액을 내면 정기적으로 상품·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제모델을 의미한다. 자동결제를 취소하지 않는 한 저절로 계약이 연장되는 구조라 카드사 입장에선 고정 수수료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먼저, KB국민카드는 지난달 29일 'KB국민 이지 링크 티타늄 카드'를 선보였다. 이는 정수기 렌털이나 공과금 자동 납부 시 할인이나 캐시백 혜택을 제공한다. 또 ▲도시가스 ▲초중고 학교납입금 ▲4대 사회보험료 ▲전기요금을 등 자동납부 시 건수에 따라 월 최대 1만원 캐시백과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신한카드와 롯데카드는 '디지털 구독경제'에 초점을 맞췄다. 신한카드는 지난 3일 ‘딥 원스(Deep Once) 카드’를 내놨다. 넷플릭스, 웨이브, 왓챠플레이 등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Over the top) 플랫폼에서 결제 시 할인이나 포인트를 적립해준다.

이 밖에도 롯데카드는 국산 OTT 플랫폼인 티빙(TVING)과 손을 잡았다.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1년간 무제한 이용권을 주는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 통신요금, 아파트 관리비 등 매월 정기적으로 지출하는 다양한 생활요금을 카드로 자동납부하면서 할인 혜택도 받고자 하는 고객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자동납부 실적과 할인 혜택을 연결하는 방식의 독특하고 차별화된 상품을 기반으로 자동납부 영역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지난달 31일 카드사 간 과도한 마케팅 경쟁과 고비용 관행을 줄이겠다며 앞으로 새롭게 출시될 카드에 부가서비스 등 고객 혜택을 과도하게 담지 못하도록 하는 '가이드라인' 운영을 본격화 하고 나서 '혜자카드' 출시는 점차 더 어려워졌다.

 

금융위가 발표한 새 가이드라인은 연회비, 가맹점 수수료, 할부 수수료만을 수익으로 인정한다. 당초 신인도 제고, 계열사 간 시너지 효과 같은 간접효과도 수익에 포함됐지만, 카드사는 새 카드를 만들 때 향후 5년간 판매비용보다 수익이 크도록 설계해야 한다.

이에 일각에서는 수익을 산정하는 지표가 이전보다 줄어 카드사로서는 많은 혜택을 담은 카드를 만들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7일 카드업계 따르면 지난달부터 롯데카드의 'CGV 롯데 포인트플러스 카드', 'JTBC골프 롯데카드'를 비롯해 총 4가지 카드가 단종됐다. CGV 롯데 포인트플러스 카드는 다른 롯데카드의 실적을 합산해 영화 할인 혜택을 제공했다.

특히, 기존에 있던 알짜카드들도 신규 발급이 중단됐다. 이 가운데 항공사 마일리지를 쌓아주는 신용카드 약 40종이 발급 중단 됐으며, 현대카드는 이번달부터 '쇼핑케어상품'과 '오토케어멤버십'의 신규 가입을 중단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카드 수수료 인하 등 수익성이 낮아지면서 발생한 여파로 업계로서는 불필요한 비용을 줄이기 위한 정기적인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달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15개 여신전문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들과 '여전업계 CEO 간담회'를 개최하고 어려워진 경영환경의 돌파구로서 새로운 수익원을 찾아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강조했다.

은 위원장은 "수익은 저성장세인데도 불구하고 마케팅비용은 해마다 10% 넘게 증가하는 카드사의 고비용 마케팅 관행은 업계와 당국이 줄탁동시(啐啄同時)의 노력을 통해 고쳐나가야 할 것"이라고 당부한 바 있다.

 

【 청년일보=길나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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