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23명이 숨지고 8명이 다친 경기 화성 공장 화재와 관련해 박순관 아리셀 대표가 27일 처음으로 유족들을 만나 사과의 뜻을 전했다.

사고 발생 사흘 만인 이날 오후 박 대표는 총괄본부장인 아들과 함께 모두누림센터 유족 대기실을 찾아 고개를 숙였다.

박 대표는 "이번 참사는 저와 우리 회사 모두 평생을 안고 가야 할 짐이라고 생각한다"며 "조속한 시일 내에 장례를 포함한 후속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어떤 대책이나 조치를 취해도, 백번 천번을 사죄드려도 여러분 마음에 들지는 않을 것을 안다"며 "그러나 저희가 최선을 다해 준비하고 있다. 정말 죄송하고 면목 없다"고 덧붙였다.

박 대표 부자는 이날 오후 2시 30분께 유족들이 대기 중인 모두누림센터를 방문해 사죄하려 했으나 내국인 유족의 한 지인이 "제안할 것을 가지고 와서 사죄해야지, 지금 와서 고개 숙이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며 막아서 만남을 거부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대표 부자는 "보상안을 제안드리기 전에 먼저 사과부터 하고 싶다"며 간청했지만 제지당했다.

이후 20여 분간 유족 대기실 앞에서 대기하던 박 본부장은 "사죄 먼저 드리고 싶어 찾아왔지만, 오히려 유족들을 불편하게 하는 것 같다"며 발길을 돌렸으나, 주차장에서 마주친 중국 국적 사망자 유족들이 고성과 함께 다른 유족들 앞에서 사과할 것을 요구하면서, 결국 유족 대기실로 들어가 고개를 숙이게 됐다.

유족들은 박 대표의 뒤늦은 사과에 대해 쓴소리를 쏟아낸 것으로 전해졌다.

박 대표는 "여러 절차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 시급한 것은 유명을 달리하신 고인들을 편안하게 모시는 것"이라며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보상안은 최대한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아리셀 측은 최근 국내 최대 로펌 김앤장 변호인을 선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아들 박 본부장은 "법적인 책임을 회피하거나 축소하려는 의도는 없다"며 "유족 보상에 집중하기 위해 수사 과정을 법률대리인에게 맡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대표 부자는 앞으로도 유족들이 허락하는 선에서 대기실을 찾아 사죄하고 보상안에 대해 성실하게 소통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 청년일보=조성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