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오전 11시 임 모 씨(33)는 자신의 푸드트럭을 끌고 출근한다. 와플 등 디저트를 판매하던 그의 푸드트럭은 더는 간판에 불을 켜지 않는다. 주방이자 매장이었던 푸드트럭은 그냥 '트럭'으로 전락했다.
그는 지난 4월 푸드트럭 매출이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자 장사를 잠시 쉬고 배달라이더 일을 시작했다. 달콤한 디저트로 가득하던 트럭은 이제 치킨과 피자, 족발과 곱창 배달에 사용된다.
임 씨는 28일 "거금을 주고 산 트럭인데 그냥 놀리기가 아까워 배달 일을 하고 있다"며 "벌이가 많지는 않지만, 푸드트럭을 계속하는 것보다는 낫다"고 말했다.
여름마다 돌아오는 '노점 야시장' 개장에 맞춰 영업을 재개할 생각도 있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4차 대유행에 폭염까지 겹치면서 야시장 행사도 전국적으로 개장 취소되는 것을 보고 기대를 접었다.
임 씨는 "주변 얘기를 들어보면 요즘에는 더운 날씨로 장사를 해도 팔리는 재료보다 상해서 버리는 재료가 더 많다고 한다"며 "힘들여 영업해도 적자만 나는 게 지금 푸드트럭의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수도권에서 닭꼬치 푸드트럭을 운영하던 박 모 씨(35)는 화물운송업에 뛰어들었다.
여름철이면 서울 곳곳에서 열리던 노점 야시장들이 잇따라 취소된 후 짜낸 고육지책이다. 푸드트럭을 가득 채운 조리도구 사이에 육포와 건어물 등을 싣고 매일 부산과 서울을 오간다.
박 씨는 "주방 설비들이 공간을 많이 차지하다 보니 비슷한 크기의 물류 트럭과 비교하면 물건을 40% 정도밖에 싣지 못한다"며 "원래는 트럭을 처분하려고 했는데, 구매자가 나타나지 않아 이렇게라도 활용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아직 장사를 접지 못한 푸드트럭들은 영업 장소를 구하려고 동분서주하고 있다. 지방 행사나 대학 축제 등에서 음료를 파는 푸드트럭을 운영하는 김 모 씨(33)는 축제가 사라진 후 서울 일대 아파트 단지들을 돌며 장사 중이다.
아파트 관리사무소를 어렵게 설득해 영업허가를 받아내도 매출은 예전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폭염을 견디며 찜통 같은 푸드트럭 안에서 종일 일해도 벌이가 10만원도 채 안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김씨는 "워낙 장사가 안 되다 보니 조금이라도 사람이 모인다는 소식이 들리면 지방이라도 간다"며 "얼마 전에는 대구에서 소규모 기업 행사가 열린다고 해서 왕복 6시간을 운전해 2시간 장사하고 온 적도 있다"고 했다.
하혁 한국푸드트럭협회 회장은 "푸드트럭 점주 중에는 소규모 자금으로 창업한 청년들이 많은데 작금의 경영난에 더욱 취약하다"며 "임대료 감면 등 소상공인 혜택 대상에서도 제외되어 있는 만큼 푸드트럭을 위한 추가적인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 청년일보=정유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