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배달대행 서비스 만나플러스를 운영하는 만나코퍼레이션에 투자를 약속했다고 밝힌 'HG인베스트먼트'의 실체가 불명확하다는 의혹이 확산하고 있다.
만나코퍼레이션으로부터 적립금을 지급받지 못한 총판사와 배달 기사(이하 라이더)가 여전히 존재하는 가운데 이러한 의혹이 제기되자 이해관계자들의 불안감이 증폭하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만나코퍼레이션은 지난 12일 일부 매체에 HG인베스트먼트으로부터 투자를 약속받았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해당 자료에서 만나코퍼레이션 측은 9일 HG인베스트먼트와 업무협약(MOU)을 통해 투자를 확정지었다며, 자금 확보를 통해 최근 발생한 출금 지연 상황을 조속히 해결하고, 경영 안정화에 집중하겠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만나코퍼레이션은 HG인베스트먼트로부터 받게 될 정확한 투자금액과 시기에 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만나코퍼레이션 측은 투자금액과 시기, HG인베스트먼트와 관련한 질의에 일체 답하지 않았다.
또한, 만나코퍼레이션은 지난 7월 공지를 통해 이달 10일까지 보호예치금을 전액 출금 가능하도록 조치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이 역시 지키지 못하고 있다. 현재 만나코퍼레이션이 총판사, 라이더 등에 지급해야 하는 적립금 규모는 약 80~100억원대로 추산되고 있다.
◆ HG인베스트먼트, 지난달 설립된 신생 법인…"VC도, 자산운용사도 아니다"
청년일보의 취재에 따르면, 만나코퍼레이션이 투자를 확정 지었다고 언급한 HG인베스트먼트는 그 실체가 불분명한 업체인 것으로 나타났다.
법원 등기부등본을 보면, HG인베스트먼트는 지난달 9일 경기도 김포시를 소재로 설립된 신생 법인이다. 이 회사가 법인등기부상 등록한 영위사업은 유가증권 매매업, 기업 투자, 인수합병, 회사의 지배 혹은 경영관리 등이다.
기업신용분석보고서(NICE)에 등록된 HG인베스트먼트의 신용정보에 따르면, 해당 업체는 증권발행, 관리, 보관 및 거래 지원 서비스업 등을 영위하는 사업체다. 매출 등의 자본 흐름은 이 회사에서 제공한 정보가 부족해 확인할 수 없는 상황이다.
투자업계에서는 이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자본금이 500만원에 불과하고, 영위사업이 불분명하다는 점에 특히 주목하고 있다. 더 나아가 그간의 투자를 진행한 사례가 전무하다는 점 역시 특이사항으로 보고 있다.
실제 HG인베스트먼트는 과거 언론에 공개된 투자 이력이 없을 뿐더러, 공식 홈페이지 등 회사로서 갖춰야 할 기본적인 정보를 제공하지 않고 있어 업계와 이해당사자들의 의구심을 증폭시키고 있다.
한 벤처·스타트업 투자업계 관계자는 "회사의 업태, 규모로 보았을 때 벤처캐피탈(VC) 등 벤처·스타트업 등을 대상으로 투자를 진행하는 회사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라며 "사명 역시 업계에서는 금시초문"이라고 말했다.
국내 대형 자산운용사의 한 전문가는 "자본금이 500만원이라면 극히 적은 자금을 운용하는 회사로, 자산운용사보다 자문사 역할 정도를 수행하는 것으로 추정된다"라면서 "이정도 규모의 회사에서 투자를 이끌어냈다고 하더라도 현 상황에서 큰 영향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금융투자협회에 가입돼 있지 않다면 더욱이 공신력이 떨어진다고 할 수 있다"라며 "해당 업체의 실체에 충분히 의구심을 제기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짚었다.
실제 HG인베스트먼트는 금융투자협회의 회원사도 아닐 뿐더러, 증권투자법에 규정된 자산운용사 설립을 위한 기본조건(납입자본금 100억원 이상 등)도 충족하지 못한 곳으로 나타났다.
◆ HG인베스트먼트 본점 '명패 없는 공실'…"작년 말부터 임대 매물이었다"
HG인베스트먼트가 법원 등기부등본상 본점 소재지로 등록한 경기도 김포시 모처의 한 빌딩에는 식당가, 주점, 병원, 기타 생활 시설 등이 입주해 있었다.
현장을 취재한 결과, 해당 업체가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는 '본점'은 명패조차 없는 텅 빈 공실에 불과했다.
사무실의 문은 굳게 잠겨있었고, 사람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었다. 내부에는 이리저리 방치된 사무용 집기를 비롯해 높게 쌓아올려진 정체모를 박스만 가득했다. 특정 업체에 대한 투자를 진행하는 업체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다.
주변 상인들 역시 HG인베스트먼트라는 회사의 존재에 대해 인지한 바 없다고 입을 모았다.
같은 층에서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A씨는 "이곳에서 사업을 하는 동안 HG인베스트먼트라는 사명은 들어본 적도 없고, 본적도 없다"라고 말했다.
동일한 건물에서 또 다른 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B씨 역시 "이 자리는 공실이 된지 오래"라면서 "이 건물에 해당 업체는 물론 투자사가 있다는 소리는 듣지 못했다"라고 전했다.
더 나아가 HG인베스트먼트가 본점 소재지로 등록한 장소에는 HG인베스트먼트는 물론 그 어떤 업체도 입점해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건물 관리사무소 측은 "HG인베스트먼트라는 업체는 건물에 입점해 있지 않다"라면서 "그러한 사명은 들어본 적 없다"라고 말했다.
또한, HG인베스트먼트의 본점이 소재해 있다는 장소는 작년 말부터 이미 공실인 상태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인근의 한 공인 중개사무소는 "해당 건물과 호수는 작년 12월 말부터 계속해서 공실인 상태로, 임대인(건물주)이 매물로 내놓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처럼 만나코퍼레이션이 투자를 이끌어 냈다고 밝힌 HG인베스트먼트의 실체가 불분명한 것으로 드러나자 아직 적립금 등을 지급받지 못한 이해관계자들은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서울에서 활동 중인 한 라이더는 "'혹시나'했지만 '역시나'"라면서 "회사 측에서 공언한 약속이 지켜진 경우가 거의 없었다"라며 실망감을 드러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장에서는 금번 투자 유치 발표가 총판의 이탈 가속화를 막기 위한 미봉책일 뿐이라는 의견이 확산 중"이라면서 "논란을 불식시키고 신뢰를 회복하려면 최단 기간 내 사태 수습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지적했다.
한편, 만나코퍼레이션은 지속되는 적립금 출금 제한 조치로 인해 8일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현장 조사를 받은 바 있다.
【 청년일보=김원빈 기자 】